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팀 플레이어로 기억해주시길” 미소와 눈물의 고별식, 마지막까지 LG 사랑 전한 켈리 [SS인터뷰]

윤세호 2024. 7. 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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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구장에서 고별식을 마친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 잠실=윤세호기자 bng7@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마지막 핀스트라이프를 입은 모습도 케이시 켈리(34) 다웠다. 출전하지 않아도 되는 경기에서 강속구를 던졌고, 투구를 중단하는 게 당연한 상황에서 불펜 피칭을 했다. LG 역대 최고 선발 투수 켈리가 5년 반을 이어온 LG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켈리는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했다. 19일 LG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44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켈리가 이 경기에 등판할 의무는 없었다.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는 등판을 하지 않는 게 적절했다.

그래도 선발 등판을 자청했다. 동료와 마지막으로 함께 하고 팬들에게 LG 투수로서 마지막 투구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 결과도 좋았다. 1회부터 시속 150㎞를 던지며 2.2이닝 무실점. 우천 노게임으로 지워진 경기지만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에서 에이스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고별식이 열렸다. LG 동료들과 함께 눈물을 쏟으면서도 팬들의 환호에 미소로 화답했다. 외국인 선수로서 이례적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고별식에서 가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다음은 고별식 후 켈리와 취재진 일문일답.

-지난 며칠이 참 길고 머릿속이 복잡했을 것 같다. 어떻게 하루하루를 지냈나?

사실 지난 몇 년 동안에도 부진할 때마다 교체 루머를 듣곤 했다. 그럴 때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일단 지금 내가 드는 생각은 감사함이다. 한국에서 보낸 5년 반 동안 정말 대단하고 기쁜 시간을 보냈다.

한국 팬들은 나뿐만이 아닌 우리 가족들에게도 정말 잘해줬다. 이 추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LG를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등판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어제 대체자가 계약을 했다. 비즈니스 관점으로 보면 오늘 경기는 등판하지 않는 게 맞는 경기였다. 그런데도 코칭스태프에 등판 의사를 전한 이유가 무엇인가?

대전 경기가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경기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기 때문에 마지막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잠실에서 두산과 경기가 잡혀 있었고 이 경기를 준비해왔다. 이 경기까지 던지고 싶었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오늘까지 던지기로 했다. 동료들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이 노게임된 후 진행한 고별식에서 동료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경기 중에 비가 와서 중단이 됐고, 재개되려다가 결국 취소가 됐다. 마음이 싱숭생숭했을 것 같은데.

계속 집중하려 했다. 비가 그치고 경기가 재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끝내지 못한 이닝은 끝내고 싶었다. 아쉽게 경기가 다시 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짧은 이닝이라도 함께 해서 감사하고 다행이다.

-경기 취소가 결정된 후 고별식이 열렸다. 외국인 선수에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말 전혀 몰랐다. 외국인 선수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줄 것이라고 절대 예상하지 못했다. 눈물을 어떻게든 참으려 했는데 그 순간 눈물이 그치질 않더라. 남아주셔서 응원해주시는 팬들의 모습이 내 마음 한자리에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할 것이다.

고별식이 시작된 순간 울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더라. 동료들이 우니까 나도 울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5년 반 동안 LG 동료들과 함께한 모든 게 다 기억이 났다. 음식점에서 주문하는 법을 배운 순간, 커피 주문할 때 실수하지 않는 법을 배운 순간 같은 게 막 생각이 났다.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동료들과 돈독했다. 아이들끼리도 친했다. 이렇게 헤어지게 됐지만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영상 통화 계속하면서 연락하자고 했다.

팬들에게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솔직히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이런 대단한 팬덤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에 있으면서 팬덤을 알게 됐고 이해하게 됐다. 오늘 이렇게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아서 함께 해주셨다. 한국에서 첫날부터 지금까지 LG 팬들 덕분에 힘을 얻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이 노게임된 후 진행한 고별식에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고별식에서 그동안 활약했던 영상이 나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나?

많은 경기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내 최고 경기는 당연히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29년 만에 우승을 했고 챔피언이 됐다. 챔피언이 된 경기에 등판했고 승리 투수가 됐다. 굉장한 영광이고 굉장히 특별했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웨이버 공시가 되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는 계속 한국에 있을 것이다. 첫째 딸이 유치원을 다니니까 앞으로 일주일은 이전과 똑같이 여기서 가족과 지낼 계획이다. 첫째 딸은 일주일 후에 그냥 애리조나로 돌아가는 것만 알고 있다. 다시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은 모르는 것 같은데 알게 되면 좀 슬퍼하지 않을까 싶다.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이 노게임된 후 진행한 고별식에서 가족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마지막으로 주위 사람들과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그리고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바라는 점 같은 게 있나?

LG 선수들과 지도자분들, 프런트 분들, 그리고 팬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켈리라는 선수를 경기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신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늘 최선을 다했고 희생도 하려고 했다.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구도 잘했던 선수로 기억해주시기를 바란다.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친 후 염경엽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LG는 아니더라도 선수로서, 투수로서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선수로서 다음 계획은?

일단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미래를 생각할 시간이 있을 텐데 여러 가지 옵션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게 미국이 될지 대만이 될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선택지를 검토해보고 싶다. 여전히 나는 마운드에 서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은 선수다. 어딘가에서는 계속 야구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올해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나.

당연히 기쁘게 응원할 것이다. 올해뿐이 아니라 그 후에도 계속 동료들을 응원할 것이다. LG 트윈스는 항상 내 마음 한편에 특별한 곳으로 남아 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미국에서 열심히 응원하면서 보겠다. bng7@sportsseoul.com

LG 케이시 켈리가 20일 잠실 두산전이 노게임된 후 진행한 고별식에서 가족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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