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신발 좀 신고요”…총알 스친 순간에도 ‘이 남자’ 쇼맨십은 빛나네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7. 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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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현장서 저격수가 암살 시도
총알에 귀 찢어졌지만 ‘침착 대응’
신발 고쳐신고 주먹 들며 “싸우자”
대담한 모습에 美열광…지지층 집결
美비밀경호국은 고강도 조사 직면
바이든은 ‘고령 위기론’ 커져 곤혹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도시 버틀러에서 연설 중 암살 시도로 총상을 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리며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AP 연합뉴스]
“지금 당장 대피하셔야 합니다.”“잠시만요, 신발 좀 제대로 신을게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고난 쇼맨십 본능은 자신의 생사가 걸린 극한의 공포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암살범이 쏜 총알이 자신의 귀를 찢고 지나갔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시 5~6명의 미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둘러였습니다. 이들 요원은 단상 밑으로 몸을 숨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당장 안전한 장소로 피신할 것을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더 차분한 모습을 모였습니다. 그는 본인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부축하고 위험지역을 벗어나려는 비밀경호국 요원들 사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불끈 쥔 자신의 주먹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싸우자”고 외쳤습니다. 미 전역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권자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매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린 암살 시도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습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소도시 버틀러에서 유세 중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날아온 총알은 그의 오른쪽 귀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귀에서는 피가 쏟아졌습니다. 고개를 조금만 잘못 돌렸으면 그대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총격 발생 직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경호하던 또 다른 경찰 저격수는 즉시 암살범의 위치를 파악해 맞대응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토머스 매슈 크룩스(20)는 현장에서 사살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총상을 입은 직후에도 냉정하고 대담한 모습을 보인 영상이 TV와 SNS를 통해 무한 확산되면서 미 공화당 지도자들과 지지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결속력으로 한 데 뭉쳤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억만장자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중도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점이 가장 잘 살아난 순간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올해 대통령선거 출마는 물론, 대선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앞두고 이번 사건이 그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무한동력으로 작용할 거라는 분석입니다.

서던메소디스트대학의 매튜 윌슨 정치학 교수는 “얼굴에 피를 흘리면서 유권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올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은 억만금을 줘도 절대 살 수 없는 최고의 광고였다”며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를 떠나 당분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실제로 암살 시도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지표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총격 바로 다음날 선거분석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선거 베팅업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확률을 8.4%p 오른 64.7%로 집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더 많은 지지자들을 모으기 위해 노를 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신규 후원을 희망하는 지지자들의 전화를 직접 받고 SNS 등을 통해 단결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번 사건으로 인한 희생자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습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트럼프’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제공=AF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진행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됐습니다. 그의 러닝메이트로는 ‘친 트럼프계’로 분류되는 J.D. 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지명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순풍에 올라탔지만 그의 경호를 담당했던 비밀경호국은 가혹한 대중 비난과 조사에 직면했습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번 사건 이후 미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경호 책임이 있는 비밀경호국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인 비밀경호국은 전직 대통령들에게 24시간 경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비밀경호국 내부에서도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비밀경호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경호 강화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비밀경호국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오히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경호 강화를 위해 자원과 역량을 추가했다는 것이 비밀경호국 측 설명입니다.

그럼에도 비밀경호국에 대한 고강도 조사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 제임스 코머 의원은 총격 사건 발생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들에 대해 미국인들은 자세한 답변을 원하고 있다”며 비밀경호국에 대한 조사 계획을 암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실책이 비밀경호국 내부 시스템이 유발한 문제인지, 아니면 현장에 배치된 요원들 개인의 잘못된 행동 때문인지 등을 명확히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수사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주도할 예정입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경쟁 상대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습니다. 최근 저조한 토론 성적 등으로 ‘고령 위기론’에 휩싸인 그는 상황을 반전시킬 계기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부활하면서 위기론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 계획에도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그는 당초 연설을 위해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모든 일정을 취소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 뒤의 미국을 만들어나갈 올해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름으로 인한 갈등’을 민주적으로 풀어낼 줄 알아야 한다”며 “미국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유권자의 손에서 나와야지, 암살자의 손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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