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뇌물 공화국”…사선 넘어온 북한 외교관의 폭로 ③ [뒷北뉴스]

고은희 2024. 7. 2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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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북한 관련 소식을 심층적으로 들여다 보는 [뒷北뉴스]를 연재합니다. 한주 가장 화제가 됐던 북한 관련 소식을 '앞면'이 아닌 '뒷면', 즉 이면까지 들여다 봄으로써 북한발 보도의 숨은 의도를 짚고, 쏟아지는 북한 뉴스를 팩트체크해 보다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리일규 전 참사가 자신이 근무했던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전경 사진을 배경으로 KBS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 전 참사는 한국-쿠바 수교 불과 석 달 전에 탈북을 감행했습니다. 당시 수교를 막는 게 리 전 참사의 주된 임무였다고 합니다. 리 전 참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이미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짚었습니다. 그럼에도 수교를 막기 위해 당국의 무리한 지시가 떨어졌고, 수교를 지연시키는 데 일정 부분 공을 세웠다고 털어놨습니다.

-쿠바랑 한국이 수교할 거라고 생각한 때가 있나?
=쿠바에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하고, 미겔 디아스카넬 집권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2년부터는 베트남식 개혁 개방 추진했다. 정치, 경제, 문화, 국방, 사회 각 분야 대표단들을 베트남에 보냈다. 1년 남짓한 기간에. 협정 체결, 합의문도 없고 그냥 가서 참관만 했다. 방문 목적은 짐작건대 쿠바가 베트남식 개혁 개방 추진하려고 하는구나 했다. 추측 근거는 쿠바가 변화를 결심하고 어떤 나라를 모델로 삼겠냐 했을 때 중국과 라오스는 실정에 맞지 않고, 가장 성공한 게 베트남이었다.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첫 번째 무역 상대국이다. 베트남이 쿠바에 가장 협조해주니 베트남식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쿠바가 개혁개방의 길로 간다, 우리 구미에 맞지 않지만 그 나라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니 왈가왈부하면 내정간섭일 수 있다. 경계할 점이 분명히 있었다. 90년대 베트남이 한국과 수교할 때 기습적으로 했다. 지금 쿠바랑 한 걸 연상시킨다. 베트남은 간접적으로 한국과 수교하겠다고 간접적으로 통보했다. 막아보려 했지만, 한국이 중국이랑도 수교하지 않았냐고 버텨서 수교를 했다. 한국-쿠바 수교라는 결과까지 갈 수 있다고 예고했다. 2023년 5월, 6월에도 또 예고했다.
쿠바와 한국 수교 영향도 분석했다.
이태원 참사 있은 다음에 쿠바 외무상이 이례적으로 위문 표명을 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쿠바가 저쪽(한국)에 눈길 보내고 있다고 제가 분석했다. 코트라 사무소가 쿠바 개설 시부터 인원 유동 등 분석하고. 그러나 두려워할 게 없다, 우리 인맥 관계 통해 충분히 저지시킬 수 있다고 북한에 보고했다.
당에서 준 과업이니 어떻게든 집행해야 한다는 각오였다. 실지 한국과 수교하는 순간 난 놀지 않았다, 다 과정 지켜봤고,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2가지 이유 때문에 문건 보고를 한 거다. 한국과 쿠바 수교는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쿠바는 미국의 제1 적국, 한국은 미국 동맹국. 쿠바 포위망에 구멍 뚫을 수 있게 동맹국 침투하게 한다, 이건 미국이 승인 안 할 거다. 쿠바와의 수교에 걸림돌이 된 건 사실이다.
당국에 설득력 있는 논거 제시해서 당국 잠재우지 않으면 피곤해진다. 매일같이 지시가 떨어지고, 매일같이 활동하라고 하고, 그걸 어떻게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하나. 그걸 일단 잠재우고, 내가 2024년 2월 정도를 내 임기로 봤고, 이후엔 안 할 수 있단 계산이 있었다. 이미 난 한국이 쿠바랑 수교할 거라고 봤다. 문책 있어도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 다 있었다.

-한국-쿠바 수교 보고했을 때 북한 반응은?
=2022년도 5월 북한에서 코로나가 유행했다. 김여정 부부장이 코로나 총화하면서 연설했다. 코로나 발생 근원을 한국에서 보낸 전단 통해 유입됐다고 했다. 외무성 충성분자들이, 저도 격분을 했는데 사실은. 쿠바, 시리아, 러시아 3개국에 지시 내리면서 한국 욕하는 정무적 규탄 성명 발표하란 지시가 하달됐다.
지시 집행 전에 건의안 올렸다. 쿠바는 실용외교 추구한다, 쿠바 대외 관계에서 근간이 국제적 지지 연대성이다. 봉쇄 받고 있어서 국제적 지지 연대성, 국제적 여론몰이에 주력한다. 자기 국익 없는데 나서지 않는다. 우리 내부에서도 모순이다. 김여정은 탈북자 쓰레기들이 (전단을) 보낸 거라고 했는데 한국 정부가 보낸 게 아니지 않느냐. 쿠바 정부가 시민단체 상대로 성명 낸다고 하냐 말이 안 된다.
그때 죽을 뻔했다. '패배주의자, 무조건 집행하라'. 그래서 '정부 성명은 힘들고 외무성 아시아 담당국장이 SNS에 글 발표하는 정도로 하자' 했더니, '그것도 안 된다' 했다. 형식적으로 외무성 가서 얼굴이 뜨거운 거, 저랑 인간관계로 가까운데, 면담했다. 해주면 안 되겠냐. 쿠바는 외교를 참 노련하게 한다. 아무리 북한이지만, 한국 사람들 잘못했다 규탄 안한다. 그런 보도에 대해서 유념하겠다, 보고하고 결론 받아주겠다 하고 끝냈다. '그쯤 하자, 할 수 없다' 이 말 못해서 그렇게 얘기한 거다. 그렇게 해서 보고했다.
결론은 주북 러시아 대사, 마체고라 대사가 인터뷰하는 걸로 끝났다. 내용 다 봤는데 한국에서 보내서 코로나 퍼졌다 이런 거 없다. 그냥 유감스러운 표현 정도. 당국에서 쿠바가 정부 성명 못 내겠다면 북한에 있는 쿠바 대사가 마체고라처럼 기자회견 하게 하라 했다. 대사는 평양에 있는데 나한테 왜 그 과업을 주냐. 그때 욕 많이 먹었다. 실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그런 지시가 어처구니없는 지시가 많이 떨어졌다.

-한국-쿠바 수교를 막기 위해서도 과한 지시 내려왔나?

=북한은 쿠바 관계를 외무성이 안 본다. 2018년 리수용 비서한테 과업 줘서 중국, 쿠바, 베트남, 라오스는 당 중앙위 국제부가 본다. 전문성 떨어진다. 쿠바통들은 다 외무성에 있고 국제부엔 없다. 국제부가 쿠바 잘 모르니까 대표부에 문의 많이 한다. 우리한테 쿠바 대책안 보고하라 해서 여러 대책안 보고했다. 실용적인 거 보고했다.
2023년도 쿠바 대사가 북한에 들어갔다. 이례적이었는데, 그거 제가 한 거다. 우리가 쿠바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혜택은 많이 받았지만. 동지로 생각한다는 의미로 중국 대사 받은 것처럼 쿠바 대사 받자. 그게 김정은 위원장까지 보고가 된 거다. 사인이 났다. 그래서 쿠바 대사가 들어가게 됐다. 한국-쿠바 수교 날짜 지연하는데 공로 세웠다, 어쨌든.

-한국-쿠바 수교 소식이 북한에 얼마나 충격을 줬는가?
=2024년 2월 14일, 김정일 위원장 생일 이틀 전날 발표가 됐잖아. 발표를 여기 와서 들었는데 처음 드는 생각이 '마철수 (쿠바 주재) 대사 소환되겠구나'. 대사 소환이 쉬운 일 아니다. 외교 관례에서 관계 단절에 못지 않은 항의 표시다. 그 정도 표시했단 건 다시 말해서 북한 정권이 한-쿠바 수교에서 받은 충격, 배신감 상당히 컸다는 실례다.


리 전 참사는 북한 외교관의 열악한 생활상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생활이 얼마나 열악한가?
=북한 외무성 인원이 1,300~1,400명 된다. 실제 해외 나가서 근무해서 손에 외화 쥐는 사람은 1/3이라고 하면 너무 많다. 1/5이라고 하면 좀 이해될 정도. 인원이 다 해외 나가서 근무하고 외화 버는 건 아니다. 일생 외무성 발 들여놨다가 그냥 가시는 분들도 다수고.
해외 나가봤댔자 태영호 의원님 근무하셨던 서유럽, 북유럽은 너무 법치국가고 법과 제도가 짜여져 있어서 불법 장사 하기가 힘들다. 거기 계신 분들은 노임, 한 달 500~600달러 노임에서 한 달에 100달러씩 절약하든 해서 가지고 들어가는 분들.
해외에서 불법 행위하는 거 보면 중남미는 시가, 동남아는 자동차 장사 많이 한다. 중동 지역은 금 장사랑 해당 나라 특성을 이용한다. 이슬람교가 돼지고기, 술, 담배 금지하지 않나. 그래도 그 나라 사람들 소비하니 면세에서 들여다가 비싼 가격으로 팔고. 코끼리 상아 갖고도 장사 많이 한다.

-쿠바는 시가를 많이 활용한다는데, 어떤 방식으로?
=케네디 대통령이 쿠바산 시가 좋아했다더라. 금수조치 전에 미국 시가 다 사들이고 발표했단 소리도 있다. 미국이 멕시코 국경 막기 전엔 육로로 많이 유통했다. 멕시코까지 여러 경로로 갖다 놓으면 트럭으로 육로로 가서 미국인들에게 판매했다. 근데 트럼프가 막으니까, 그 다음 행선지가 중국이다. 중국 소비시장 크니까 대량으로 들어간다. 외교 행낭에 넣어서 세관 검사 받지 않고 그냥 가는 거지.

-동남아 자동차 장사는 뭔가?
=면세 특권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수입하면 관세 붙어서 차값 비싸져. 외교관들은 해외서 차 사서 외무성에 각서 제출하면 관세 안 붙어. 2만 불에 사오면 현지에선 5만 불에 판매, 그럼 4만 불에 팔아도 두 배 이득은 나잖아.

쿠바 대사관에서 북한으로 시가를 보내냐는 물음에는 '내가 아는 한 없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김정일 말기 때부터 현지 특산품을 북한으로 직접 보내는 이른바 '정성품' 제도는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외교관들의 불법적인 외화벌이를 통한 뇌물 상납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고 폭로했습니다.
-쿠바 대사관에서 북한으로 시가 보냈나?
=그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쿠바 대사관은 제 손바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북한에 있을 때도 체크하고 있었는데, 몰래 김정은에게 보낸 건 아는 게 없다. 쿠바산 시가가 쿠바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김정은 일가에게 사치품을 보내는 활동을 한 건 없나?
=옛날엔 김일성, 김정일 땐 정성품이라고 해서 현지 특산물 모아서 거북이 알, '만년 장수에 이바지하자' 하면서 특산물 올리는 경우 있었다. 김정일 말기 때 제도가 없어지고, 김정은 땐 정성품 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들은 나름대로 들여오는 통로가 있잖아. 여기저기 들어오면 검사하기 힘들고, 방역 대책도 해야 되고, 숱한 품이 드니까, 본인이 소비하는 것도 아니니까. 당 중앙위 본부 서기실에서 해외 파견되는 지사들 많고, 지사들 통해서 해당 물자를 유입시키는 걸로 안다.

-외화벌이해서 뇌물 상납도 했나?
=끔찍하게 많다. 각종 뇌물 형식은 많다. 뇌물 거부감 때문에 여기 왔다고 여러 번 말씀. 공식적 뇌물은 상납금이라고 하는 충성자금. 외화벌이 기관은 1년에 2~3만 불 바쳐야. 안 바치는 단위들 같은 경우엔 20x10 정책 하니 공장 기업소 세워놓고 설비가 없으니 애국 마음 가지고 다 지원하라. 평양 종합병원 건설했는데 설비 없으니 외교관들보고 지원하라. 지원 명목이 매달 할당된다. 노임이 한 달 500달러인데 한 달 살기 힘들다. 100달러는 저축하는 걸 목표하는데 이것도 지원하라고 하나 오면 대사관에서 참사니까 직급 있으니 모범 보여야 다른 사람도 한다는 거다. 아내한테 어떡하겠나 설복을. 여자들은 사상보다 돈주머니 얄팍하면 가슴 아프잖아. 내놓기 싫다, 그런 갈등 조성시키고. 여러 사람 달라붙어서 '달라', 그 시달림 속에 항시적으로 한다. 뇌물 공화국이다, 뇌물 공화국.

리일규 전 참사는 북한의 외교관 실상은 눈물나는 게 많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외교관으로서 힘들었던 점이 있나?
=외교관 긍지가 뭔지 아나? 자기가 업고 있는 나라가 자기 긍지다. 내가 한국 외교관으로 있었더라면 더 멋있게 할 수 있었는데. 한국에 대한 국제 사회 시선 얼마나 긍정적이고, 좋은가. 나는 하필 제일 못 사는 나라 외교관이고, 못 살기만 하면 동정이라도 얻지, 온갖 불량행위 다 하는 불량배 국가 외교관인 거다. 외교라는 건 원칙, 관례, 규정 갖고만 하지 않고, 많은 경우가 외교라는 건 인간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이 사람한테 접근해서 영향 주겠다 할 때 활동하는 건 실지 10분도 안 걸리고 나머지 50분은 마음 사기 위한 활동이다. 북한 외교관이다 하면 다가오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다가가려면 다른 분보다 몇 배, 주머니 몇 푼 돈 없는 주제에 선물 하나라도 줘서 감동시키고, 이게 필수다. 외교관은 실상은 눈물나는 게 많다.
리일규 전 참사의 인터뷰는 모두 3편으로 나눠서 게재합니다. "새 여권 나왔다, 6시간 뒤 뜨자"...잘 나가던 북한 외교관은 왜? ① 김정은 대면한 북한 외교관의 증언..."얼굴 새빨갛고, 숨 가빠" ② "북한은 뇌물 공화국"...사선 넘어온 북한 외교관의 폭로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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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ging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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