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차 타자… 이달 들어 3.6조 ↑
DSR시행 늦어지자 수요 몰려
당국 현장조사 압박 무용지물
이달 들어 5대 은행 가계대출이 3조60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거래가 늘어나고 시중 금리가 떨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을 오는 9월로 연기하며 막차 수요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권 현장점검에 나섰지만 가계대출 관리 책임이 있는 당국이 '뒷북'을 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막차 타자"…브레이크 안걸리는 가계대출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712조1841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보다 3조6118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6월 한 달 새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이달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552조1526억원→555조9517억원)로 3조7991억원 늘었다.
◇수요 증가에 금리는 낮아져
은행권에 따르면 가계대출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도 오르며 매수심리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한도가 축소되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도 한꺼번에 몰리고 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장금리가 전반적으로 계속 떨어지는 것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으로 투자)' 대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840∼5.294% 수준이다. 약 보름 전 이달 5일(연 2.900∼5.370%)과 비교해 상단이 0.076%포인트(p), 하단이 0.060%p 또 낮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96%에서 3.345%로 0.051%p 하락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만기 1년)도 연 4.030∼6.030%에서 3.960∼5.960%로 상·하단이 0.070p씩 떨어졌다. 이에 지난달 19일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0%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도래한 '2%대 금리 시대'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은행채 5년물을 지표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들의 금리를 일제히 0.09%p 내릴 예정이다. 최근 은행채 5년물 금리 낙폭을 22일부터 반영하기 때문이다.
◇말 발 안먹히는 금융당국…가계대출 목표치 크게 웃돌아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지난 15일부터 5대 은행과 카카오뱅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나섰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을 갑작스럽게 연기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부채질해놓고 뒤늦게 점검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금융당국이 연기 발표를 했던 6월 말 당시,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미 연간 가계대출 경영 목표치를 넘어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5대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경영목표(연간 증가액) 총합은 12조5000억원이다.
5대 은행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6조1629억원을 기록했는데, 6개월 만에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 수준을 초과한 셈이다.
은행별로 따져보면 5개 은행 중 세 곳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였다. 이달 들어 가계대출이 더 불어나면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은 네 곳으로 늘었다.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 가계대출 증가 관리'를 당부했는데, GDP 성장률 전망치가 연초 대비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해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은 2.86%(작년 말 692조4094억원→712조1841억원)로 한국은행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2.5%)를 넘어섰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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