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시위 사망자 100명 넘어…군대 배치·통금 발령
방글라데시 정부가 추진 중인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가 갈수록 격화하면서 사망자 수가 100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군대를 배치하고 통행 금지령을 내리는 등 시위 진압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나 크고 작은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통행금지령이 떨어진 뒤 방글라데시 군은 장갑차를 이용해 순찰했고, 이날 정오부터 2시간 동안 주민들이 생필품을 살 수 있도록 통행금지령을 해제했을 때는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집권 아마미연맹의 오바이둘 쿼더 사무총장은 “민간 행정부의 질서 유지를 돕기 위해 군대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며 극단적인 경우 폭도들에게 발포할 수 있도록 ‘사격 명령’도 내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도 주거 밀집 지역인 람푸라에서 수천명이 모이는 등 시위가 이어졌고 경찰은 군중을 향해 ‘실탄’을 사용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이는 방글라데시 정부가 최근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 정책을 재추진한 데서 비롯됐다. 독립 유공자 자녀 공무원 할당제는 2018년 방글라데시 정부가 1971년 독립전쟁 참가자 자녀들에게 공직 30%를 할당하는 정책이다. 당시 대규모 대학생 반대 시위로 폐지됐지만, 지난달 다카 고등법원은 이 정책에 문제가 없다며 정책 폐지 결정을 무효로 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들이 다시 시위를 시작하며 사태가 격화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사법부가 내린 것이지만 많은 이들은 사법부가 정부의 ‘거수기’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하시나 총리가 자신의 지지 세력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는 것이 시위대 측의 주장이다.
하시나 총리는 반대 시위대를 독립 전쟁 당시 파키스탄 군과 협력한 라자카르 군에 비유하면서 노골적으로 할당제 부활을 지지하고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학생들의 불만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표출된 이유로는 높은 실업률이 꼽힌다. AP통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의 청년 실업률은 40%에 달해 일자리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특히 정부 일자리는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보수가 높아 매년 약 40만명의 졸업생이 공직 3000개를 놓고 경쟁한다.
시위대는 전국 주요 도로를 봉쇄하고 국영 방송사와 경찰서 등 주요 정부 시설에 불을 질렀다. 또 전날 다카주 나르싱디 지역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수백명을 탈출시켰고, 방글라데시 중앙은행과 총리실, 경찰 공식 웹사이트 등을 해킹하기도 했다.
AFP 통신은 시위에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참가하고 있다며 할당제 폐지뿐 아니라 하시나 총리의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방글라데시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경 진압으로 맞서고 있으며 주요 야당 인사들도 체포했다. 경찰이 실탄을 사용하고 이전부터 군대가 배치돼 시위대를 공격하고 있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또 방글라데시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했으며 전날 수도 다카에서 모든 대중 집회를 금지했다. 이 영향으로 방글라데시 일부 TV 뉴스 채널의 방송이 중단됐고, 주요 언론사 웹사이트도 먹통인 상태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정확한 사상자 수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AFP통신은 주요 병원을 통해 자체 집계한 결과 이번 시위로 지난 16일 이후 지금까지 115명이 사망했으며 사망자 절반 이상은 경찰 발포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대법원은 다음 달 7일 고등법원 판단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격화하는 시위를 이유로 판결을 앞당겨 달라고 요구해 오는 21일 이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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