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억원 손해인데 정부 지원 ‘0원’…변협 ‘신입변호사 연수’ 사라질까 [법조인싸]
연수비용 충당할 정부보조금 5억→0원
연수시킬 변호사 늘고있는데 5년째 적자
기재부에 보조금 부활 요청해도 소득 없어
연수 중단시 ‘변호사 질 하락’ 우려
로스쿨 도입 이후 법률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신입변호사 수가 한 해에 약 170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변협은 효과적인 연수 운영을 위해 꾸준히 국가보조금을 요청하고 있지만, 예산편성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 신입변호사 교육의 질이 하락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변협은 예년과 같이 올해 변시 합격자 연수를 진행하기 위해 약 1억6700만원의 적자를 봐야 했다. 5월부터 10월까지 약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올해 연수에는 533명의 변시 합격자들이 수강을 신청했다. 연수는 강의 2개월, 모의기록연습 2개월, 현장연수 2개월 등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변협 연수를 듣고자 하는 변시 합격자들의 수강 신청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연수가 처음 도입된 2012년 436명이었던 신청자 수는 2020년 789명까지 급증했다. 이후 2021년에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적자 등을 이유로 연수 수강생 수를 축소하고자 했던 변협 시도가 맞물리면서 282명으로 줄었지만, 이후 꾸준히 늘어 올해 다시 500명대를 회복했다.
이처럼 연수를 향한 신입변호사들의 수요가 매년 증가하는 것과 반대로 정부의 예산 지원 규모는 매년 줄었다. 2012년 약 5억원이었던 연수 관련 국가보조금은 매년 감소해 2019년 약 1억270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마저도 2020년부터는 ‘0원’으로 아예 지원이 끊겼다.
국가보조금이 끊기자마자 변협은 연수 운영에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20년 약 3400만원으로 시작한 적자는 2022년 약 1억6800만원을 거쳐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인 약 1억6700만원을 기록했다.
적자의 대부분은 연수 운영에 필요한 공간 마련을 위한 대관비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500~600명에 달하는 변시 합격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으려면 연초에 미리 조사를 하고 장소를 섭외해야 하는데, 연수가 시작되는 5월 이후에는 각종 행사가 많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합리적 가격에 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은 매년 법무부와 함께 기재부를 상대로 국가보조금을 받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예산 편성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사업성이 있는 부처 예산 지급을 우선시하면서 변협 등 예산 문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최근 기재부와 미팅을 가졌지만 예산 지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에 변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신입변호사를 위해 연수를 계속 진행하면 적자가 늘고, 비용을 문제로 이를 중단하면 매년 신입변호사 500~600명이 일자리 없이 갈 곳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110만원인 수강비를 150만~200만원으로 올리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 내부에서도 신입변호사들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인 만큼 ‘적자를 감당해보자’는 의견이 나오지만, 결국 변협 회원 변호사들의 회비로 적자를 충당할 수밖에 없어 ‘예산 지원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현실적으로 연수를 계속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
아울러 변시 합격자들로부터 강의 품질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변협 연수가 사라지면 신입변호사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주요 통로가 사라지는 셈이라 ‘변호사 실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판·검사는 공무원으로서 국가 업무를 담당하니까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민간사법시장으로 진출하는 변호사 교육 비용을 왜 세금으로 충당하느냐는 정치권 지적이 있었다”며 “국회에서 지적을 하니까 행정부로서도 이를 계속 이어가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변협은 독립된 기관으로 정부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하는데,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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