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부친에게 배운 러시아 대하는 법 [PADO]
[편집자주] 외교가에서 가장 핫한 논의주제 중 하나는 과연 과거 닉슨-키신저가 이뤄냈던 것처럼 미국과 서방이 이번에는 러시아를 끌어내어 중국 봉쇄에 동참시킬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무엇보다 중국과 러시아가 긴 국경선을 가지고 있어서 근본적으로 둘이 친해지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러시아 분리가능론의 주요 논거입니다. 반대론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과거 같은 분쟁들이 벌어지지 않고 있어서 양국의 결별 가능성이 안보인다고 주장합니다. 2024년 6월 24일자 포린어페어스 기사는 중러 관계가 과거 중소 관계와 달리 이데올로기보다는 편의와 실용에 기반하고 있어서 더욱 유연하고 그래서 더욱 견고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데올로기는 뜨겁기 때문에 쉽게 합치기도 하는데 그것으로 둘러싼 싸움으로 쉽게 분리시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 기사는 강력한 미국과 서방이 유라시아 대륙 주변에 포진해 있고, 대륙의 심장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실용적 이유로 협력하고 있다면서, 아버지 시중쉰이 오랫동안 중소관계를 다뤄왔던 것을 옆에서 지켜본 시진핑이 러시아를 다루는 법을 상당히 잘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합니다. 즉, 시진핑은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게' 적절한 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사가 시의적절한 이유는 트럼프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현재, 트럼프가 마음에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국봉쇄 및 러시아 활용 구상이 현실 정책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중국과 러시아를 묶고 있는 끈은 얼마나 강할까요? 러시아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의심과 우려를 보면 조금이나마 그 끈의 강도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압박, 그리고 중러의 협력. 당분간은 이 구도가 이어지리라 생각됩니다. 아버지 시중쉰과 아들 시진핑의 대소, 대러 정책, 어떻게 이어질지 흥미롭습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2년 2월 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제한 없는" 파트너십을 표방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지 않았고, 러시아가 전쟁에 필수적인 공작기계부터 엔진, 드론에 이르는 물자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시진핑과 푸틴의 친밀한 파트너십은 서방 정부들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다. 냉전 초기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묶었던 동맹이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러시아와 중국은 이러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일축했지만, 현재의 파트너십은 공산주의 세계를 함께 이끌던 시절보다 더 탄력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시진핑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은 중국 공산당 고위 관리였는데 경력 대부분이 베이징-모스크바 관계의 축소판과 같았다.
시중쉰은 1920년대와 1930년대의 혁명 초기부터 1940년대 단속적(斷續的)으로 진행된 원조와 1950년대 소련 모델의 전면적 모방, 1960년대와 1970년대 공개 분열, 1980년대 후반 화해에 이르기까지의 전개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관여했다.
시진핑 아버지와 모스크바의 관계는 친밀과 적대 모두 위험하다는 것, 너무 가까워지면 감당할 수 없는 긴장이 조성되어 오히려 값비싼 불화를 낳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시진핑은 현재 모스크바와 베이징의 관계가 1950년대보다 훨씬 더 강하며 초기 분열로 이어진 긴장을 피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궁극적으로 두 나라를 갈라놓았지만, 지금은 보수적이고 반서구적이며 국가주의적인 태도가 두 나라를 묶는다.
과거에는 개별 지도자 간의 좋지 않은 관계가 관계를 손상시켰지만, 오늘날 시진핑과 푸틴은 개인적인 관계를 양국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는 상대방을 위해 자국의 이익을 희생해야 했던 냉전시대 동맹의 긴박함이 동맹 해체의 씨앗을 품고 있었지만, 현재의 편의적인 파트너십은 더 많은 유연성을 허용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는 중국 공산혁명 승리 초창기처럼 일사불란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금방 서로 멀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계속)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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