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으면 환불"… 이제훈 파격 공약의 효과
이제훈 "환불해 달라고 하면 돈 드리겠다"
영화 '탈주'가 "재미없으면 환불"이라는 강렬한 문구를 내세운 채 홍보를 진행했다. "맛없으면 환불"이라는 말은 음식점, 식품 관련 브랜드들을 통해 익숙하게 들어왔던 말이다. 영화계에서도 이러한 마케팅은 효과를 가질까.
영화 '탈주'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렸다. 이제훈이 규남 역을, 구교환이 현상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이 작품은 개봉 1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재미없으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주연 배우의 약속은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제훈은 웹예능 '살롱드립2'를 찾았을 때 "'탈주'를 봤는데 '저거 뭐야. 재미없다'라는 생각이 들면 나한테 와라. 서울숲 앞에서 만나자. 환불해 달라고 하면 돈을 드리겠다. 그만큼 영화가 너무 재밌다. 시간 아까운 줄 모르고 보실 수 있다"고 말했다. 구교환은 자신이 티켓값의 절반을 주겠다고 장난스레 이야기했다.
'탈주' 측은 환불 공약과 관련된 홍보 영상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영상 속 이제훈 구교환은 서울숲 입구에서 환불을 받을 사람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그러자 구교환은 "재밌나 봐"라고 하고 이제훈 역시 "재밌나"라고 답한다. 해당 홍보 영상은 지루해진 두 사람이 결국 자리를 떠나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탈주', 독특한 마케팅의 효과
"맛없으면 환불"이라는 홍보는 많은 음식점, 식품 관련 브랜드들이 진행해 왔다. 이러한 문구를 내세워도 실제로 환불을 받으려는 사람이 적은 데다가,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높여 판매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미없으면 환불"이라는 영화 홍보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탈주'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은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민지은 교수에 따르면 작품 측의 영화에 대한 확신, 그리고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진행된다면 이러한 홍보는 도움이 된다. 민 교수는 본지에 "'재미없으면 환불'이라는 프로모션은 영화가 가진 경험재로서의 특성과 유연한 공급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효과적일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험재는 소비자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 가치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상품이다. 많은 사람들이 티켓 가격보다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경험을 중시한다.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환불을 요청하는 대신 경험 자체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환불을 받으러 가는 번거로움도 요청을 줄이는 요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민 교수는 '탈주'의 이색 홍보가 소비자들에게 작품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러한 자신감은 관객들에게 긍정적인 기대감을 형성해 영화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더불어 이와 같은 마케팅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쉬워 바이럴 효과를 통해 영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제품과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가치가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치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없으면 환불' 전략으로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질 경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이 낮아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전했다.
'탈주' 측의 전략은 초반 관객 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민 교수는 "영화는 상영 횟수를 늘리거나 상영관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으로 공급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는 영화가 큰 인기를 끌 경우,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면 이후의 모든 수익은 흥행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기에는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이 유효할 수 있다. 특히 '재미없으면 환불'과 같은 전략은 초반 관객 수를 급격히 증가시켜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웃음 안긴 무대인사 영상
'탈주'의 전략은 네티즌들에게 소소한 재미까지 안겼다. '탈주' 무대인사에서 이제훈이 "영화를 재밌게 보셨느냐"고 묻자 한 관객은 "재미없었다"고 외치며 환불을 요구했다. 이제훈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환불해 드리겠다"면서 웃었다. 이 유쾌한 상황을 담은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고, '탈주'가 다시 한번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탈주'는 개봉 2주 차 주말 이틀 연속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등 제법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등 쟁쟁한 경쟁작들이 존재하는 상황 속에서 유쾌한 홍보 전략 역시 인기에 힘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탈주'가 200만 초반대로 알려진 손익분기점 돌파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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