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뒤 지구 근접'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한국 참가하나
한국, 과거 예비타당성 조사서 탈락…탐사계획 부활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 '아포피스'(Apophis) 탐사를 위해 세계 각국이 도전 의사를 내비치는 가운데, 한국도 한차례 탐사 계획이 무산됐던 과거를 딛고 다시 탐사에 나설지 주목받고 있다.
2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 학술총회에서 한국 우주항공청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국(ESA) 등 각국 우주 전담 기관이 모여 각국의 아포피스 탐사 계획을 공유했다.
박종욱 총회 조직위원장은 "각국이 생각하는 아포피스 탐사계획이 있는지, 만일 협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아포피스는 지름 370m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기만 한 소행성이다.
아포피스는 2004년 처음 발견된 이래 지구 충돌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소행성이다. 지름이 370m로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기만 하며, 서울 63시티(249m)나 N서울타워(233m) 보다 조금 크다.
아포피스는 특히 2029년 4월 지구와 달의 10분의 1거리인 3만2천㎞까지 근접해 지구를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
이는 지구를 도는 정지궤도 위성 고도인 3만6천㎞보다 가까운 정도로 지구에서도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런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는 것은 1천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나는 드문 기회로, 천문학계에서는 소행성이 가진 태양계 초기 물질 탐사와 지구의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조석력(다른 천체에 가까운 쪽이 더 중력을 받아 생기는 힘)으로 소행성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가 크다.
불과 5년도 남지 않은 아포피스 초근접 시기를 놓고 각국은 탐사전략 수립뿐 아니라 국가 간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소행성이 스쳐 지나가는 짧은 시간 각국이 시료 채취, 탐사, 충돌 관련 다양한 임무를 해야 하는 만큼 서로 조율해야만 최적의 과학적 탐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아포피스 탐사 계획을 확정한 미국의 경우 소행성 '베누'의 시료를 채취해 지난해 지구에 돌아온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OSIRIS-REx)'를 아포피스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이 탐사선은 아포피스가 지구를 스쳐 간 이후인 2029년 6월에야 소행성에 접근할 수 있다.
오시리스 렉스가 놓친 접근 전 데이터는 지난 16일 유럽우주국(ESA)에서 개발을 공식화한 탐사선 '람세스'(RAMSES)가 채울 전망이다.
ESA는 예산이 내년 하반기에야 확정되지만, 임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보고 큐브위성 2개를 포함한 람세스 임무에 대한 계획을 확정했다.
특히 람세스 개발에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협력을 확정했고, NASA와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한국 우주청도 탑재체 개발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ISRO는 지난 3일 '국제 소행성의 날' 행사에서 스리드하라 소마나스 ISRO 회장이 인도가 아포피스 탐사를 위한 기술을 확보했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탐사를 공식화했다.
각국 우주기구뿐 아니라 민간 우주 기업들도 협력 대열에 동참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아포피스 워크숍에서 다목적 궤도 수송선인 '블루링'을 통해 여러 우주선을 아포피스 근처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각국이 협력을 토대로 탐사 계획을 세우는 가운데 한국도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 아포피스 탐사를 업무계획 중 하나로 밝히면서 탐사선 개발을 재개할지 관심을 끈다.
한국은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계획 추진을 밝히며 관련 사업이 급물살을 탔으나, 국가우주계획에 소행성탐사가 2035년 이후로 계획됐다는 이유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후 사실상 잊힌 사업이 됐다.
당시에는 일정을 맞추려면 실패할 위험이 크다는 부담 때문에 탈락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며 정부 주도의 우주 사업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예로 평가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다시 도전해볼 만하다는 분위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주 분야 한 고위 관계자는 "앞서 정부 주도 우주개발 사업들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단계를 거친 것과 달리, 이제는 실패를 용인하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분위기"라며 "지금 시작해도 충분히 늦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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