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안되는 보험사 M&A 시장…‘가격’ 언제쯤 낮아질까?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2024. 7. 21. 06: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령화·저출산에 보험사 ‘저성장’…매각가 지나친 ‘고평가’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보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가 본입찰을 실시한 결과 아무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보험사 매물이 넘쳐나지만, 실제 M&A(매각·인수)까지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보험사 M&A에 나서고 있지만 입찰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실사까지 마친 금융지주들도 보험사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보험사 M&A의 핵심은 '가격'이다. 고령화·저출산과 시장포화 등으로 보험업계가 저성장 사양산업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보험사의 매각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보의 3번째 매각 도전도 실패로 끝났다.

지난 4월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국내 사모펀드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는 결국 본입찰에 불참했다. 이번 MG손보 본입찰에는 국가계약법상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 외에는 참여할 수 없었다. 이번 매각 실패로 MG손보는 4번째 매각 도전과 청산 절차라는 기로에 서게 됐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보험사는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보 등이다. MG손보보다 앞서 지난해 KDB생명이 6번째 매각에 도전해 하나금융그룹이 실사까지 나섰지만, 매각은 성사되지 않았다. 현재 KDB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자회사 편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롯데손보도 매각에 도전하고 있다. 롯데손보 매각에는 ‘큰손’으로 알려진 우리금융그룹이 예비입찰에 참여하고 실사까지 나섰지만, 본입찰에는 응찰하지 않았고, 매각도 무산됐다. 롯데손보는 현재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했다.

롯데손보 인수를 포기한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추진 중이다. 우리금융은 동양생명, ABL생명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이고 아직까지 매각 조건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국내외 사모펀드와 금융그룹들이 높은 관심은 보이고 있지만 실제 인수까지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 M&A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이다.

과거 사모펀드들은 보험사 인수와 매각을 통해 양호한 투자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보험시장은 고령화·저출산과 시장포화 등으로 저성장 사양산업에 접어들고 있어, 사모펀드가 보험사 인수에 성공해도 과거처럼 투자이익을 거두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사모펀드 특성상 특정 기업을 인수 이후 되팔아 차익을 챙겨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ING생명을 인수해 신한금융에 매각한 MBK파트너스다. MBK파트너스는 2013년 5월 1조 8400억 원에 ING생명을 인수해 2018년 9월 2조 3000억 원에 신한지주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는 2017년 기업공개를 통해 1조 1000억 원, 배당금 약 6139억 원을 회수했다.

보험사 인수를 노리는 회사는 사모펀드뿐만이 아니라 국내 금융지주도 있다. 물론 보험사들도 국내 보험사에 인수되기 원한다. 사모펀드들은 향후 매각을 추진해야 하지만 금융지주들은 자본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ING생명을 인수하고 신한생명과 합병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켜 업계 5위 사의 생보사를 탄생시켰다. 또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해 KB생명과 합병해 KB라이프를 출범시켰다.

현재 비은행 강화를 위해 보험사 영입이 필요한 금융지주는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이다. 그리고 신한금융도 상대적으로 약한 손보업 강화에 관심이 있다. 또 외국계인 처브그룹도 최근 라이나생명을 인수하며 국내 보험시장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 매각가로 2조 원 중반에서 3조 원 수준을 희망하고 있지만,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매각에 실패한 MG손보의 대주주 JC파트너스가 1조 원 수준의 인수 및 추가비용과 사법 리스크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을 보험시장 탈출을 원하는 다자그룹 역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가가 고민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 매물이 많이 나와 있는 만큼 예비 인수자인 우리금융의 100% 매수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M&A의 최대 관건은 가격인데, 이는 한때 보험업이 지나치게 고평가된 탓이다”라며 “매각사와 예비 인수자가 적정한 가격 수준을 찾을 때까지 보험사 M&A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