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에 필승조 연봉 수령, 그런데 관중만 차면 ERA 15점대…국민타자 쓴소리 “계속 이러면 NPB 꿈 사라져”
[OSEN=이후광 기자] 외국인투수인가. 아니면 2군급 5선발인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단기 외국인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2경기 만에 기대주에서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시라카와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4사사구 1탈삼진 5실점 난조로 2경기 연속 5회 이전에 강판됐다.
0-0으로 맞선 1회말부터 크게 흔들렸다. 선두타자 홍창기 상대 중전안타를 맞은 뒤 오스틴 딘을 우전안타, 문보경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김현수에게 2루수 쪽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과 아웃카운트를 맞바꿨다. 2루수 강승호가 2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늘린 사이 3루주자 홍창기가 홈을 밟았다. 계속해서 오지환을 사구로 출루시켜 2사 만루가 이어졌지만, 박동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가까스로 추가 실점을 막았다.
시라카와는 2회말 삼자범퇴에 이어 4-1로 앞선 3회말 추가 실점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오스틴을 만나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 풀카운트에서 던진 7구째 바깥쪽 슬라이더(128km)가 비거리 105m 우월 홈런으로 이어졌다. 시라카와의 시즌 4번째 피홈런.
5-2로 리드한 4회말에도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선두타자 오지환 상대 8구 승부 끝 내야안타를 맞은 뒤 폭투를 범했고, 박동원과 박해민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냈다. 박해민은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
시라카와는 4회말 무사 만루에서 이교훈과 교체되며 아쉽게 경기를 마쳤다. 투구수는 75개. 이교훈이 신민재와 홍창기를 상대 연속 적시타를 헌납하며 승계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는 불운까지 겪었다. 최종 자책점이 5점으로 확정되면서 시즌 평균자책점이 5.06에서 6.07로 치솟았다.
시라카와는 지난 10일 어깨를 다쳐 부상 이탈한 브랜든 와델을 대신해 두산과 총액 400만 엔(약 3400만 원)에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인 시라카와는 지난 5월 SSG 랜더스의 단기 대체 외국인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해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5.09로 경쟁력을 입증했다. 잠시 시행착오를 겪었던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1⅓이닝 8실점 7자책)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2점대였다. 시라카와는 SSG와의 6주 계약이 만료된 뒤 때마침 단기 외인 구인에 나선 두산의 영입 제의를 받으며 한국 생활을 6주 더 연장했다. 연봉도 180만 엔에서 2.2배 뛰었다. 3400만 원은 두산 필승조 요원 최지강의 올해 연봉이다.
기대를 모았던 두산 데뷔전은 실망스러웠다. 13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 6볼넷 3탈삼진 4실점(2자책) 83구 조기 강판됐다. 유격수 박준영, 1루수 양석환의 실책이 야속했지만, 볼넷을 무려 6개나 내주며 흔들렸다. 6볼넷은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6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의 4볼넷을 넘어선 한 경기 개인 최다 볼넷이었다. 스트라이크(43개)-볼(40개) 비율 또한 1대1에 가까웠다.
프로 무대가 처음인 시라카와는 유독 관중이 많은 경기에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6월 7일 2만678명이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롯데 상대로 1⅓이닝 7피안타 3볼넷 1탈삼진 8실점(7자책) 최악투로 고개를 숙였고, 7월 13일 삼성전과 19일 LG전 또한 잠실구장 2만3750석이 매진됐다. 2만 명 이상이 입장한 3경기 시라카와의 평균자책점은 15.75(8이닝 14자책)에 달한다.
시라카와의 두산행이 확정됐을 당시 타자 친화적인 문학에서 투수 친화적인 잠실로 무대를 옮겨 강속구와 다양한 구종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경기장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의 멘털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시라카와는 두산 데뷔전을 치른 뒤 “롯데전과는 또 다른 긴장이었다. 다리가 벌벌 떨렸다”라고 말했다.
시라카와의 최종 목표는 KBO리그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프로야구 진출이다. 그가 SSG와 계약을 마친 뒤 일본으로 떠나지 않은 것도 독립리그보다 프로 무대인 KBO리그가 꿈을 이루는 데 있어 훨씬 유리할 것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도 2군급 5선발의 모습을 보인다면 그의 다음 무대는 프로가 아닌 다시 독립리그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통산 159홈런을 때려낸 이승엽 감독은 시라카와를 향해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규모가 큰 야구장이 더 많고, 관중도 더 많다. KBO리그에서의 경험이 정말 큰 공부가 될 텐데 계속 이렇게 던지면 일본프로야구 진출의 꿈이 사라질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시라카와의 이적 후 세 번째 등판은 오는 25일 잠실 키움 히어로즈전이 될 전망. 삼성, LG전보다 비교적 적은 관중이 입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전3기 끝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감독은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아니 이제는 이겨낼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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