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막은 잠실 예수 고별전’ 20일 잠실 라이벌전, 우천 노게임 선언…LG는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 영입 공식 발표 [MK잠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4. 7.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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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하늘이다. 갑작스레 내린 장대비가 ‘잠실 예수’ 케이시 켈리(LG 트윈스)의 KBO리그 고별 무대를 망쳤다.

켈리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LG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명실상부 켈리는 LG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 2019년부터 LG의 핀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번 두산전 전까지 KBO리그 통산 163경기(989.1이닝)에 출전해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특히 2023시즌에는 슬럼프를 이겨내고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을 올리며 지난 1994년 이후 29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1990, 1994, 2023) LG의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잠실 서울)=이한주 기자
그러나 올해에는 좋지 못했다. 3월 1패 평균자책점 4.91, 4월 1승 3패 평균자책점 5.16, 5월 1승 2패 평균자책점 6.55에 그쳤다. 이후 차명석 LG 단장이 외국인 투수를 살펴보기 위해 5월 말 미국으로 떠나자 6월 2승 1패 평균자책점 2.91, 7월 1승 1패 평균자책점 3.71로 한층 나아졌지만, 여전히 기복 있는 투구를 선보였고, 결국 LG는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인 켈리였다. 전날(19일) 구단으로부터 이별 사실을 받아 들었지만, 가족들과 상의한 뒤 이날 경기에 나설 것을 결정했다.

염경엽 LG 감독은 “LG 감독은 “어제(19일) 아침에 (새 외국인 투수와) 계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켈리를) (오늘) 선발투수로 안 쓰려고 했는데, 우리 팀에서 오랫동안 한 선수다. 어떻게 마지막을 잘 해주는 게 좋을까 생각을 했다. 프런트와 상의를 했는데, 안 던지는 것보다 본인이 생각만 있다면 던지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켈리에게 권한을 줬다”며 “본인이 가족들하고 상의를 해보고 어제(19일) 경기가 끝나고 결정을 해준다고 했다. 사실 대부분 안 쓴다. 동기부여가 안 되는 상황인데 본인이 마지막 모습을 잘 보이고 싶은 동기부여는 있을 거라 판단했다. 본인도 가족들과 상의해서 마지막 경기를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우리 선수들하고 마지막 시합을 하고 가는 것이다. 다른 용병들처럼 인사만 하고 가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생각한다. 야수들도 켈리에게 승리를 만들어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동기부여는 떨어지지만 또 다른 동기부여는 분명히 있다 생각했다. 아마 야수들은 엄청 열심히 할 것이다. 켈리도 열심히 던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사진=김영구 기자
초반부터 켈리는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1회초 정수빈(중견수 플라이)과 조수행(삼진), 강승호(2루수 플라이)를 차례로 잠재우며 삼자범퇴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켈리에게 승리투수를 안기고 싶은 의지가 강했을까. LG 타선도 1회말부터 오스틴 딘의 우월 투런포와 문보경의 우중월 솔로 아치로 켈리에게 3점을 지원했다.

2회초에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켈리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볼넷을 범했지만, 양석환의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박준영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기연을 유격수 병살타로 이끌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LG는 2회말 오지환의 1타점 우중월 적시타와 오스틴의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묶어 6-0을 만들었다.

3회초에도 켈리는 안정감있는 투구를 펼쳤다. 전다민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했다. 이후 전민재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으나, 정수빈을 3루수 땅볼로 막아냈다.

하지만 하늘이 심술을 부렸다. 서서히 내리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고, 결국 오후 6시 50분 경기는 중단됐다. 천둥 번개까지 요란해진 가운데 장대비는 그라운드로 쏟아졌다.

한 때 천둥 번개까지 치는 악천후였지만, 다행히 비는 오후 8시경 들어 점점 잦아들었다. 현장 관계자들은 재빨리 그라운드 정비를 실시했고, 경기는 오후 8시 35분 속행될 예정이었다.

약 1시간 40여 분의 공백이 있었지만, 이닝을 매조짓고 싶은 켈리의 의지는 컸다. 다시 마운드에 올라 두산 타선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LG 관계자는 “켈리가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의지가 컸다”고 알렸다.

그러나 오후 8시 20분이 지나면서 빗방울은 다시 굵어졌다. 애써 정비를 끝낸 그라운드에는 방수포가 또 씌어졌고, 끝내 심판진은 우천 노게임을 선언했다. 경기가 끝난 뒤 동료들과 뜨거운 인사를 나눈 켈리는 눈물을 보였고, 그렇게 켈리의 고별전은 마무리됐다.

사진(잠실 서울)=이한주 기자
사진(잠실 서울)=이한주 기자
한편 사령탑은 21일 웨이버 공시되는 켈리와 어떤 방식으로든 인연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가 항상 미국 애리조나로 스프링캠프를 가니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다. 우리가 미국보다 (스프링캠프를) 빨리 시작하니 같이 훈련할 여건도 만들어 줄 것이다. 어찌됐든 켈리는 본인이 할 역할을 끝까지 다 하고 간 선수”라며 “은퇴를 하게 되면 인스트럭터로도 쓸 수 있다. 좋으면 코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켈리가 보여준 이미지가 있다. 외국인 답지 않은 행동들을 LG에서는 기억하고 있다. 다른 용병들하고는 달리 연관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염 감독은 “(켈리는) 한국 문화를 잘 아니 (인스트럭터로 쓰게되면) 외국인들에게 누구보다 좋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경험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다. 우리가 켈리를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켈리가 우리에게 도와주는 역할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LG는 켈리가 경기가 종료된 뒤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연봉 44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국적인 에르난데스는 우완투수로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 입단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통산 35경기(159.2이닝)에 등판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2024시즌에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9경기(15.2이닝)에서 1패 평균자책점 6.32를 써냈다.

LG는 “에르난데스는 패스트볼, 변화구 모두 보더라인 제구가 날카롭고 뛰어난 피칭 감각을 가진 완성형 우완투수”라며 “시즌 중 합류했지만, 빠르게 적응해 1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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