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나 엄마랑 안 친한데?'에서 시작…모녀공감 높아져"

JTBC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마건영 PD [N인터뷰]①

JTBC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연출한 마건영 PD / JTBC 제공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엄마 앞에선 투정도 부리고 짜증도 내는 막내딸, '슈퍼스타' 이효리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지난 14일 종영한 JTBC 예능 프로그램 '엄마, 단둘이 여행 갈래?'는 이효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여행을 떠난 로드무비의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는 '제주댁' 이효리의 삶을, '캠핑클럽'에서는 핑클 이효리를 보여줬던 마건영 PD가 이번에는 '딸' 이효리를 화면에 담았다. 모녀의 잔잔한 여행은 큰 울림을 안겼다. 깊은 밤 건네는 '미안하다'는 사과에서, 어린 시절 기억을 꺼내는 엄마의 '손맛'이 담긴 찌개에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마건영 PD는 꽤 복잡한 감정으로 얽힌 '모녀의 세계'를 보편적인 이야기로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JTBC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를 마친 소감은.

▶시원섭섭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의도했던 바는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공동 연출하는 박성환 PD, 조연출 친구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 여행이라는 도구를 빌려서 모녀 사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다. 여행하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본편에는 모녀의 감정선을 중점으로 구성했다.

-기존에 했던 프로그램과 결이 다르다. 이 프로그램 성공의 기준이 무엇이었나.

▶목표점이랄 것까지는 없다. 내가 느낀 감정 중에 물음표를 해소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사회적으로 바라보면, 엄마와 딸은 다정한 사이이고 보통 '아들보다 딸이 낫지' 정도의 시선이 있는데 그보다 심오하고 여러 가지 모습이 있더라. 만나는 분마다 어머니, 딸과의 관계에 대해 여쭤보고는 했다. 이효리 씨의 경우 '누나는 엄마와 사이가 어때?' 질문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이효리 씨는 가족들에게 의지가 되는 사람이고 그렇기 때문에 항상 가족들을 챙길 것 같고 풍요롭게 해줬을 것 같다. 워낙 성격도 털털하니까. 그런데 거기서 '나 엄마랑 그렇게 친하지 않은데?'라는 대답이 나왔다. '별로 친하지 않은데, 엄청 좋지도 않아' 그게 보통의 감정선인 것 같다. 이효리 씨도 여느 모녀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일까, 그렇다면 많은 분이 자신을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님도 만나서 인터뷰하면서, 두 분 사이에 풀어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JTBC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이효리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모습을 다시 바라본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나 엄마에게 너무 친절하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보통 자식들은 자기 말투를 녹음해서 듣지 않는 이상 모를 거다. 방송을 한 번 보시더니 '나 왜 이렇게 못됐어?'라고 하시더라. 여행 중에는 자기도 많이 참다가 한마디 한 거였는데. 방송을 떠나서 이번 여행을 하길 너무 잘했다고 하신다. 이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단둘이 여행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또 여행을 떠날 계획도 있나.

▶어머님이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시더라. 길에 있는 간판은 읽고 싶어서 알파벳은 공부하셨다고 하더라. 그런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번 여행을 국내에서 한 이유는, 인간과 인간으로 떠난 여행인데 모녀 사이는 딱 잘라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여행이면 연세가 많고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어머님이 딸에게 더 의지하게 되고, 그러면 모녀 사이의 감정이나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국내로 결정했다.

JTBC '엄마 단둘이 여행갈래?' 연출한 마건영 PD / JTBC 제공

-이효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다.

▶'효리네 민박' 때, 이효리 씨는 오랜 시간 노출이 되어 있지 않았고 제주도의 삶도 대중에 나오지 않았다. 이효리 부부의 제주도 집을 민박집으로 운영하니까 약간은 판타지 같은 느낌이 있었다. 마당에 있으면 정말 새 소리, 바람 소리만 나는 곳이다. 거기서 이효리 삶의 판타지, 인간적인 모습이 함께 나왔다. '캠핑클럽'은 마냥 젊지만은 않은 여성들의 우정이 담겼다. 동창 같은 핑클 멤버들의 여행이다. 이번에는 슈퍼스타이지만 슈퍼스타 같지 않은 모습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효리다. '그래, 이효리도 딸이구나' 같은 모습이다.

-모녀의 첫 모습은 어땠나.

▶(이효리와) 밥을 먹는데 '다 먹었어? 엄마 집에 가자'고 하더라. 출연 허락 받으러 가게 됐다. 어머님은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어떻게 나오고 싶어 하실지 걱정이 많으실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처음 보는 이효리의 모습이 있었다. 어머님이 소파에 앉아 계시고 이효리 씨는 바닥에 앉아서 어머니가 깎아주신 사과를 먹더라. 어머님이 그런 이효리 씨의 머리를 손으로 빗겨주시더라. 이효리 씨가 엄마 앞에서는 그냥 막내딸인 거다. 이 모습을 담을 수 있으면 공감이 될 것 같았다.

<【N인터뷰】 ②에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