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이후 좌완 상대 OPS 1위' 퇴출 위기 KIA 외인, 유일한 약점마저 지우고 장수 외인 가능성 열었다
올해로 KBO 리그 3년 차를 맞이한 소크라테스는 여전히 슬로 스타터였다. 매 시즌 4월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22년 24경기 타율 0.227, 1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643, 2023년 23경기 타율 0.278, 2홈런, OPS 0.715를 기록했다. 일주일 일찍 시작한 올해도 4월 종료 시점에서 타율 0.270, 5홈런, OPS 0.765로 평범했다.
그러다 매년 5월부터 타격감을 터트리기 시작해 항상 시즌을 20홈런, OPS 0.8 언저리에서 마감했다. 리그 정상급 외국인 타자라 보긴 어려웠지만, 짧게나마 보여줬던 고점에서의 활약과 갈수록 여의찮은 외국인 선수 시장이 매년 고민 끝에 재계약 도장을 찍게 했다.
올해는 정말 이별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약속의 5월이 지나도 타오르지 않는 방망이가 문제였다. 올해 5월에는 25경기 타율 0.278, 6홈런 19타점 11득점, OPS 0.786에 불과했고 볼넷과 삼진 수도 각각 4개, 20개로 세부 성적도 엉망이었다. 안 그래도 나성범-최원준-최형우로 탄탄한 외야진에 뒤늦게 이우성까지 재능을 만개하면서 타격이 시원치 않은 외국인 외야수는 더 이상 불필요해 보였다.
6월부터 반전 활약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6월 7일 잠실 두산전 3안타를 시작으로 8경기 연속 출루를 하기 시작하더니 6월을 끝내 타율 0.329, 5홈런 18타점으로 마무리했다. 인상적인 건 볼넷과 삼진 비율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지난 2년간 269경기 86볼넷 161삼진으로 선구안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운 타자였으나, 6월 한 달간 16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17개로 더 많은 사사구(15볼넷, 2몸에 맞는 볼)를 얻어내면서 리드오프로서 가능성도 발견했다.
이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의견이 없진 않았다. 6월 종료 시점에서 소크라테스의 성적은 80경기 타율 0.289(308타수 89안타) 16홈런, OPS 0.845로 어디까지나 예상할 수 있는 수치였다. 하지만 짧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7월 중순이 넘어감에도 그 타격감이 유지되면서 차츰 소크라테스를 향한 회의적인 시선도 사라졌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소크라테스가 그동안 약했던 좌완 투수에도 차츰 대응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는 좌완 투수를 상대로 2022년 타율 0.230, OPS 0.600, 2023년 타율 0.248, OPS 0.734로 약점이 있었고 이는 KIA가 재계약을 망설인 이유 중 하나였다. 올 시즌도 5월 종료 시점까진 타율 0.235, 출루율 0.247 장타율 0.432, 1볼넷 18삼진으로 여전한 모습을 보이면서 퇴출 위기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6월 들어서는 리그 내 좌완 투수들이 피해 가야 할 공포의 타자로 등극했다. 6월 이후 20일 경기 종료 시점 타율 0.370(46타수 17안타) 4홈런 10타점, 출루율 0.482 장타율 0.739 OPS 1.221로 OPS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9개의 볼넷을 골라내고 들어오는 실투는 담장 밖으로 넘기면서 완전체로 거듭났다. 특히 구속이 느린 좌완의 공에는 템포를 늦춰 안타를 만드는 여유까지 보여주면서 확실히 감을 잡은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좌완 상대 시즌 성적을 타율 0.283, OPS 0.883까지 끌어올렸다. 우완 투수에도 타율 0.317, OPS 0.905로 여전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시즌 성적 역시 93경기 타율 0.305, 21홈런 70타점 65득점 8도루, 출루율 0.364 장타율 0.534 OPS 0.898로 커리어하이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장수 외인으로서 가능성도 충분하다. 장수 외인에 가장 필요한 성품과 팀원들과 친화력 역시 더할 나위 없다. 한창 소크라테스가 부진했던 4월 한 KIA 구단 관계자는 "소크라테스는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타자 중 하나였다. KBO 리그에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과 피칭 클록이 들어온다는 사실도 확인해 그거까지 준비해왔다. 지금(4월)은 생각보다 타구가 뻗질 않아 고민일 뿐, 곧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 믿는다"고 강한 신뢰를 보였었다. KIA가 계속된 교체 고민에도 끝까지 인내한 건 여의찮은 외국인 선수 시장 문제도 있었지만, 3년간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태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그동안 KIA의 외국인 타자 계보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2019년 잠시 스쳐 간 제레미 헤즐베이커를 제외하면 2014년 외국인 선수 슬롯이 확대된 이후 최소 2년씩은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4년 이상 계약을 한 외국인 타자는 없었다. 외국인 투수로 넓혀 봐도 3번 이상 재계약에 성공한 선수는 2002년 입단해 2005년 시즌 도중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던 다니엘 리오스(은퇴)가 유일했다. 대부분 3년 차에 한계를 느끼고 KBO 리그를 떠난 가운데 소크라테스가 그 벽을 넘어 외국인 타자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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