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나는 켈리는 또 한번 더 울컥했다…동료들을 향한 사랑, 그리고 가장 잊을 수 없는 그 순간 “단연 한국시리즈 5차전”[일문일답]
LG 케이시 켈리가 5년 반 동안 밟은 잠실구장 마운드가 촉촉하게 젖었다.
켈리는 20일 잠실 두산전을 마지막으로 LG와 작별을 고했다. LG는 켈리의 웨이버 공시 사실을 알리며 새 외인 투수의 영입도 발표했다.
이날 켈리는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실점 호투했고 6득점의 지원도 받았지만 경기가 비로 노게임이 선언되면서 승수는 추가하지 못했다.
경기가 취소된 후 동료들과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구단이 준비한 특별한 고별 행사도 치렀다. 모든 행사를 마무리한 뒤 켈리는 그간의 소화를 전했다.
다음은 켈리와 일문일답.
-지난 며칠 동안의 시간이 정말 길었을거 같은데.
“지난 몇 년 동안 부진할 때마다 교체설을 듣곤 했는데 신경 쓰지 않고 하루 하루 최선 다하려고 했다.올해도 시즌 초에 들었을 때에도 다른건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한국에서 지난 5년 반이라는시간에 대해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 팬 여러분들이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잘 대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줘서 그 부분 평생 못 잊을 거 같다.감사하게도 떠나기 전에 한번 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결별이 정해졌는데도 선발로 나가겠다고 한 이유가 있는지.
“어제 아내와 상의 후 마지막으로 던지는게 좋을거 같다고 결정했다. 잠실 팬들 앞에서 한 번 더 던지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팀 동료들이었다. 5년 반 동안 특별하고 감사했는데 동료들과 한번 더 해보고 싶었다. 또한 두산전에서 던지는 건 항상 즐겁고 신났기 때문에 한번 더 하고 싶어서 그런 결정을 했다(켈리는 이 답변을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날씨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집중하려고 했다. 비가 그치고 게임이 재개될거란 생각 있어서 집중했다. 끝내지 못한 이닝 끝내고 싶었다. 두번째 비가 쏟아져서 다시 방수포 중단됐을 때 내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고 그럼에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2이닝 잘 던져서 동료들과 야구했다는 점이다.”
-이례적인 고별식이 열렸는데 어땠나.
“굉장히 놀라웠다. KBO에서 뛴 외인 중 이런 행사를 했던 선수가 있었을까. 행사가 열리는건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잘 참았는데 행사가 시작되니까 눈물이 그치지 않고 계속 났다. 오늘 날씨가 궂었는데 팬 여러분들 기다리고 남아줘서 나를 봐줘서 그 순간은 마음 한 구석에 남을 거 같다. 행사를 기획하신 프런트 감사드리고 팀 동료들 같이 고별식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감사하다. 굉장히 특별하고 기억에 많이 남을거 같다.”
-LG 동료들도 많이 울더라. 어떤 작별 인사를 했나.
“사랑하고, 감사하다고 주로 이야기했다.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동료들이 그동안 음식 주문할 때마다 똑바로 알려주고 커피 주문도 오류 안 나게 도와주고 맛집도 잘 알려줬다. 5년 반 동안 팀 동료들과 보냈는데 사실상 가족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굉장히 돈독한 관계 유지했다. 자녀들끼리도 친구사이였다. 영상 통화로도 자주 연락하면 될거 같다. LG 선수로서는 마지막이지만 계속 연락할 것이다.”
-영상으로 활약상 나왔는데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는 지.
“많은 경기들이 머릿 속에 기억에 남는데 꼽자면 한국시리즈 경기다. 한국시리즈에서 플레이를 했다는건 특별하다. 가장 특별한 경기는 5차전. 29년만의 우승을 했고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됐다. 그 경기 나가서 던지고 승리투수 할 수 있게 되어서 영광이었고 특별했다.”
-가족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첫째 딸 카미가 ‘우리 이제 애리조나 돌아간다’고 했더니 ‘아빠 내일 비행기 타요?’라고 했다. 아들은 너무 어린 나이다. 첫째 딸이 한국에서 유치원 다니는데 웨이버 공시 되고 시간있을텐데 그 기간 정상적으로 보내고 시간 지나면 ‘애리조나 돌아갈 시간이야’라고 이야기해야한다. 딸은 돌아가는걸 좋아하겠지만 나중에 슬플 수도 있을 거 같다.”
-켈리를 어떤 선수로 기억했으면 싶은지.
“야구 선수이기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LG와 처음 사인하는 순간부터 팬들이 성원을 보내줬다. 처음에는 한국의 팬심 이런걸 잘 이해 못했는데 사인 하고 경험해보니까 팬심에 놀랐고 감명받았다. 그래서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했고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드리려고 노력했고 그런 일환으로 팀을 위해서 희생을 하기도 했는다.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고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부상도 없고, KBO리그에 훗날 돌아올 수도 있지 않나.
“오늘 만감이 교차했다. 행복한 건 건강하고 시즌을 소화할 수록 나아지는 걸 보여줘서 만족스럽다. 이번주, 다음주까지 생각할 시간이 있을텐데 여러가지 옵션이 있을거 같다. 미국, 대만이라던지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여러가지 선택지를 검토해볼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에서 던지고 싶고 야구를 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를 하지 않을까.”
-팬들에게 큰 절을 하던데 무의식 중에 나온 생각인지.
“사실 아무것도 준비를 안 한 상태였다. 고별식 있는지 몰랐다. 팬들이 끝까지 남아줬고 프런트 행사 준비해줘서 너무 감사했다. 항상 구단 직원들 존중했고, 감사드린다. 생각한 거 이상으로 많은 부분에서 감사함을 느낀다. 예상하지 못한 가운데 이런 고별식을 해서 너무 감사하고 특별한 것 같다.”
-LG 한국시리즈 올라가면 찾아와서 응원할 생각 있나.
“사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팀 동료들을 응원하기보다는 팀의 일원으로 경기 하고 싶었다. 만약에 LG가 한국시리즈 올라가면 당연히 응원할 것이다. 지금도 팀 응원하고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다. LG는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팀이다. 미국에서 응원할 거지만 한국에 와서 응원하는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앞으로 LG를 응원하려고 한다.”
-포수 유강남(롯데)과 각별한 사이인데 이야기한 게 있는지.
“강남 선수가 무릎 수술을 받지 않았나.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 문자 보냈었다. 오늘은 마지막 경기 잘 던지라고 했다. 그래서 ‘보고 싶다, 사랑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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