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 된 투자금 760억 원…한 인수 금융의 기막힌 실패 [제보K]
[앵커]
한 사모펀드가 1,200억 원으로 특정 회사 주식을 샀는데 결국 판 사람에게 3분의 1 가격에 다시 매각해버린, 실패한 투자 사례가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모두 잃었지만, 투자금을 모집했던 증권사만 원리금을 회수했다는 제보가 KBS에 들어왔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는 건지 황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김모 씨는 2019년 하나증권 영업점에서 사모펀드 상품을 추천받았습니다.
한 게임 회사의 경영권을 사서 회사를 키운 뒤, 상장시켜 수익을 내는 구조였습니다.
[김○○/사모펀드 투자자 : "노후를 대비해서 모아 뒀었는데, 전문 투자자를 통해서 간접투자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하나증권 영업점에서 34명이 85억을 투자했습니다.
여기에 기관 등이 6백억 원 넘게 투자했고, 마지막으로 하나증권도 5백억 원을 대출해줬습니다.
이렇게 모인 약 1,200억 원으로 사모펀드 운용사가 게임회사 창업주로부터 지분 86%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했습니다.
다만 주식 전체를 하나증권에 대출에 대한 담보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하나증권이 대출 회수를 통보했습니다.
코로나 19 기간 회사가 창업주 측으로부터 130억 원을 빌렸다 갚았는데 하나증권 대출보다 먼저 갚은 걸 문제 삼았습니다.
채무를 상환할 땐 하나증권 대출도 같이 갚도록 한 계약 조건을 어겼다는 겁니다.
[심○○/사모펀드 투자자 : "지금 회사는 건실한데 (대출) 약정을 위반해서 회수해야겠다? 말이 안 되죠."]
하나증권은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338억 원에 팔아 자사 원리금만 회수했습니다.
매수자는 공교롭게도 주식을 팔았던 창업주였습니다.
하나증권은 사모펀드를 팔면서 수수료를 벌었고, 대출해준 돈도 원금에 이자까지 챙겼습니다.
게임회사 창업주는 회사를 사모펀드에 1200억 원에 팔았다가 3백억 원대에 다시 사서 8백억 원 이익을 봤습니다.
하나증권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날렸습니다.
[김정훈/기업 전문 변호사 : "기업 인수 시장은 권리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전달돼야 되는 거죠."]
하나증권은 "회사 가치가 떨어졌고 창업주 말고 팔 상대도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고객의 원금 손실에 대해선 "상황이 애석하다"면서도 "펀드를 팔았을 뿐 운용하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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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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