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출산, 최고의 권리인 '생명' 살리도록 문 열어주는 법"

권지현 2024. 7.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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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최고의 권리이자 가치이며 우선 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해야 합니다."

오 대표는 "보호출산은 익명 출산을 통한 양육 포기를 조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위기 임산부들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제도"라고 역설했다.

결국 보호출산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의 핵심은 '개인의 위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고 보호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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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 입법 협력한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인터뷰
"보호출산, 양육 포기 조장하는 것 아냐…양육 상담할 용기 주는 제도"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 [오창화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생명이 최고의 권리이자 가치이며 우선 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해야 합니다."

지난 19일 시행된 '보호출산'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호출산제 입법과 시행을 지지했던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보호출산 입법에 나섰던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협업하는 등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이다.

오 대표는 "보호출산은 익명 출산을 통한 양육 포기를 조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위기 임산부들에게 상담받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제도"라고 역설했다.

결국 보호출산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의 핵심은 '개인의 위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고 보호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오 대표는 "그런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을 때 '어떻게 해서든지 우선 위기 임산부가 두려움 없이 상담받고 직접 양육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자'는 게 법의 취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오 대표와의 일문일답.

출생통보 및 위기임신보호출산제 시행 관련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출생통보 및 위기임신보호출산제 시행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7.18 jjaeck9@yna.co.kr

-- 보호출산이 이미 시행됐지만 아직도 논란과 폐지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 보호출산은 무엇보다 아동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제도다. 폐지를 요구하는 측에서 아동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데 일단 살아야 지킬 권리도 있지 않겠나. '고아 양산법' 같은 게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위기 임산부에게 아이와 엄마의 생명을 지킬 선택지를 주고 공식적인 장으로 나와 안전한 상담을 받도록 하는 법이다.

-- 어떤 경우에 보호출산이 필요하며 보호출산이 어떻게 산모와 아동을 '보호'할 수 있을까.

▲ 보편적 출생통보제가 시행되면 병원에서 출산하자마자 생모 호적에 아기의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

보호출산 없이 출생통보제만 시행되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생 신고를 할 수 없는 위기 임산부들이 병원에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다. 이전에는 병원서 낳고 익명으로 입양 기관이나 공적 시설에 아이를 맡겼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홀로 위험한 출산을 하거나 아이를 유기·살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위기 임산부들이 안심하고 자기를 노출하고 상담받게 하는 법이다. '일단 살리는 게 먼저'다. 보호출산이 없을 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위기임산부와 아동이다.

-- 익명을 보장함으로써 '병원 밖 출산'과 영아 유기·살해를 막을 수 있다는 건가.

▲ 2012년 개정 입양특례법에 '출생신고가 된 아이들만 입양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생기고 위기 아동 숫자가 갑자기 줄었다는 자료가 있다. 분명히 입양을 못 시키게 되면서 임신 중절을 했거나 아이를 유기한 이들이 있을 것이라 본다.

보호출산을 한다는 분들이 일반적인 상황에 놓인 분들이겠나. 신분을 숨길 만한 극단적인 어려움으로 병원 밖 출산까지 선택할 수 있는 이들이다. '아무 안전장치 없이 무조건 와서 당신의 모든 것을 까발리라'고 하면 누가 용기 내서 나올 수 있겠나.

-- '장애 아동 등의 양육 포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 장애 아동을 키우기 위한 양육 지원도 중요하지만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안으로 (위기임산부를) 일단 끌어들여야 하지 않겠나. 이번에 임산부를 위한 상담 전화번호 '1308'이 신설됐다. 익명 보장 없이 상담전화를 운영한다고 생각해 보자. 누가 상담을 받겠나? 익명 상담과 출산이 보장된 상태여야 상담을 신청할 것이다. 양육 지원 상담을 받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양육 포기 조장이라고 볼 수 없다.

--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 보호출산은 '비밀 출산'이 아니라 '익명 출산'이다. 두 가지는 천지 차이다. 비밀은 아예 이름 없이 낳는 것이고 익명은 다른 이름으로 바꿔서 국가가 보관하고 있겠다는 거다. 엄마와 아동의 정보를 국가가 다 가진 거다. 나중에 필요하면 재판 등을 거쳐 정보가 공개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아동이 자기 생모를 찾을 수도 있다.

--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 이후에는 어떤 제도가 필요할까.

▲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위기 임산부들을 다독여주고,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건강한 공동체를 국가가 만들어내고 지원해야 한다. 누구나 말 못 할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우리 자신이나 가족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경제적 지원에 더해 돌봄 서비스가 확장돼야 하는 건 물론이다. 아이를 부모와 '함께 양육'할 사회가 돼야 한다.

오늘부터 출생통보제·보호출산제 시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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