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죽으로 한땀한땀...명품가방 아니라 ‘명품탱크’가 나왔다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7. 20. 19:09
[퇴근 후 방구석 공방- 61화 ‘가죽전차 엄윤상 작가’]
서울의 한 작은 작업실, 가죽의 향기가 은은히 퍼지는 이곳에서 모형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가죽전차’가 탄생했습니다. 직업과 취미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스타일과 섬세한 기술로 지금껏 없던 작품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엄윤상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1/16 6호전차 Tiger I
“일전에 제작한 ‘1/35 타이거 I 초기형 전차’를 1/16 스케일로 더 큰 사이즈로 제작해봤습니다. 사이즈가 큰 만큼 더 많은 디테일을 넣으려고 시도했고 자세히 뜯어보며 6호전차의 부품을 가죽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며 제작했죠. 만들어 놓은 파츠 하나하나 보면 뿌듯합니다.”
“첫 가죽탱크를 완성했을 때 더 이상의 디테일 표현은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만들다 보니 욕심이 생겨 더 디테일에 집착하게 되고 그만큼 표현력도 한단계 성장한 것 같습니다. 제 14년 간의 가죽공예 작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에요. 만드는 재미도 최고였고요.”
“자잘한 부품들이 많아서 만들다 보면 어디로 사라졌는지 잃어버려 다시 만들기도 하고 자투리 가죽과 같이 버려져 다시 만들기도 하고,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작 과정에서의 관리도 더 신경 쓰게 됐어요.”
가죽전차의 시작 ‘1/35 Tiger I 초기형’
“프라모델 제작이 취미거든요. 가끔 프라모델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면 어마어마한 작품을 만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잖아요. 경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모델러들을 따라 잡을 순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차별화된 나만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럼 다른 소재를 사용해보자’고 생각해 제 전문 분야인 가죽을 소재로 제작을 시도하게 된게 시작이었어요.”
“처음 시도한 1/35 스케일의 타이거 초기형 모델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제작했었어요. 지금 보면 디테일이 좀 떨어지는데 당시 정성을 쏟아 만들었거든요. 사용된 가죽은 ‘오일풀업 다크브라운’으로 천연 소가죽인데 누가 봐도 가죽이란걸 어필하려고 선택했죠. 궤도 부분은 뱀가죽으로 표현했습니다.”
“타이거를 스커트와 휀더가 장착된 버전과 그렇지 않은 버전 등 4대를 추가 제작하면서 각 특징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고 작업했습니다. 첫 타이거가 커뮤니티에서 반응이 너무 뜨거워서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 중년이 돼서도 누군가 알아주고 칭찬해 준다는 건 여전히 힘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타이거 이후 ‘브롬베어’와 ‘엘리판트’ 두 전차를 연달아 제작했는데 설계만 다를 뿐 방법은 같아요. 가죽으로 각진 형상을 표현할 때 박스스티치(Box stitch)라는 바느질법을 쓰면 가죽만으로 각진 모습을 만들 수 있는데 대부분 이 방법으로 작업했어요.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바퀴인데 그 수가 너무 많아 항상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1/16 스케일의 웅장함에 반하다
“1/35 스케일 가죽전차 제작 이후 2배 크기의 타이거 전차를 만들어보니 크기가 주는 웅장함과 존재감이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이후 1/16 스케일 이상의 크기로만 제작하고 있고 그 두 번째 작품이 ‘엘리판트’입니다. 크기가 커진 만큼 디테일은 더 신경 써서 만들었습니다. 자잘한 디테일은 끈기가 필요한 작업인 만큼 과정은 힘들지만 완성되면 뿌듯함으로 다 보상이 되더라구요.”
“1/16 3번째 전차는 디자인이 심플하고 포신이 짧아 약간 귀여운 느낌이 있는 ‘브롬베어’인데 ‘엘리펀트’와 ‘타이거’에 비해 좀 단순한 느낌입니다. 양 옆 장갑판은 탈부착 형태로 제작한 게 특징입니다. 다른 가죽으로 제작해볼까도 생각했는데 가죽이 특성을 많이 타서 그건 좀 더 연구해야 될것 같구요. 크기가 커짐에 따라 부족한 무게감을 위해 무게추를 추가하여 보강하기도 하고 세월에 따라 변형되는 가죽 특성상 안쪽에는 보강작업을 많이 해줬습니다.”
“‘브롬베어’에 이어 ‘판터’ 전차입니다. 처음 볼 때 형태가 단순한 편이어서 시작했는데 작은 디테일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중 엔진 그릴 부분 표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배기구도 가죽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리벳이 많아 지루한 단순 반복 작업이 많았었어요. 제작 기간은 1달 정도 걸렸는데 작업 끝 무렵엔 지구력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정말 모형제작은 끈기 없이는 못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가죽공예’라 쓰고 ‘힐링’이라 읽는다.
“이 공방은 저희 일터이기도 하지만 놀이터이기도 합니다. 일과 취미의 경계가 없어요. 2009년 시작해서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네요. 바늘하고 칼만 있으면 되겠다고 생각해 그냥 무작정 시작했어요. 정말 초기 투자 비용이 얼마 안 드는 게 가죽공예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몇 가지 도구만 있어도 집에서 충분히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가죽을 자를 때마다 느껴지는 손끝의 저릿한 감각, 바느질할 때 마다 반복되는 리듬이 너무 좋아요. 잘 만들어진 가죽 제품은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어요.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멋진 빈티지 느낌이 나는 것은 가죽의 가장 큰 매력인 듯해요.”
“자신만의 독특한 디자인, 색상, 질감 등 다양한 요소를 조합해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수작업의 과정이 주는 만족감이 매우 큽니다. 창의적인 작업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분들도 많이 봤구요. 기회가 되면 꼭 한번 해보세요.”
가죽의 향기와 그의 열정이 가득한 이 공간에서, 엄윤상 작가는 오늘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합니다.
“다음 작품은 배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어요. 아담한 어선부터 시작해 보려구요.”
엄구스 가죽공방 - 서울시 서초구 동작동 333번지 이수힐스테이트 상가1층 130호
엄윤상 작가 블로그 - https://blog.naver.com/umguno
인스타그램 - @leather_works_um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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