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공의 모집·‘의사 국시’ 접수 D-1…‘가을 턴’은 양극화, 국시는 거부
전국 수련병원의 하반기 전공의 모집과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접수가 22일 시작된다. 병원들은 전공의 7707명을 추가모집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지원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지방 병원 전공의들이 ‘빅5’ 등 수도권 병원 인기과에 지원하는 사례가 얼마나 될지 주목된다. 의대생 대다수가 의사 국시를 위한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던만큼 국시 전면 거부가 현실이 될 공산도 크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 등 상당수 수련병원이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한다. 병원들은 이달말까지 지원을 받아 다음달 채용 절차를 거쳐 합격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9월1일부터 수련을 개시한다.
앞서 110개 수련병원이 7648명을 사직처리했고, 125개 병원이 7707명의 ‘가을턴’(가을 수련 전공의)을 모집하겠다고 신청했다. 지방의 작은 병원들은 사직처리 없이 가을턴 모집만 신청하기도 했다.
가을턴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 숫자가 극소수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병원·교수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교수들은 가을턴 모집이 제자들의 복귀를 가로막는 조치라고 반대하고 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다른 병원 전공의가 가을에 들어와도 교육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모집에서 적용된 ‘수련 특례’로 ‘빅5’ 등 수도권 병원과 지방 병원의 상반된 상황이 드러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가을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겐 ‘권역 외 지원’도 가능하도록 하는 특례를 제시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가을턴’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지역을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서울로 옮긴다던지 하는 경우는 일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병원 입장에선 응급이나 중증 진료를 위한 필수과 전공의들이 많이 필요한데, 비필수과인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인기과 지원자들이 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정부가 가을턴 모집을 내세워 ‘빅5’ 병원 등 수도권 병원과 지방 병원의 전공의를 갈라치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교수들 사이에서 나온다.
복귀·사직이 결정되지 않은 전공의들은 여전히 해당 병원에 적을 두고 있어 다른병원 취업도 못한다. 병원들이 지속적으로 사직과 복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은 인턴 때 군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해 일반병이 아닌 군의관·공중보건의사(공보의) 등으로 복무해야 한다. 다만 군의관·공보의 인원이 정해져있어 입대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의대생들, 의사 국시 거부 현실화
의사 국가시험 응시 접수도 가을턴 모집과 같은날 시작되지만 파행이 예고된 상황이다.
의사 면허를 받으려면 9∼11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국시 실기와 이듬해 1월 필기에 모두 합격해야 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22일부터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을 접수하지만, 내년도 국시를 치러야 할 의대 본과 4학년 대부분은 이미 응시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가 의사 국시 응시 예정자인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2903명)의 95.52%(2773명)가 국시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제출을 거부했다.
각 의대는 응시 대상자 확인을 위해 졸업 예정자 명단을 지난달 20일까지 국시원에 제출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응시 예정자의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가 필요하다. 의대협은 “개인정보 제공을 하지 않을 경우 의사 국시 접수가 불가능해진다”며 “정부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강경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도 지금까지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아서 의대생들이 국시를 치를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생들이 국시를 전면 거부하면 매년 3000명가량 배출되는 신규 의사 공급이 끊긴다. 복귀하는 전공의가 드문 가운데 예비 전공의 배출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돼 의료현장 공백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이에 의대생들이 유급하지 않고 올해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여러 대안을 제시한 데 이어 추가 국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정재영·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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