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외침 무색한 트럼프 첫 유세···“김정은에 야구보러 가자고 해”

김희진 기자 2024. 7. 21. 10: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맞았다”
바이든 향해 “짜증 나는 조” 조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선거 유세에 나서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을 조롱하는 등 과거처럼 독설을 다시 내뱉기 시작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수락 연설에서 ‘통합’을 거론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내세우고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선 경합지인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서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첫 유세에 나섰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 내부의 사퇴 압박 논란을 두고 “그들(민주당)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는 그들의 후보가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적이며 부패한 기득권층의 당”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런데도 그들은 내가 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린다”며 “내가 민주주의를 위해 어떤 일을 했나. 지난주 나는 민주주의를 위해 총을 맞았다”고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 때부터 지난 13일 유세 중 벌어진 피격 사건을 강조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른쪽 귀에 붙인 흰색 붕대를 떼고 살구색 소형 반창고를 붙이고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에 대한 조롱도 이어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짜증 나는(crooked) 조” “허약한 늙은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미친 사람” 등으로 지칭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바이든 후보 사퇴론’에 가세한 데 대해서는 “바이든에게 개처럼 대들었다. 그는 빈대처럼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민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태도를 되풀이했다. 그는 남부 국경 이주자 등을 두고 “교도소, 감옥, 정신 병원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며 취임하자마자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강제추방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대선 당시 부정 선거로 자신이 대통령직을 박탈당했다는 주장 역시 거듭 반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적대 국가 정상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주장하면서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잘 지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김정은 위원장)는 핵무기를 사고 만드는 데만 열중하는데 나는 그에게 ‘긴장 좀 풀고 느긋하게 있어라’ ‘다른 것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와 야구 경기나 보러 가자고 했다. 야구가 뭔지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위원장과 이런 대화를 나눈 시점과 맥락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절반의 미국이 아닌 미국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출마한다”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 남성, 여성, 민주당, 공화당, 무당층, 흑인, 백인, 아시아인, 히스패닉 등 우리나라의 모든 시민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연설 초반과 달리 뒷부분으로 갈수록 이민자 추방 정책을 강조하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유세를 기점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존 전략을 유지하려는 게 확실하다는 평가가 굳어졌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하고, 이민 문제와 선거 사기에 대한 거짓 주장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격 사건 후 국민적 단합을 촉구했던 그의 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암시하는 일련의 공격을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