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부동산...주거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권대중의 경제 돋보기]
첨단 건축·과학 기술로 공간 활용도 높이고 주거 양극화 극복해야
현대 사회에서 주거 공간은 단순히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곳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집은 삶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며,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미래 주거 형태는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야 할까.
과거 우리의 주거 형태는 단독주택의 경우 침실과 거실 그리고 부엌과 화장실이 거리상 구분돼 있었다. 현재의 주거 형태는 현대식 공동주택이 보급되던 초기에 식당과 화장실 등을 공유하는 공유 공동주택에서 출발해 침실과 화장실, 거실과 주방 등이 위생적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하나의 동선 공간으로 단독가구를 구성하는 공동주택으로 변화했다. 특히 최근에는 개인 공간을 중시하는 아파트와 같은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주로 공간의 재구성이나 디자인 또는 자재의 변화에 국한됐으며, 주거유형 자체의 혁신적인 변화는 미흡했다.
인구감소 시대 과학의 발전이 주거문화를 바꾸고 있는 최근, 스마트 통신기술의 발전은 주거 공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주거 형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가 어렵다. 진정한 혁신은 공유와 프라이버시의 조화, 그리고 기술과 인간 중심적 디자인의 결합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미래의 주거 형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공유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변해야 한다. 공유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간 구성에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입주자 단독 공간을 줄이고 공용 면적을 늘리는 방식은 공동체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실례로 단지 내 피트니스클럽이나 수영장, 골프연습장, 사우나 등과 생활공간인 휴게공간과 게스트하우스, 주방, 베란다 등 고품격 공유 공간을 조성하고 프라이빗하게 운영하는 방식은 개인 공간과 공유 공간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좋은 예시다.
과거의 주택 생활공간이 안방 문화에서 거실 문화로 바뀌었다면 최근에는 거실 문화에서 공동체 문화로 바뀌고 있다. 최근의 변화는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의 변화를 넘어 입주자들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과학, 건축 등 다양한 기술을 주거 공간에 접목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하고 새로운 주거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 스마트 홈 시스템, 친환경 에너지 기술,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서비스 등은 미래 주거 형태를 더욱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나 주거문화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과학의 발전은 소득의 양극화를 만들고 소득의 양극화는 주거문화의 양극화를 만들고 있다. 서민들의 주거공간은 당장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급급해 고급화, 첨단화, 기능화와는 거리가 멀다. 반면 중상류층 주거문화는 점점 더 고급화, 첨단화, 기능화를 추구하고 있다.
주거문화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변화에 대응하려면 제도의 변화와 공공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제도의 변화로는 공유공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물론 건축 과정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정부는 공공이 공급하는 주거 공간에 대해 과학의 발달과 주거문화의 진전에 따라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거문화의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선도해 나아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다.
미래 주거 형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것은 첫째, 공유공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둘째, 공유공간으로 인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셋째, 다양한 공유공간 활용방법을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주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공유공간 운영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지마다 공유공간을 만들어 놓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해 공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며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처럼 미래 주거 형태는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을 넘어 인간 중심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공유와 프라이버시의 조화, 기술과 건축의 융합,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주거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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