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상현 "與, 계파 정치로 탄핵 당해…전대 후유증 큰 걱정"
"전대,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의 대리전 양상… MB·朴도 치열하게 싸웠지만 화합"
윤상현 "尹 정부 국민 기대에 못 미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민적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스스로 뼈를 깎는 진지한 성찰 반성이 필요하다. 계파 정치, 줄 세우는 기득권 정치를 청산하겠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도전한 5선의 윤상현 당대표 후보는 지난 17일 고양에서 진행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22대 총선 참패를 두고 "재작년부터 수도권 위기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당은 비겁하게 침묵했다"라며 "수도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3년 차. 신임 당대표에게는 192석의 거야에 맞서 정부여당을 견인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주어진다. 윤 후보는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협상력, 투쟁력, 대국민 호소력 3박자를 갖춰야 한다"며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진지한 성찰 반성이 필요하다. 결국 여야는 적대적 공생관계인데, 먼저 변화 혁신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보수정당의 험지로 꼽히는 인천에서 무소속으로 두 번 당선돼 5선 고지에 올랐다. 경쟁 후보들보다 낮은 지지율에도 윤 후보가 "싸워 승리한 DNA가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윤 후보는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토대로 소신과 진정성을 가지고 끝까지 임할 생각"이라며 "저부터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당원 중심의 정당'을 위해 당헌소환제, 신문고제도 등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권 주자들의 폭로전으로 당은 한동안 후유증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공방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여권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 전대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문자 전문(全文)이 공개됐고, 나경원 후보의 2019년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사실이 드러났다. 야권에서는 '당무 개입', '청탁금지법 위반'을 이유로 수사를 압박하고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 간 폭로전과 비슷한 흐름이다. 당시 박 후보는 이 후보의 'BBK 실소유주 의혹'을 제기했고 이 후보는 박 후보와 '최태민 일가' 비선 관계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두 전직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으면서, 보수 정권은 뿌리채 흔들렸다. 윤 후보는 "우리는 계파 정치로 탄핵 당한 당이다. 자폭·팀킬이 난무하기 때문에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며 "전당대회 이후로도 당이 분열되면서 후유증이 남을 텐데 큰 걱정거리"라고 우려했다.
아래는 윤 후보와의 일문일답.
-당대표에 출마한 이유는.
22대 총선에서 당이 괴멸적으로 참패했다. 재작년부터 수도권 위기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당은 비겁하게 침묵했다. 당 지도부를 더 이상 영남 인사에 국한시키지 말고, 수도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부가 필요하다. 원외 대표로는 한계가 있다. 국회가 전쟁터다. 원내 전략을 짜야 하는데, 대표가 밖에 있으면 어떻게 대응할 건가. 저부터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자 한다. 계파 정치, 줄 세우기 기득권 정치를 청산시키고 당원이 진짜 주인이 되는 당을 만들겠다.
-여론조사에서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막판 뒤집기 전략이 있다면.
제게는 민주당과 싸워 승리한 DNA가 있다. 무소속으로 나가서 두 번 살아오고 수도권 험지에서 연속 5선을 했다. 탄핵 이후 당이 분열돼 위기에 처해 있을 때도 당원 동지들과 끝까지 동고동락했다. 윤심(尹心)이 당심이고, 민심이 당심이자 윤심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토대로 소신과 진정성을 가지고 끝까지 임할 생각이다.
-당대표가 되면 가장 주력하고 싶은 정책은 무엇인가.
여의도연구원 혁파다. 여의도연구원이 이익집단으로 변했다. 우리 당의 이념적 좌표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이끌 수 있도록 여의도연구원을 혁신하겠다. 당원이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당원이 공천권을 가져야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을 갈아치울 수 있는 '권리당원 소환제'를 마련하고자 한다. 당협의 문제점을 중앙당에 올릴 수 있는 채널, 신문고제도 만들겠다.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한 후보의 폭로가 있었다. 의원들 사이에서 한 후보 비토 목소리가 컸는데.
자폭·팀킬이 난무하다. 후보들이 서로 자중자애할 필요가 있다. (한 후보의 발언은) 선을 넘었다. 더 이상 야당에게 공격할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은 나 후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당의 문제였다. 한 후보가 결국 사과했지만, 공개적으로 말한 건 명백한 잘못이라 본다.
-한 후보에게 사천 논란, 댓글팀(여론 조성팀)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에 사법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는데.
대표에게는 여론 조성팀은 물론 사천 논란 등 어떤 사법리스크도 있어서는 안 된다. 본인이 단호하게 아니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믿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몰카 공작의 측면이 강해서 피해자라고 볼 수 있지만, 대통령께서 이미 한 차례 사과를 했다. 여사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텐데,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여사께서 본인의 심정을 말씀 주실 거라고 기대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후보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전대 이후 당 화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분당대회로 흘러가는 이유는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의 대리전 양상이라 그렇다. 전당대회 이후로도 당이 분열되면서 후유증이 남을 텐데 큰 걱정거리다. 봉합이 쉽지 않을 거다. 우리는 계파 정치로 탄핵 당했고 망했다. 2007년 8월 대선 경선에서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이명박 대선 후보의 경선 승리를 축하해주고, 깔끔하게 승복한 역사가 있다.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불문율대로 화합으로 가야 한다.
-총선백서가 결국 전당대회 이후에 발간될 것으로 보이는데.
전당대회 이후에 나오는 게 무슨 소용이 있나. 아주 잘못됐다. 지난 총선 참패의 진지한 성찰 속에서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전당대회가 돼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당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방향은 어디로 갈지 논의했어야 했는데 아쉽다.
-윤석열 정부 집권 3년 차다. 집권여당의 역할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은 옳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적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깊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우선 당이 근본적으로 변화와 혁신의 선봉장이 돼야 돼야 한다. 우리 스스로 뼈를 깎는 진지한 성찰 반성이 필요하다. 혁신 경쟁의 드라이브를 걸고, 또 대통령에게 민심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당당하게 전해야 한다. 대통령과 신뢰가 있는 후보로서, 윤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
-22대 국회에서 거야(巨野) 민주당과 극한 대립이 예상되는데, 당대표로서의 역할은 무엇인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협상력, 투쟁력, 대국민 호소력 3박자를 갖춰야 한다. 저 무도한 야당을 만든 건 바로 우리라는 걸 알아야 한다. 야당이 잘 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못 해서 192석을 만든 거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변화와 혁신이다. 결국 여야는 적대적 공생관계인데, 먼저 변화 혁신의 주도권을 잡겠다. 야당도 국민 눈이 있기 때문에 따라올 수밖에 없고, 이를 통해 여야 간 정치를 복원하고 대화 협상에 나서겠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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