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이미지가 3D로…상상이 현실이 되는 ‘팀스튜디오’ 가보니
이곳은 공항 터미널. 유리창 너머 활주로에는 비행기가 주기해 있고, 푸른 하늘에는 구름이 느긋하게 모습을 바꿔갔다. 시선을 내부로 옮기면 게이트 한가운데 의자와 탁자가 놓였다. 방송인 김신영씨의 힘찬 외침과 함께 촬영이 시작됐다. “서바이벌 패키지여행 다시갈지도~”
새삼스럽지 않은 풍경일 수 있다. 초록색 배경 앞에서 찍은 영상에 컴퓨터그래픽(CG)을 입히는 크로마키에 일반인들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7일 참관한 채널S 여행프로그램 <다시갈지도> 녹화 현장 어디에도 초록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바닥에서 벽까지 이어지는 LED월에 바로 배경을 띄워 촬영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에서 2022년 6월 경기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구축한 시각특수효과(VFX) 기반 콘텐츠 제작소 ‘팀스튜디오’이다. 이 스튜디오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버추얼 미디어 실험실로 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국내 주요 버추얼 프로덕션 엑스온스튜디오·미디어캔·두리번과 컨소시엄을 이뤄 팀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촬영 공간은 U자 형태의 LED무대다. 지름 11m, 높이 6m, 반원둘레 21m에 면적은 363㎡. SK텔레콤의 AI와 통신 기술에 확장현실(XR)을 구현하는 기술들을 더해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SBS 역사토크쇼 <과몰입인생사>, EBS <장학퀴즈>,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등 TV 프로그램은 물론 디올 ‘소바쥬’ 광고, 게임 쇼케이스 등이 촬영됐다.
VFX 활용은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2020년쯤 본격화됐다. 바깥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콘텐츠는 계속 만들어야 하다보니 관련 기술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생성형 AI는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드저니·달리에 이어 오픈AI의 소라까지 이미지·영상을 만들어주는 AI 도구가 미디어 제작 환경 자체를 뒤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팀스튜디오에선 ‘신경방사장(NeRF)’, ‘가우시안 스플래팅(Gaussian Splatting)’과 같은 최신 AI 기술을 배경 제작에 본격 도입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쉽게 말해 2D 이미지를 3D로 바꿔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굴, 에메랄드빛 바다, 파란 하늘’을 입력하면 생성형 AI가 해안 동굴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준다. 이 이미지를 전경의 바다, 중경의 동굴, 후경의 하늘을 각각 레이어로 분리해내고, 다시 하나의 입체적 배경으로 만든다. 이를 LED월에 띄우면 실감나는 풍경이 된다.
SK텔레콤은 이들 기술을 시연하기 위해 태국 방콕의 사원에서 찍은 사진들을 판교 팀스튜디오로 전송해 3D 사원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 시간을 재는 ‘타임 어택’을 해봤다. 단 2시간이 걸렸다. 현지 로케이션 필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버추얼 스튜디오의 장점은 많다. 시간·공간·날씨의 제약을 넘어설 수 있다. 배우·제작진의 스케줄 조정이 쉬워지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초록색이 아닌 실제 같은 배경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후작업 시간이 줄고, 배우들도 어떤 장면인지 알 수 있어 연기 몰입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더해지면 가능성은 더욱 확장된다. 이들 배경은 언리얼 등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데, AI로 우주나 판타지 공간 등의 이미지를 만들면 이전보다 훨씬 적은 노력으로 가상 세계를 현실에 구현해낼 수 있다.
장원익 엑스온스튜디오 대표는 “기존 자동차 신은 렉카를 사용해 계속 이동해야 하지만, 버추얼 프로덕션에선 미리 찍은 배경을 바꾸면 되기 때문에 5회차 촬영을 하루 만에 끝낼 정도”라고 했다. 그는 “팀스튜디오는 AI 기술과 버추얼 프로덕션을 융합하는 ‘도화지’라고 볼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기술을 고민하며 제작하다보니 최신 기술을 바로 접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중심에 둔 스튜디오가 흔치 않다보니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12일 스페인 AI 버추얼 프로덕션 ‘볼링가’가 팀스튜디오에서 자사 기술을 시연했고, 지난 5월 대만 XR 솔루션 기업 HTC는 업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김창현 SK텔레콤 팀스튜디오 매니저는 “생성형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협업 사례를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수능문제 속 링크 들어가니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메시지가?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이재명 “희생제물 된 아내···미안하다, 사랑한다”
- ‘거제 교제폭력 사망’ 가해자 징역 12년…유족 “감옥 갔다 와도 30대, 우리 딸은 세상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