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마지막 인사 멋있게 하고 갈래?"…왜 LG 방출 확정하고도 고별전 마련했나

김민경 기자 2024. 7. 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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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장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가 방출이 확정되고도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 LG 트윈스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5년 이상 우리 팀에서 같이한 선수고, 어떻게 마지막을 잘해주는 게 좋을까 생각해서 토론하고 상의했다. 가족과 상의해 보겠다고 하더니 던지겠다고 하더라."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앞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와 결별을 이야기했다. LG는 이날 선발 등판하는 켈리의 방출을 이미 확정한 가운데 고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구단 차원에서 배려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지난 17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해 교체할 외국인 투수를 마지막으로 살핀 뒤 계약을 진행했다.

염 감독은 "어제(19일) 새벽에 새 외국인 선수와 계약이 됐고, 나는 아침에 (경기장에) 오자마자 소식을 들었다. 듣자마자 켈리를 이날 선발투수로 안 쓰려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켈리는 어쨌든 5년 이상을 우리 팀에서 함께한 선수 아닌가. 켈리한테 어떻게 마지막을 잘해주는 게 좋을까 생각해서 프런트와 상의했다. 안 던지는 것보다는 본인 생각만 있다면 마지막에 팬들 앞에서 던지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것 아니겠느냐. 우리는 (최)원태도 있고 여유가 있어서 켈리한테 권한을 줬다. 켈리한테 설명을 다 했고, 팬들하고 인사할 시간을 만들어 줄 건데 '마지막에 네가 멋있게 인사를 하고 갈래? 경기를 하고 갈래?'라고 물었다. 가족과 상의해 보겠다고 하고 어제 경기 끝날 때까지 말해주겠다고 하더라"고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사실 대부분은 (교체가 된 선수를 경기에) 안 쓴다. 약간 김이 빠지기 때문에 안 쓰는데, 본인이 원하면 그래도 마지막 모습을 잘 보이고 가고 싶은 어떤 동기 부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프런트와 상의해서 그런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켈리는 정상적으로 공을 던진다. 염 감독은 "선발투수라고 보면 된다. 원태를 대기시키려다 원태를 대기시키지 않기로 했다. 6이닝에 3~4점 줄 때까지는 똑같이 운영할 것이다. 한두 점 줬다고 바꾸고 그런 것도 의미는 상실한다고 생각해서 똑같이 던지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LG 구단은 경기 뒤 켈리의 고별전 행사를 작게 마련했다. 켈리는 단상에 서서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염 감독은 "우리 선수들하고 마지막으로 같이 경기를 하는 것이고, 다른 팀 외국인 선수들처럼 그냥 인사만 하고 가는 것과는 분명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마 야수들은 엄청 열심히 할 것이다. 그러면 켈리도 열심히 던질 것이고, 그 동기부여는 있다고 생각한다. 켈리가 마지막으로 가는 데 좋은 모습으로 갈 수 있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켈리는 현재 KBO리그에서 뛰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2019년 처음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KBO리그 6년차였다. 올해 켈리가 LG와 재계약한 총액은 150만 달러(약 20억원). 지난해 받았던 180만 달러(약 24억원)에서 30만 달러가 삭감된 금액이었지만, 여전히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고 연봉자였다.

켈리는 KBO리그 5년차였던 지난해 이미 한 차례 방출 위기를 겪었다. 전반기 18경기에서 6승5패, 107⅓이닝, 평균자책점 4.44로 고전했기 때문. 켈리의 구위 저하 문제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에도 LG는 일단 믿고 시간을 줬고, 켈리는 후반기 12경기에서 4승2패, 71⅓이닝,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하면서 기어코 시즌 10승을 달성했다.

LG는 켈리의 후반기 활약 덕분에 시즌 막바지 정규시즌 1위를 확실히 굳힐 수 있었고, 한국시리즈까지 승승장구하며 통합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켈리는 한국시리즈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11⅓이닝, 평균자책점 1.59로 맹활약하면서 5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LG 동료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LG는 당연히 켈리와 재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올해 켈리는 또다시 흔들렸다. 켈리는 한국 타자들이 이제는 자신을 충분히 파악했다고 보고, 스프링캠프부터 스위퍼와 스플리터를 다듬는 등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노력에도 올해 19경기에서 5승8패, 113⅔이닝, 평균자책점 4.51에 그쳤다.

켈리는 좋을 때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다 갑자기 무너지기를 반복했다. 외국인 투수가 계속 기복이 있으니 계산이 서질 않았고, LG는 후반기 순위 싸움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켈리는 지난달 25일 잠실 삼성전에서 9이닝 1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으로 완벽한 부활을 알리나 싶었고, 이후 등판했던 지난 2일 키움전과 14일 한화전은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 시즌 1위 KIA를 만난 지난 9일에는 5이닝 9피안타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무너졌다.

퀄리티스타트는 모두 11차례로 리그 공동 8위지만, 무너질 때 너무 와르르 무너지는 문제가 결국 발목을 잡았다. 피안타율이 0.290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18명 가운데 2위인 것도 문제가 됐다. 1위는 피안타율 0.308을 기록한 NC 신민혁이다.

켈리는 KBO 통산 163경기에서 73승46패, 989⅓이닝, 753탈삼진,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두산을 상대로 개인 통산 74승째를 챙기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케이시 켈리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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