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대교' vs '구리대교'…이러다 이름 못 짓고 개통할 판

CBS노컷뉴스 장규석 기자 2024. 7.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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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이 진행 중인 33번째 한강교량. 강동구청 제공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간에 놓일 33번째 한강다리의 이름을 놓고 '고덕대교'를 주장하는 서울 강동구와 '구리대교'를 주장하는 경기도 구리시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의 국가지명위원회도 18일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회의로 결정을 유보했다. 이에따라 양 지자체간 자존심 경쟁은 더욱 불타오르는 형국이다.

분쟁이 발생한 한강다리는 세종-포천고속도로 구리~안성 구간에 들어서는 길이 1725m 왕복 6차선인 교량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구리시 토평동을 이어주는 사장교로, 주탑과 주탑 사이 거리(주경간장)가 세계에서 가장 긴 540m에 달한다.

양쪽 주탑에서 나온 케이블이 다리를 떠받치는 형태로 최첨단 기술이 도입된데다 모양도 아름다워 지역의 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중인 고덕대교. 강동구청 제공

때문에 강동구도 구리시도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 두 지자체는 '구리암사대교'를 놓고도 지난 2008년 암사대교와 구리대교로 명칭 분쟁을 겪은 바 있다.

구리시는 구리시와 강동구를 잇는 한강다리 2개 중 하나는 '강동대교', 다른 하나는 '구리암사대교'이기 때문에, 세 번째 다리는 '구리대교'로 제정돼야 형평이 맞는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양 지자체가 지명을 골고루 나눠가져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게다가 교량이 설치되는 한강의 87%가 구리시 행정구역에 속하는 만큼 '구리대교'로 명명하는게 바람직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조우석 국토지리정보원장을 면담한 백경현 구리시장. 구리시 제공

그러나 강동구는 고덕동 주민들이 공사기간 내내 불편을 감수하면서 적극 협조했고, 고덕동에 고덕비즈밸리가 들어서는 점, 공사 시행 초기부터 임시 명칭이 '고덕대교'였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최종 명칭도 '고덕대교'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고속도로 건설비용 일부를 강동구가 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고덕강일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한국도로공사에 광역교통개선대책분담금 532억원을 납부했다.

하지만 구리시는 분담금이 강동구 쪽에서 교량으로 진출입하는 접속도로 건설을 위해 사용된 것이므로 엄밀히 보면 다리 건설에 자금이 사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장들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의 선봉에 나섰다. 백경현 구리시장이 지난 11일 국토지리정보원을 방문해 조우석 원장을 만나 '구리대교'의 당위성을 설득한데 이어, 지난 18일 국가지명위원회 회의에서는 이수희 강동구청장이 직접 프리젠테이션까지 하며 '고덕대교' 명칭 제정을 요구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을 방문해 고덕대교 명칭 제정을 촉구한 이수희 강동구청장. 강동구청 제공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치는 지명에 관한 사항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시·도지사의 의견을 들은 후 국가지명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강교량의 명칭 분쟁이 국가지명위원회까지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강동구와 구리시가 맞붙었던 '구리암사대교'의 경우는 구리시가 '구리대교', 강동구가 '암사대교'를 주장한 끝에 지난 2008년 8월 서울시 지명위원회에서 '구리암사대교'로 최종 합의했다. 국가지명위원회로 올라오기 전에 시도 지명위원회 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33번째 한강다리에 대해서는 지난해 열린 서울시 지명위원회는 '고덕대교', 구리시 지명위원회는 '구리대교'를  원안 그대로 가결하면서 결국 최종단계인 국가명칭위원회까지 안건이 올라왔다.

국가지명위원회는 일단 지난 18일 회의에서는 결론을 짓지 못했다. 그러나 교량은 올해 말에는 완공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늦어도 9월, 10월 쯤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지명위원회가 명칭을 최종 결정한 뒤에는 30일 이내에 재심 청구가 가능하고 재심 청구가 없는 경우 고시로 확정된다. 지금 상황에서는 중립적인 명칭이 아닌 이상 어느 한쪽의 재심청구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때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재심의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따라 양 지자체의 자존심 경쟁으로 비화된 한강다리 명칭 분쟁이 국가지명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심 청구에 이어 법원 송사로까지 지리하게 이어질 경우, 다리를 완공하고도 이름을 확정하지 못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7월 21일 기 송고된 기사에서는 교통개선대책분담금 532억원이 교량 건설에 사용됐다는 취지로 설명됐으나, 직접적인 교량 건설 비용으로 사용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돼 7월 25일 관련 내용을 바로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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