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수와 악수? 절대 못한다” 국회의원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우크라이나 레슬러 외침
“러시아군이 매일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데, 그들과 악수를 한다? 절대 안 된다.”
파리올림픽에 우크라이나 레슬링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자한 벨레니우크(33)가 한 말이다.
벨레니우크는 20일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나는 최근 발표된 우크라이나올림픽위원회 지침에 동의한다”며 “우리 선수들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과 악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악수는 상대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행위”라며 “우리는 이 전쟁을 지지하는 선수들에게 존경을 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벨레니우크는 우크라이나 최초 흑인 국회의원이자 올림피언이다. 그는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16년 리우 올림픽 은메달, 2021년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딴 뒤 은퇴했다. 그는 2019년 우크라이나 총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인민의 종’ 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발레니우크는 러시아와의 전쟁 속에 다시 레슬링으로 복귀했고 올림픽 출전권도 확보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금메달리스트인 벨레니우크는 파리 대회에서 그레코로만 레슬링 종목에 나선다. 러시아 선수와 맞붙을 가능성도 있다. 2021년 유럽 선수권 대회에서 87㎏ 종목 동메달을 딴 밀라드 알리르자예프가 러시아 라이벌이다. 알리르자예프는 중립 선수로서 파리올림픽에 나선다. 벨레니우크는 “감정을 조절하지 않으면 어떤 상대도 이기기 힘들다”며 “경기 당일에만 경쟁을 생각하겠다. 미리 생각하면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선수가 러시아 선수와 맞붙는 것은 큰 책임이 될 것”이라며 “그 책임은 두 배, 세 배, 네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싸움에서 이겨야 하지만 만일 패배한다면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며 “집에 돌아가서 러시아 선수에게 졌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고 덧붙였다.
벨레니우크는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가 참가하는 여덟 번째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인 120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남녀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번 올림픽은 블라디미르 푸틴이 벨라루스 대통령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지원을 받아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올림픽이다. 그는 “러시아군이 키예프 지역에서 떠난 후 국가대표팀 감독은 스포츠가 우리나라에서 계속돼야 한다고 믿었고 대통령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며 현역 복귀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전쟁에서 약 400명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사망했다. 벨레니우크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파리올림픽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중립 선수로 출전하도록 허용한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들은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벨라루스 선수들은 중립팀 유니폼을 입어야 하고 개막식, 폐막식에 참여해서는 안 되며 메달 순위표에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벨레니우크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벨레니우크는 “꼭 필요한 일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좋은 결과를 얻고 더 많이 이야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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