인종차별 저리 비켜! 흔들림 없는 황희찬, 주장 완장 달고 프리시즌 첫 골→기분좋게 미국行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친선전에서 상대 선수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던 '더 코리안가이' 황희찬(28·울버햄튼)이 아픔을 딛고 프리시즌 첫 골을 작렬하며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황희찬은 21일(한국시각) 영국 울버햄튼에 위치한 구단 훈련센터인 컴튼 파크에서 열린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 브리스톨과 비공개 연습경기에서 추가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0 승리를 이끌었다.
황희찬은 30분씩 4쿼터로 진행된 경기에서 후반전에 투입됐다. 게리 오닐 울버햄튼 감독은 황희찬을 향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지난 16일 코모전과 같이 후반전에 11명을 전원 교체했다.
전반에 주장을 맡은 마리오 레미나로부터 완장을 물려받은 황희찬은 1-0으로 앞선 후반 7분, 파블로 사라비아의 크로스를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잡지 못하자 빠르게 골문으로 차넣었다. 지난 2023~2024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에서 12골을 폭발한 황희찬의 순간 포착 능력이 돋보였다.
황희찬은 이날 득점으로 인종차별 논란에 따른 마음 속 응어리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당시 코모 수비수는 경기 도중 황희찬을 재키 찬(성룡)이라고 불렀고, 이에 황희찬과 팀 동료들이 격분했다. 동료 공격수 다니엘 포덴세는 상대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해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은 상대팀 한 선수에게 화가 나 있었다. 팀 동료들은 황희찬을 위로하고 지지했다. 포덴세는 황희찬을 지지하기 위해 애썼지만, 행동이 조금 과했기 때문에 퇴장을 당했다. 그는 이 건에 대해 사과를 했다. 팀 동료를 위한 행동이었겠지만, 선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닐 감독은 계속해서 "황희찬에게 경기를 중단하면 좋겠는지 물었더니, 계속 뛰고싶다고 했다. 황희찬은 그런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황희찬이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우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인종차별 사건을 정말 실망스럽다. 그 사건 전까지 양팀은 좋은 경기를 펼쳤다"고 힘줘 말했다.
이에 대해 코모 구단은 먼저 "우리 클럽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절대 반대한다"고 운을 뗐다.
구단은 "우리는 (선수들 사이에서)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선수의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선수가 자신의 변호인에게 한 말은 다음과 같다. '그를 무시해. 걔는 자기가 재키찬(성룡)이라고 생각해'. 선수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눈 결과, 우리는 울버햄튼 선수들이 끊임없이 (황희찬을)'차니'라고 언급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코모는 "우리 선수는 의도적으로 상대를 폄하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일부 울버햄튼 선수들이 이 사건을 너무 과장되게 보이게 만들어 실망스럽다"고 적반하장 입장을 표명했다.
울버햄튼은 15일 저녁 공식 성명을 내고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이나 차별도 용납될 수 없고 무시당해서도 안된다. 우리 구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럽축구연맹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대한축구협회(KFA)는 18일 공식 SNS를 통해 '황희찬은 최근 연습경기에서 상대 팀 선수에게 당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을 예방, 근절하기 위해 FIFA가 가해자들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가 해외에서 뛰는 한국 선수의 인종차별 피해 사건에 대해 FIFA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영국공영방송 'BBC'도 KFA가 FIFA에 문제를제기한 사실을 보도했다.
황희찬은 "인종차별은 스포츠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용인될 수 없다. 그 사건 뒤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은 (네가 원한다면)경기를 멈추겠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이같은 상황에도 나는 계속 뛰고 싶었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 응원 메시지를 보내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인종차별을 위한 자리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흥민(토트넘) 등 동료들은 댓글로 지지를 표명했다.
황희찬은 논란이 활활 타오르는 가운데, 묵묵히 득점포를 가동했다. 전반 마테우스 쿠냐의 그림같은 중거리 슛으로 앞서간 울버햄튼은 후반 황희찬의 추가골과 상대 자책골을 묶어 3-0으로 대승을 거뒀다.
황희찬을 앞세운 울버햄튼은 23일 미국 마이애미로 이동해 26일 웨스트햄과 친선전을 펼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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