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밥캣 사태' 확산일로…'스마트 머신' 그룹 큰그림 '삐걱'

박종홍 기자 김종윤 기자 2024. 7. 21.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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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로보틱스-밥캣 '합병 비율' 논란…밥캣 소액주주 "주식가치 침해" 반발
S&P "그룹의 밥캣 부정적 개입 가능, 신용감시 대상 지정"…정치권도 개입
분당두산타워 전경(두산 제공)

(서울=뉴스1) 박종홍 김종윤 기자 = 두산밥캣(241560)과 두산로보틱스(454910)를 묶어 '스마트 머신' 간판기업으로 키우려는 두산그룹의 계획이 두산밥캣을 중심으로 한 '소액주주 피해' 논란에 휩싸였다. 두산로보틱스를 키워 그룹 내 입지를 다지려던 '두산가 4세' 박인원 사장의 큰 그림이 흐트러질 우려도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1월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품고 두산밥캣은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두산밥캣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034020)를 포함한 3사는 지난 1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를 의결했다.

이번 개편은 4세 경영 시대에 접어든 두산 오너가에서 CEO 데뷔전을 시작한 박인원(51) 두산로보틱스 사장에 힘을 싣는 조치로 평가된다. 그룹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맡은 두산로보틱스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두산밥캣을 가져가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박인원 사장은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3남으로, 2022년 말 사장 승진과 동시에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협동로봇 생산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는 아직은 재무구조가 불안하다. 지난 2015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 행진이고 올해 1분기에도 6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면 북미 소형건설기계 강자인 두산밥캣은 2022년 1조 716억 원, 2023년 1조 3899억 원 등 2년 연속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알짜 계열사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현금창출 능력을 등에 업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협동로봇 제조사와 비교해 최대 제품군을 구성한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경영이 예상된다. 빠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형 인수·합병(M&A)을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선 박인원 사장이 두산로보틱스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한다면 그룹 내 후계 구도 입지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산그룹은 형제경영 특성상 소수 지분을 오너가가 나눠 갖고 있는데 2016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박정원 회장의 ㈜두산(000150) 지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7.64%에 불과하다. 박인원 사장은 박정원(62) 회장과 사촌간이다.

다만 이번 개편이 발표된 직후부터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비율을 1 대 0.63으로 정했다. 두산밥캣 1주를 두산로보틱스 0.63주로 교환해 준다는 의미다. 두산은 양사 주가 수준을 토대로 합병 비율을 정하는 현행법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두산밥캣 주주들로서는 주식 가치가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안정적인 실적을 내는 두산밥캣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이 강제로 적자 기업 '로봇 테마주' 주주로 전락하게 됐는데, 그나마 주식수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에서 "좋은 회사인데 주가가 낮다고 생각해서, 결국 본질가치를 찾아갈 것이라 믿고 오래 보유하려던 수많은 투자자들이 '로봇 테마주로 바꾸든지 현금 청산을 당하든지' 양자 선택을 강요받는 날벼락을 맞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합병 방식 자체에도 논란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을 보유한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일시적 비상장사가 된 투자회사를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것이 '꼼수'라는 지적이다. 비상장사와 상장사의 합병으로 진행되는 탓에 두산밥캣 소액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두산의 지배주주가 손쉽게 두산밥캣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현재 상법 개정 추진 과정에서 논의 중인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도입' 필요성을 증명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번 개편을 두고 "두산밥캣에 대한 그룹의 부정적 개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두산밥캣의 현금 흐름이 두산로보틱스의 사업 성장에 사용될 수 있다"며 현행 신용등급 BB+인 두산밥캣을 신용감시대상(Credit Watch)으로 지정했다.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졌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두산밥캣 합병 논란 재발을 막기 위해 상장법인의 합병 비율 산정을 규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1096pag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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