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예수' 켈리와 6년 동행 마침표 확정…스스로 선택한 고별전, 염경엽 감독 "내가 있는 한 좋은 관계 유지될 것"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LG 트윈스가 케이시 켈리와 6년 동안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고 결별한다. 그런데 교체가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마운드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켈리의 선택 덕분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10차전 홈 맞대결에 앞서 외국인 투수 교체 소식을 전했다. 켈리가 짐을 싸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엘리저 에르난데스가 입단할 것으로 보인다.
켈리는 지난 2019시즌에 앞서 LG와 연이 닿으며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켈리는 데뷔 첫 시즌 29경기에 등판해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의 성적을 남겼고, 이듬해 28경기에 나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로 활약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이후에도 켈리와 LG의 동행은 이어졌다. 켈리는 2021시즌 13승 평균자책점 3.15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손에 넣었고, 2022시즌에는 30경기에 출격해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켈리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켈리는 4월 6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는 30경기에서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라는 성적을 남겼고, 지난 1994년 이후 LG가 29년 만에 정규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입지에는 변함이 없었다. 켈리는 올해 20일 경기 전까지 19경기에서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이라는 아쉬운 성적 속에 결국 20일 '고별전'을 끝으로 정들었던 LG를 떠나게 됐다.
이미 교체가 확정된 상황에서 켈리가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스스로 선택했다. 구단은 당초 선발 교체를 염두에 뒀다고. 염경엽 감독은 20일 경기에 앞서 "어제 아침에 새로운 선수의 계약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켈리를 선발로 기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켈리는 어쨌든 우리 팀에서 5년 이상을 뛴 선수다. 켈리의 마지막을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생각을 가졌고, 프런트와 상의한 결과 팬들에게 마지막 경기를 펼치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가고 싶은 동기부여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켈리에게 선택권을 줬다"고 말 문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투수들의 경우 교체가 확정될 경우 하루빨리 짐을 싸서 떠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LG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만큼 구단은 켈리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켈리 또한 이에 화답했다. 사령탑은 "켈리에게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갈래?'라고 물었더니, 켈리가 '가족과 이야기를 해 보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전날(19일) 경기가 끝나기 전에 이야기를 해준다고 했다. 그리고 켈리가 아내와 상의한 끝에 '마지막 경기를 던지고 싶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고별전'이지만, 이날 켈리는 평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것과 똑같이 경기를 준비하고, 임할 예정이다. 염경엽 감독은 "오늘 켈리는 그냥 선발 투수라고 보면 된다. 뒤에 투수를 붙이려다가, 6이닝 3~4실점을 할 때까지는 똑같이 운영을 할 것이다. 한두 점을 줬다고 바꾸면 고별전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외국인 선수처럼 그냥 인사만 하고 가는 것과는 분명 의미가 다르다"며 "아마 오늘 우리팀 야수들은 굉장히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면 켈리 또한 열심히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켈리와 동행에는 마침표가 찍히지만, 그렇다고 이들의 인연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우리가 미국보다 스프링캠프를 일찍 시작하지 않나. 만약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팀을 구하지 못한다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니, 우리팀과 함께 훈련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 줄 것이다. 만약 켈리가 야구를 그만두게 된다면, 애리조나 쪽에서 인스트럭터로 기용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팀의 코치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있는 한 켈리와 우리팀의 관계는 계속 좋은 쪽으로 유지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켈리를 대신해서 LG의 유니폼을 입을 예정인 엘리저 에르난데스가 유력한 상황이다. 켈리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등판 일정이 마무리가 되는 대로 공식 발표가 나올 예정이다. 이는 선발 등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공식 발표를 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이날 LG는 경기가 끝난 뒤 켈리를 위한 작은 이벤트까지 준비했다. 다소 급하게 진행됐으나, 경기 후에는 선수단,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작은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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