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식 현장] LG 베테랑들도 눈물 펑펑, 켈리 인터뷰 도중 또 눈물 폭발한 순간은... "그들은 내 가족이었다"
켈리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미 자신의 방출 소식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른 켈리였다. 경기 전 켈리가 전광판에 소개되자 LG 팬들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켈리는 2⅔이닝 동안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3회 2사 후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경기가 중단됐고, 켈리의 마지막 한국 무대는 그렇게 끝이 났다. 중간에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켈리는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몸을 풀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재개를 앞두고 재차 비가 쏟아졌고, 끝내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경기 후 그라운드 한가운데, 켈리의 등번호 3번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펼쳐졌다. LG 구단이 떠나는 켈리를 예우하기 위해 마련한 고별식이었다. 두산 선수들도 켈리한테 다가와 이별 인사를 건넸다. 이후 LG 팬들은 그때까지 경기장을 떠나지 않은 채 켈리와 뜨거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켈리는 펑펑 눈물을 쏟았다.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LG 팬들도 눈물을 훔쳤다. 그런 관중들을 향해 켈리는 큰절을 했다. LG 선수들은 켈리를 헹가래 치며 떠나는 길을 배웅했다.
사실 켈리는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도 됐지만 이날 등판을 자청하며 고별전을 치렀다. 켈리는 "아내와 어제 이야기를 나눴다. 한화전(7월 14일)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잠실 구장에서, LG 홈 팬들 앞에서 한 번 더 던지고 싶었다. 그리고 나와 5년 반 동안 함께해준 동료들과 한 번 더 하고 싶었다"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동료들을 갑자기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이 울컥한 것이다. 켈리는 이어 "두산과 경기는 늘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동료들과 한 번 더 함께 경기하고 싶어서 등판을 자청했다"고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 비가 쏟아지면서 노게임이 선언됐다. 켈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집중하려고 했다. 또 경기가 재개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집중하려고 했다. 마무리 짓지 못한 이닝을 끝마치고 싶었다. 하지만 두 번째에 다시 비가 쏟아지면서 중단됐을 때, '아 이게 마지막이구나' 직감했다. 그럼에도 2이닝을 잘 던져서 동료들과 마지막까지 함께 야구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켈리는 동료들에게 건넨 이야기에 관해 "사랑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동료들은 내게 음식을 시키고, 커피를 주문하는 법을 알려줬다. 5년 반 동안 팀 동료들과 함께했다. 그들은 가족이나 다름없다. 가족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들의 자녀들과 나의 자녀들도 잘 지냈다. 그런 순간이 각별하게 남을 것 같다. 앞으로도 영상 통화를 하면서 지내면 더욱 가까워질 거라 생각한다"며 아쉬운 마음과 함께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켈리는 올해로 KBO 리그 6년 차를 맞이한 LG 구단 최장수 외인이다. 2019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으며 KBO 리그 무대에 입성한 뒤 올 시즌까지 KBO 리그 통산 163경기에 등판해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로 활약했다. 총 989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942피안타(68피홈런) 240볼넷 52몸에 맞는 볼 753탈삼진 403실점(357자책)의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 전까지 특별한 부상 없이 매 시즌 160이닝 이상 투구하며 1선발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2022시즌에는 16승을 올리며 2001년 신윤호 이후 21년 만에 LG 출신 다승왕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과 5차전에 선발 등판,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로 맹활약하며 팀에 29년 만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염경엽 감독은 "그래서 켈리를 이날 선발로 안 쓰려고 했다. 그래도 우리 팀에서 5년 이상 던져준 투수고, 어떻게 마지막에 잘해주는 게 좋을까에 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래서 켈리한테 이날 선발 등판 여부에 대한 결정권을 줬다. 켈리가 가족들과 상의한다고 한 뒤, 오늘 직접 선발로 나서겠다고 이야기해서 던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켈리가 1회초부터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런 켈리를 향해 LG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1회초 두산은 선두타자 정수빈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뒤 조수행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 강승호가 3구째 2루수 뜬공에 그쳤다.
반면 LG는 1회말부터 선취 득점을 올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회말 선두타자 홍창기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으나, 오지환이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 전날(19일) 멀티홈런을 친 오스틴이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키며 2-0을 만들었다. 계속해서 다음 타석에 들어선 문보경이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리며 3-0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김현수가 풀카운트 끝에 7구째 루킹 삼진을 당한 뒤 박동원이 3구째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다.
곧바로 이어진 2회말. LG는 재차 3점을 뽑으며 6-0까지 달아났다. 선두타자 김범석이 중견수 뜬공에 그쳤으나, 박해민이 좌전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두산 선발 발라조빅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2루 도루에 성공한 박해민. 신민재도 볼넷으로 출루하며 1, 2루 기회를 잡았다. 홍창기의 2루 땅볼 때 두산 2루수가 포구 실책을 범하면서 만루가 됐다.
여기서 LG는 오지환이 우중간 적시타를 터트리며 3루 주자 박해민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점수는 4-0이 됐다. 계속해서 오스틴이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며 6-0까지 도망갔다. 그러나 문보경이 1루 땅볼, 김현수가 우익수 뜬공으로 각각 아웃되며 추가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진 3회초 두산의 공격. 선두타자 전다민이 포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난 뒤 전민재가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그런데 잠실구장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3루 땅볼 아웃. 이어 다음 타자 조수행이 타석에 들어서려는 순간, 거센 비가 계속해서 내렸고 결국 심판진은 오후 6시 50분을 기해 우천 중단을 선언했고,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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