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유망주, 제2의 이정후… 꼬리표를 의식하지 않는 것, 슈퍼스타에 지름길은 없다

김태우 기자 2024. 7.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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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움 라인업의 현재이자 미래로 불리는 이주형은 큰 기대치에 대한 압박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5월과 6월에 부진했던 이주형은 7월  들어 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그만큼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성과가 더 크게 부풀려 질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 그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바로 슈퍼스타의 숙명이다.

키움의 현재이자 미래인 이주형(23)은 어린 시절부터 큰 기대를 먹고 자란 유망주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0년 LG의 2차 2라운드(전체 13순위) 지명을 받은 이주형은 LG라는 인기 팀의 미래 야수진을 이끌어나갈 기대주로 큰 관심을 모았다. 2023년 키움으로의 트레이드는 또 하나의 전기가 됐다. LG의 우승 마지막 퍼즐로 간주된 최원태와 바뀌어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주형은 한동안 ‘제2의 이정후’라는 타이틀이 이름 앞에 붙었다.

역설적으로 성과가 너무 좋았기에 그랬다. 이주형은 지난해 69경기에서 타율 0.326, 6홈런, 3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97을 기록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우투좌타, 외야수, 타격에서의 비슷한 느낌과 결과 등 모든 것이 이정후를 가리키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올해도 시작은 기가 막혔다. 시즌 첫 7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무려 0.483이었다. 미국으로 떠난 이정후의 뒤를 이을 선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은 강해졌다.

그러나 그 직후 부상이 찾아왔고, 한 달 정도 재활을 거쳐 복귀한 이주형의 타격은 예전만 못했다. 5월 한 달 동안 타율은 0.243에 머물렀다. 부상 여파라고 생각했지만 6월 타율도 0.247에 머물자 실망도 커졌다. 이미 ‘해줘야 할 때 해준다’는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선수였다. 이제 20대 초반, 그리고 아직 풀타임 소화 경력이 한 경기도 없는 이 선수에게는 버거운 짐이었을지 모른다.

홍원기 키움 감독도 올해 이주형의 성장 포인트를 그런 심리적인 짐을 벗어 던지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홍 감독은 “이주영이 지금 1군에서 풀타임을 몇 경기 뛰었나. 100경기 갓 넘었다”면서 이주형은 아직 제2의 이정후나, 김혜성처럼 팀을 이끌어나갈 중추적인 기둥이라기보다는 더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홍 감독은 “계속 말씀드리는 게 주변에서 만드는 ‘제2의 이정후’와 같은 프레임에 본인이 뭔가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부상 여파보다는 심리적인 중압감이 올해 성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형에게도 개별적인 면담을 통해 그런 부분을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면담을 할 때도 ‘그런 것들을 빨리 잊어야 한다’고 했다”면서 “지금 1번 타순에 계속 나가는 이유는 자기만의 어떤 루틴이라든지 타석에서의 투수 공략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많이 실험하라고 하는 것이다. 너무 결과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 선수는 주변의 높은 기대치를 스스로 덜어놔야지만 올해 많은 소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이주형의 올해 성적은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졌지만, 모든 것을 떠나 풀타임 첫 해의 24세 외야수라고 생각하면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

다행히 최근 들어 타격감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5·6월 바닥을 찍고 7월 타율 0.283을 기록 중이다. 18일 kt전에서는 모처럼 3안타를 쳤고, 19일 SSG전에서는 3점 홈런을 치며 기분전환을 했다. 홍 감독은 “본인이 홈런에 만족을 못할 것이다”고 헤아리면서 “요즘 중요한 찬스에서 계속 범타가 나오고 했다. 앞으로 조금 더 중요한 찬스에서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홈런이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주형은 20일 현재 시즌 61경기에서 타율 0.280, 8홈런, 3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0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 성적은 떨어졌다. 하지만 ‘제2의 이정후’라는 꼬리표를 떼고 보면, 그냥 만 24세의 첫 풀타임 외야수라고만 생각하면 결코 나쁜 성적이 아니다. 오히려 이전의 스포트라이트가 조금은 덜해진 만큼 더 차분하게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도 볼 수 있다. 자질은 충분히 보여줬다. 어떻게 가느냐의 싸움에서 홍 감독의 조언대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단단하게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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