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아리셀 참사 막자"…정부, 리튬 '화재 안전기술' 개발 착수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로 리튬배터리 화재에 대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열확산 차단' 기술 개발을 비롯해 리튬전지 인증 전반에 대한 심층 검토 등 사후 대책 마련에 나선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국가기술표준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리튬 배터리의 화학적 특성상 큰 폭발이 발생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정성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일 '전지 공장 화재 재발방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리튬전지에 대한 인증 및 안전점검 내실화 △리튬 등 금속화재 안전기술 마련 및 화재대응 기술·장비 개발 △전지 업체의 유해 화학물질 안전관리 강화 등을 논의했다.
이후 산업부는 배터리 화재사고 발생 시 불이 주변 셀로 번지면서 큰 화재를 일으킬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열확산을 지연하거나 방지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최근 착수했다.
전자기기를 비롯해 전기차, 휴대전화, 노트북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시 진화가 까다롭다는 특징이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통상적으로 열 폭주 현상에 의해 발생한다. 양·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분리막 손상으로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며 화재가 일어난다.
리튬이온 일차전지 제조·판매를 주력으로 하던 화성 아리셀 공장은 당시 화재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려 22시간 만에 완진됐다. 실제 아리셀 공장 화재에서도 화염과 함께 폭발음이 연달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반 분말 소화기나 물은 리튬 이온 배터리 안의 열을 막을 냉각 효과를 낼 수 없어 화재 진화 방법에 한계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배터리 화재 시 주변 셀로 불이 번져 큰 사고가 나는 것을 막거나 지연시키고, 초기에 빨리 진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포커스를 맞춰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아리셀 사고의 원인인 리튬이온 일차전지는 군(軍)용 특수 설계 및 제작된 배터리로, 일반인들 쉽게 볼 수 있는 배터리는 아니다. 일차전지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에너지 밀도가 3~5배가량 높다. 반대로 전기차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이차전지는 일차전지보다는 에너지 밀도가 낮다.
리튬이온 이차전지에는 과충전이나 과열 등을 방지할 보호회로가 내장돼 있어 리튬 일차전지와 비교 시 안정적이다.
특히 리튬을 소재로 한 이차전지 중에는 리튬이온 외에도 리튬폴리머 이차전지 등 대안도 존재한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젤 타입의 고분자를 전해질로 사용하는 전지로 리튬이온 배터리보다는 가격이 비싸고 제조공정이 다소 복잡하다. 다만 가볍고 얇은 설계가 가능하며 안전성도 한층 강화된 장점이 있다.
또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이온 전해질 대 젤 형태의 전해질로 구성된 만큼 열폭주 위험성도 낮은 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화재 발생 온도는 약 150도, 폭발 온도는 200도에 달하는데 비해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화재 발생 온도가 200도, 폭발 온도는 220도까지 버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늘어나고 있는 리튬배터리 화재사고의 예방을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의 ESS 설치 지침 '855'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의 2차 폭발을 막기 위한 장치나 시스템을 갖출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 배터리 저장장치 화재에서 발생하는 오프가스에 대한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미 해군에서 발생한 리튬 배터리 사고 이후 민간 기업과 오프가스 탐지 관련 장비 개발에 나서 상용화를 이룬 바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855'와 같은 규정이 없다.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기준(NFPD 607)'이 존재하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오프가스에 대한 관련 규정도 없어 관련 연구 및 실증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에 정부는 리튬이온 배터리 관리에 대한 매뉴얼도 후속 대책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로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관리 매뉴얼이 별도로 없는 만큼, 관련 시설에 대한 규정이나 화재 진화에 필요한 소화 설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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