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대표팀 에이스…VNL 30연패 끊은 정지윤 "희망이 생겼죠"[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윤(24)은 2024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통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아포짓 스파이커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정지윤의 성장 배경에는 페르난도 모랄레스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의 스피드 배구가 있었다. 정지윤을 만나 2024년 봄, 여름동안 놀라웠던 그녀의 배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연경이 떠난 대표팀, VNL 연패의 시작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신화를 달성했다. '배구여제' 김연경을 중심으로 베테랑 양효진, 김수지 등이 활약한 결과였다. 특히 8강전에서 한 수 위로 평가받던 터키를 풀세트 접전 끝에 꺾으며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도쿄올림픽에서 커다란 성공을 경험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후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주축 선수들이 차례대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당장 전력에서 큰 손실을 입었지만 세대교체를 통해 대표팀의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은 예상보다 빠르게 추락했다. 2022년, 2023년 VNL 예선라운드 12경기에서 모두 패하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2년 연속 승점 1점도 얻지 못했다. 2021년 대회 3연패까지 포함해 총 27연패 늪에 빠졌다.
경기력은 더 심각했다. 전문 아포짓 스파이커는 없었고 선수들의 높이는 낮았으며 리시브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불안정한 리시브와 토스 속에 아웃사이드 히터들이 공격을 시도했지만 상대 높은 블로킹에 막혔다. 세대교체를 꿈꿨지만 선수들만 어려졌을 뿐이었다.
'특급 유망주' 정지윤도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정지윤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간 시합인데 (계속 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잘 몰랐다. 죄책감까지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모랄레스호 출범…달라진 대표팀, 연패를 끊다
추락하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사령탑 교체를 단행했다. 기존 여자배구 대표팀을 이끌던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 대신 모랄레스 감독을 선임했다.
모랄레스 감독은 도쿄 올림픽 이후 세대교체를 진행하던 푸에르트리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세계랭킹을 16위로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는 한국 대표팀 부임 후 곧바로 스피드 배구를 도입하며 변화를 가져갔다.
스피드 배구는 빠른 토스와 움직임으로 상대 블로커들을 따돌릴 수 있는 전술이다. 신장이 낮은 한국 대표팀에게 안성맞춤 전략이었다. 다만 높은 토스에 길들여져 있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이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정지윤은 "스피드 배구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태국이나 일본 선수들이 스피드 배구를 하는 것은 봐왔지만 우리가 막상 하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래 저는 남들보다도 높게 때리는 선수였다. 낮고 빠른 공을 때려야 하는 스피드 배구에 대해 초반 걱정이 많았던 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걱정과 달리 정지윤은 스피드 배구에 가장 잘 녹아들었다. 그동안 높은 블로커들을 만나 힘겨워했던 그는 스피드 배구 속에서 낮고 빠른 토스를 강하게 때리는 법을 터득했다. 결국 지난 5월20일 태국전에서 16점을 올리며 여자배구 대표팀의 VNL 30연패를 끊었다.
정지윤은 "(태국전 승리했을 때) 어깨의 짐을 조금 던 기분이었다. 이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이전에는 벽을 대고 때리는 느낌이었는데 스피드 배구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희망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프랑스전 승리…대표팀 에이스로 우뚝 선 정지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다
정지윤의 활약은 계속 이어졌다. 대표팀의 주포로 프랑스전에서 팀 내 최다인 20점을 올리며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견인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정지윤의 맹활약을 앞세워 16개국 중 15위를 기록,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특히 정지윤은 VNL 대회 베스트 스코어러 부문 19위(129점)에 올랐다.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였다.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우뚝 선 것이다.
그럼에도 정지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 스피드 배구에 완성도를 높이고 본인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리시브까지 개선할 계획이다. 다가오는 대표팀 전지훈련과 2024~25시즌 V리그에서 확실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리시브다.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성장해야 한다"면서 "지난 시즌 처음으로 소속팀 현대건설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언니들에게 의지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에서 하고 있는 스피드 배구를 현대건설에서도 똑같이 하고 있다. 차기 시즌 V리그에서도 빠르게 하다 보면 국내 선수들에게 좀 더 잘 통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윙 포지션은 코트 안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급 유망주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변신한 정지윤. 그 이면에는 높은 공을 선호하던 성향을 버리고 빠르고 낮은 토스에 적응한 정지윤의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더 많은 성장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끝없는 성장으로 여자배구의 앞날을 밝히고 있는 정지윤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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