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돈 줄테니 술·담배 사다 주세요”…‘배달앱 악용’ 미성년자, 어찌할까요

담배 요청 취소하는 어플 이용자 [사진출처=연합뉴스/배달원 제공]

“용돈을 배달 앱에 너무 많이 써 추궁했더니, 담배를 배달해 샀다고 하더라. 앱으로 이렇게 쉽게 살 수 있다니 황당하다”

중학생 아들을 뒀다는 여성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실제로 미성년자들이 배달 플랫폼의 허점을 악용해 술과 담배를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과 담배를 직접 살 수 없는 미성년자들이 심부름 대행업체나 음식 배달 플랫폼을 이용해 비대면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연합뉴스는 배달 플랫폼을 탈선 수단으로 악용하는 미성년자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은 미성년자의 탈선을 막기 위해 ‘배달 물품에 술, 담배가 포함돼 있다면 이용자의 신분증을 꼭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이용자와 기사에게 공지한다.

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A씨는 연합뉴스에 “비대면으로 물품을 전달하는 게 보편화된 현실인 데다가 감시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술, 담배를 주문한 이용자가 미성년자로 보이더라도 눈을 감아주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가져다줄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를 배달하더라도 적발은 물론 형사처벌조차 쉽지 않다.

현행법은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판매하거나 대리 구매해서는 안 되며, 해당 물품을 판매·배포할 때는 상대방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인 인증을 거쳐 비대면으로 주문할 경우, 판매 업주와 배달원 모두 이용자가 청소년인 것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술과 담배 주문자가 청소년인 줄 모르고 배달했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청소년인 점을 알고 제공했다 하더라도 술, 담배 구입은 대부분 목격자의 신고로 처벌이 이뤄지기 때문에 적발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관련 입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