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에이스' 켈리 눈물 펑펑, 큰절로 인사했다…"LG는 내 가족, 감사하고 사랑한다"[일문일답]

김민경 기자 2024. 7. 20.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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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와 정종민 통역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5년 반 동안 함께하면서 가족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사랑하고 감사하다."

LG 트윈스 에이스 케이시 켈리가 눈물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켈리는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려 했다. 켈리는 2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고 있었고, 그사이 타선이 6-0 리드를 안기면서 개인 통산 74번째 승리를 챙기나 싶었는데 하늘이 가로막았다. 강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로 오후 6시 50분부터 경기가 중단됐고, 비가 잦아들면서 오후 8시 35분 경기 개시를 목표로 그라운드 정비에 나섰으나 8시 22분쯤부터 2번째 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LG 구단은 19일 새벽 이미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약 6억원)에 계약을 마쳤고, 켈리에게도 방출 통보를 한 상태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켈리에게 결별을 이야기하면서 "팬들하고 인사할 시간을 만들어 줄 건데 '마지막에 네가 멋있게 인사를 하고 갈래? 경기를 하고 갈래?'"라고 물었고, 켈리가 고심 끝에 고별전 등판을 결심하면서 마지막 등판이 성사됐다.

염 감독은 "사실 대부분은 (교체가 된 선수를 경기에) 안 쓴다. 약간 김이 빠지기 때문에 안 쓰는데, 본인이 원하면 그래도 마지막 모습을 잘 보이고 가고 싶은 어떤 동기 부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프런트와 상의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 우리 선수들하고 마지막으로 같이 경기를 하는 것이고,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처럼 그냥 인사만 하고 가는 것과는 분명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 야수들은 엄청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면 켈리도 열심히 던질 것이고, 그 동기부여는 있다고 생각한다. 켈리가 마지막으로 가는 데 좋은 모습으로 갈 수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켈리는 2019년 처음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KBO리그 6년차였다. 올해 켈리가 LG와 재계약한 총액은 150만 달러(약 20억원). 지난해 받았던 180만 달러(약 24억원)에서 30만 달러가 삭감된 금액이었지만, 여전히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자였다.

켈리는 KBO리그 5년차였던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방출 위기를 겪었다. 전반기 18경기에서 6승5패, 107⅓이닝, 평균자책점 4.44로 고전했기 때문. 켈리의 구위 저하 문제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에도 LG는 일단 믿고 시간을 줬고, 켈리는 후반기 12경기에서 4승2패, 71⅓이닝,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면서 기어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LG는 켈리의 후반기 활약 덕분에 시즌 막바지 정규시즌 1위를 확실히 굳힐 수 있었고, 한국시리즈까지 승승장구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켈리는 한국시리즈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1⅓이닝, 평균자책점 1.59로 맹활약하면서 5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LG 동료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LG는 당연히 켈리와 재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켈리는 또다시 흔들렸다. 켈리는 한국 타자들이 이제는 자신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보고, 스프링캠프부터 스위퍼와 스플리터를 다듬는 등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에도 올해 19경기에서 5승8패, 113⅔이닝, 평균자책점 4.51에 그쳤다.

예상보다 빨리 끝이 찾아왔지만, 6년을 함께했던 켈리였기에 LG 더그아웃과 관중석은 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 켈리가 서럽게 울자 포수 박동원을 비롯한 선수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노게임이 선언된 뒤 구단은 켈리의 고별 행사를 마련했는데, 폭우 속에서도 LG 팬들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켈리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LG 구단이 준비한 기념품을 받은 켈리는 경기장에 함께한 아내, 아이들과 포옹했고, 마지막으로 6년의 시간이 기록된 영상을 전광판으로 함께 지켜봤다. 켈리는 한국식으로 큰절을 하면서 빗속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팬들에게 인사했다.

▲ 왼쪽부터 LG 트윈스 오스틴 딘, 김현수, 케이시 켈리, 박동원, 오지환.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헹가래를 받고 있는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굿바이 에이스'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다음은 케이시 켈리와 일문일답.

-복잡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이 돌았다.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 시즌 초에 교체설을 들었고, 지금도 들었는데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한국에서 보낸 5년 반이란 시간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팬들이 나뿐만 아니라 가족도 친절히 대해줘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감사하게도 한번 더 등판 기회를 가져 기분 좋았다.

-어제(19일) 교체가 결정됐고, 사실 오늘 등판하지 않아도 됐는데 고별전을 준비한 이유는.

어제 아내와 상의를 했다. 던지기로 결정했고, 그 배경은 한화전 등판이 마지막인 걸 모르는 상태였다. 이렇게 된 이상 잠실 팬 앞에서 한번 더 던지자는 그런 배경으로 결정했다. 다른 이유는 팀 동료들, 5년 반 동안 함께하고 특별해 감사했는데 그 동료들과 한번 더 해보고 싶었다. 두산전 경기는 늘 즐거웠기 때문에 동료들과 한번 더 해보고 싶어서 결정했다.

-비를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집중하려 했다. 비가 그치고 경기가 재개될 것이란 생각이 있어 집중하려 했다. 끝내지 못한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2번째 비가 쏟아져서 다시 방수포가 덮이고 중단됐을 때 이게 내 마지막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2이닝을 잘 던져서 동료들과 야구를 했다는 점에 감사하다.

-이례적인 고별식이었다.

놀라웠다.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선수 가운데 이런 행사를 한 경우를 보지 못한 것 같다. 5년 반 동안 여기 있는 모든 분들뿐만 아니라 내게도 특별한 시간이었다. 고별식이 열리는 것은 전혀 생각 못 했다. 울지 않으려고 잘 참았는데, 고별식이 시작되니까 눈물이 그치질 않더라. 날씨가 비도 많이 왔는데 팬들께서 기다리고 남아주셔서 그 순간은 내 마음 한구석에 남을 것 같다. 오늘 행사를 기획한 프런트에 감사하고,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LG 동료들도 많이 울던데, 어떤 작별 인사를 나눴는지.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웃기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음식 주문하는 법과 커피 주문 오류가 나지 않도록 동료들이 잘 알려줬다. 5년 반 동안 함께하면서 가족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자녀가 있는 동료는 내 자녀들과 친구 사이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영상 통화 자주 하면 될 것 같다. LG 선수로 뛰는 건 마지막이지만, 계속 연락하고 지낼 수 있어 더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고별 영상이 상영됐는데,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많은 경기가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데, 한국시리즈 경기를 꼽고 싶다. 한국시리즈에 뛴 것만으로도 특별하니까. 그중 가장 특별한 건 5차전이었다. 5차전에 던져서 29년 만에 팀이 우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우승 팬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그 경기에 던져 승리할 수 있어 영광이고 특별했다.

▲ 오지환 켈리 ⓒ곽혜미 기자
▲ 김현수 켈리 ⓒ곽혜미 기자

-아이들은 아버지가 한국에서 뛰는 장면만 지켜봤을 텐데, 지금 상황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첫째 딸이 이해할 나이인데, 애리조나로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빠 다음날 비행기 타요?' 하길래 그렇다고 했다. 둘째는 아직 이해하기는 어리다. 첫째는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있어서 웨이버 되고 1주일 정도 시간이 있을 텐데, 그 기간에는 똑같이 다닐 것이다. 그 이후에는 애리조나에 돌아갈 시간이라고 이야기해줄 것이다. 막상 떠나면 슬퍼할 것 같다.

-시간이 지났을 때 한국에서 켈리를 어떤 선수로 기억했으면 하는지.

야구선수이자 인간 켈리로 더 기억했으면 좋겠다. LG에서 계약한 순간부터 팬들께서 큰 응원을 보냈다. 처음에는 KBO의 팬심을 잘 몰랐지만, 경험해 보니까 팬심에 큰 감명을 받았다. 나갈 때마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 드리려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팀을 위해 희생하기도 했는데, 진짜 최고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고 야구 잘했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한다.

-LG와는 작별이지만, KBO리그에서 아직 기회가 있지 않나.

오늘 만감이 교차했다. 내가 행복한 것은 건강하고, 시즌을 거듭하면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다음 주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을 텐데 여러 옵션이 있다. 미국일지 대만일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난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

-마지막에 팬들에게 큰절을 하던데.

사실 아무것도 준비 안 한 상태였다. 고별식이 있을 줄 몰랐는데, 팬들께서 끝까지 남아 주셨고 구단에서 이런 행사를 준비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항상 구단 선수들과 직원들이 존중해 주셔서 감사했고, 생각 이상으로 많은 분께 감사를 느꼈다.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고 특별해서 큰절을 했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관중석에서 응원할 마음 있는지.

사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동료를 응원하는 것보다 팀의 일원으로 경기하고 싶었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면 당연히 응원할 것이다. 지금도 앞으로도 LG를 응원할 것이다. 미국 집에서 보면서 응원하겠지만, 한국에 와서 응원은 어려울 것 같다. 감정적인 게 남아 있다 보니. 그래도 LG를 응원할 것이다.

-절친한 사이인 유강남(현 롯데 자이언츠)과 대화를 나눴는지.

유강남이 무릎 수술을 받은 소식을 들었다.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문자를 보냈더니 '마지막 경기 잘 던지고 재미있게 경기 하다 가'라고 답장이 왔다.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서로 이야기했다.

▲ LG 트윈스 선수단과 인사하는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두산 베어스 선수단과도 인사한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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