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시인 박종대, 방직공장 30년 근무 '수출역군' 자긍심(2편)
작은 화재 발생 '아찔했던 순간'도
회사 사보기자로도 활약 필력 발휘
[남·별·이]시인 박종대, 방직공장 30년 근무 '수출역군' 자긍심(2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박종대 시인은 한양대 공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일신방직 광주공장에 입사해 30년간 근무하다 정년퇴직했습니다.
그는 주마등처럼 흘러간 방직공장 30년의 추억을 실타래 풀어내듯 풀어냈습니다.
처음 입사해서 100명의 생산직 여성 사원을 관리하는 직장장 업무를 맡았습니다.
3교대 근무였지만 실제로는 야간근무만 1년 반 동안 했습니다.
그래서 주간에는 전남대 수학과 3학년에 편입해 수학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장인이 당시 목포덕인고 교감이었던 터라 방학과 여러 가지 혜택이 많은 교직이 부러웠던 까닭이었습니다.
당시 일신방직은 생산물의 80%를 수출하는 상황이어서 명절 때에도 공장이 쉬지 않고 365일 가동됐습니다.
◇ 고향 전남 장흥에서 교사생활
그런데 4년 후 일신방직 공장장과 동료가 찾아와 회사 복귀를 종용했습니다.
제3공장을 신축하려는데 공장 건축과 관리를 담당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시한 조건도 좋았습니다.
60평 사택을 제공해주고 급여도 교사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본봉만 1.8배가 많았으며 연간 400% 보너스와 수당을 합하면 55살 정년을 하더라도 수입면에서는 훨씬 매력적이었습니다.
특히 교사는 일정기간마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회사 복귀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품질관리실에서 줄곧 근무했습니다.
당시 일신방직, 전남방직에는 각각 1,500명씩 3천 명의 여성 사원이 근무했습니다.
광주천 건너 발산마을에는 여성 사원들이 많이 살았는데 건설 현장 안전발판을 사용한 뽕뽕다리를 건너 다녔습니다.
◇ 잠이 오지 않은 날, 문화극장서 영화관람
전남중 옆에는 광주 유일의 옥외 풀장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자리에 전남고가 설립됐습니다.
회사 사택은 광주시 북구 운암동 광주문화예술회관 뒤편에 단독주택 7채와 14평 아파트가 여러 동 있었습니다.
박 시인이 사택에서 살던 당시 온 가족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보름 동안 병원에서 치료받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가네보 방직이었던 종방(鐘紡)에서 분리된 일신방직과 전남방직은 서로 상대편 회사 인력을 받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었습니다.
◇ 화재 대비 극락강 물 끌어와 물탱크에 저장
그래서 물탱크 안에서 가물치 등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야간에 환풍기가 과열돼 불이 붙어 하마터면 대형화재가 발생할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초기에 진화해 다행스럽게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문책을 당할까봐 불안한 마음에 가슴을 졸여야 했습니다.
원면 목화는 전량 미국에서 수입해오는데 열차를 통해 광주역이나 송정역을 경유해 한 달에 두 차례 화물열차로 운송되었습니다.
자루에는 225kg의 면화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광주천에 시멘트 철교가 가설되었으며 한 동안 철로 선로가 남아있었습니다.
그 후 컨테이너가 등장하면서 화물선이 부산항에 입항하면 육로로 반입되어 화물열차 운송은 중단됐습니다.
박 시인은 대학 시절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 사보 기자로도 활약한 바 있습니다.
그렇게 30년간 수출역군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근무하다가 IMF를 맞아 만 55살로 정년퇴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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