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이별… '잠실 예수' 켈리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잠실=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수년간 LG 트윈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34)가 잠실에서 마지막 등판을 마무리했다. 고별전 소감까지 LG팬들과 선수들을 향한 애정으로 가득 채웠다.

LG는 20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를 벌였지만 3회초 우천 노게임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는 LG와 켈리에게 특별했다. 2019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LG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KBO리그 통산 73승을 수확한 켈리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어제(19일) 새벽에 새 외국인 투수와 계약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원래는 (20일 경기에) 켈리를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켈리가 5,6년간 헌신했는데 안 던지는것보다 팬들에게 고별하는 개념으로 던지는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1,2점 준다고 (켈리를) 교체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랑 똑같이 던질 것이고 야수들은 (켈리의 승리를 위해) 오늘(20일) 엄청 열심히 할 것이다.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 가는 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LG 야수들은 2회말까지 켈리에게 6점을 지원해줬다. 켈리 또한 3회초 2아웃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런데 잠실야구장에 폭우가 쏟아졌다. 빗줄기가 잦아들었을 때 구장 정비 작업을 벌였지만 또다시 비가 내렸고 우천 노게임으로 켈리의 고별전이 마무리됐다.

켈리는 경기를 마친 후 동료들과 포옹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LG는 켈리의 고별식 행사를 준비해줬고 켈리는 팬들을 향해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남겼다. 수많은 LG팬들이 켈리를 연호했고 동료들 또한 눈물을 보였다. 켈리가 잠실구장을 한바퀴 돌며 인사를 하는 것으로 고별식이 마무리됐다.

켈리는 고별식 후 인터뷰에서 "어제(19일) 아내와 (마지막 등판에 대해) 상의를 했다. 잠실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던져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팀 동료들과 5년 반 함께해서 특별하고 좋았는데 한 번 더 등판하고 싶어 (고별전 등판)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비가 다시 내렸을 때 이게 내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었다. 그럼에도 2이닝을 잘 던진 것, 동료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고별식이 열린 것에) 굉장히 놀라웠다. KBO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중에 이런 행사를 한 선수가 없었던 것 같은데 저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켈리는 LG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켈리는 "세리머니를 시작하니까 눈물이 그치지 않더라. 궂은 날씨였는데 팬 여러분들이 계속 남아서 기다려주셨다. 그 순간은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전했다.

켈리는 끝으로 "(팬분들이) 야구 선수이기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 해주셨으면 좋겠다. (야구 선수로는)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LG팬들에 작별 인사를 보냈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2jch422@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