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 대신 브레이크 밟네”…가진 돈 다 내놓겠다던 ‘이 남자’ 속도조절, 왜?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4. 7. 2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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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룹 회장인 팜느엇브엉의 인터뷰 모습. [사진 제공=블룸버그]
[신짜오 베트남 - 302]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 창업자 팜느엇브엉(Pham Nhat Vuong) 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라면 사업으로 큰 돈을 번 뒤 베트남으로 돌아와 베트남 최고 부자가 되었지만, 늘 언론 노출을 피해왔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달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는 위기에 몰린 빈패스트를 구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였습니다.

빈패스트는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증시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빈패스트 주가는 상장 직후 급등하며 한때 시가총액이 약 1900억 달러를 기록해 테슬라와 도요타에 이어 자동차 제조업체 중 3위를 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시가총액 기준으로 골드만삭스와 보잉사보다 높아져 거품 논란도 일었습니다. 극히 제한적인 물량만 시장에 풀려있고, 대다수 지분이 빈그룹에 묶여 있어 착시현상이 극에 달했다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빈패스트 주가는 정점을 찍고 떨어지기 시작해 7월 초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를 밑돌아 상장 이후 최고치에 비해 90% 넘게 하락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빈패스트가 수익성 부족으로 대규모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빈패스트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지난 3년간 총 57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 중입니다. 이 때문에 빈패스트는 사실상 창업주 팜느엇브엉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질문자가 “빈패스트를 언제까지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인가”라고 묻자, 팜느엇브엉 회장은 “내가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빈패스트의 장기적인 비전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주식 가격에 신경 쓰지 않는다. (유통물량 확보를 위해) 더 많은 주식을 시장에 내놓는 것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팜느엇브엉 회장은 “빈패스트는 단순한 사업 이상의 것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빈패스트가 베트남의 이미지를 세계 시장에서 첨단 산업으로 성장하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베트남의 특성상, 이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입니다. 베트남에 첨단 제조업이 들어올 수 있느냐를 놓고 베트남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지켜보는 프로젝트입니다.

따라서 팜느엇브엉 회장은 “빈패스트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전기차 판매에 대해 걱정하지 않으며, 전기차의 성장은 불가피하다”고 자신했습니다. 사실 베트남 입장에서는 빈패스트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해야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빈패스트차가 베트남 내부 빈그룹 계열사에 팔려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빈패스트는 미국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공장을 짓고 있는 빈패스트는 내년 공장을 완공해 본격적인 미국 내수용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침체로 접어들고 브랜드 파워마저 약한 빈패스트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짓고 있는 연간 생산 용량 15만 대 규모의 공장 완공 시점을 내년에서 2028년으로 3년 늦춘 것입니다. 올해 연간 판매량 목표치도 종전 10만 대에서 8만 대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는 빈패스트 내부 사정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줍니다. 나름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비용이 들어가기 전에 사업 속도를 늦추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전달에 “가진 돈을 다 내놓겠다”고 큰소리친 팜느엇브엉 회장의 입장은 뭐가 되는 걸까요. 전달 인터뷰 당시만 하더라도 빈패스트의 안정된 미래를 약속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회사가 벌이는 핵심 산업 진행이 크게 느려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래서 시장 일각에서는 “이럴 거면 인터뷰를 왜 했냐”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은둔의 경영자가 ‘은둔’을 깨고 나오는 대가로는 인터뷰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는 뜻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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