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 ‘하늘 나는 택시’… 에어택시 1위 전쟁 시작됐다 [모빌리티&라이프]
프랑스 파리는 하늘로 승객을 실어나르는 ‘에어택시’를 운영하는 첫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앞뒤로 꽉 막힌 혼잡한 도심의 도로에서 벗어나 상공을 날아 목적지에 도달하는 상상이 현실로 펼쳐질 날이 멀지 않았다. ‘덜 혼잡한 내일’을 향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1위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은 프랑스 정부가 26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서 선보일 에어택시 수직이착륙장(버티포트)을 센강에 건설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9일 보도했다.
파리 도심에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버티포트가 건설되는 것은 처음이다. 파리 남동쪽의 오스터리츠 기차역 근처 센강에 떠있는 바지선 형태로 설치된다. 앞서 파리 교외에 설치된 4개의 버티포트와 함께 파리 곳곳을 잇게 된다.
해당 기체는 아직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ASA)의 인증을 받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무료 시범 비행만 제공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에어택시의 비행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간당 2회로 제한하고, 전체 시범 기간 동안 최대 900회 비행할 수 있도록 했다. 버티포트도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글로벌 대형 이벤트인 이번 올림픽에서 에어택시를 운항하며 파리 곳곳을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잇는 기술력을 홍보하는 효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어택시 운항이 순조롭지는 않을 전망이다. 당장 파리시부터 에어택시에 반대하고 있다. 파리시 관계자는 AFP에 “시청이 착륙장 허가에 반대하는 소를 법원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시가 에어택시 도심 운항에 반대하는 것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 환경 당국은 소음 공해와 에너지 소비, 온실가스 배출 등 문제에 대한 착륙장의 환경영향평가가 불완전하다고 밝혔다.
eVTOL은 전기 파워트레인을 이용하는만큼 내연기관 엔진으로 구동되는 헬리콥터보다 소음이 적고 비행 중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입장이다.
볼로콥터 측은 “배터리 기술로 구동돼 비행 중 이산화탄소, 일산화질소 등 유해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아 비행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며 “헬리콥터와 달리 120m 떨어진 곳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의 에어택시가 주목되는 것은 한정된 기간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도심에서 정규 운항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험 차원의 비행은 전세계에서 경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활발한 국가는 중국이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이항은 광저우와 허페이에서 상업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앞서 이항은 조종사 없는 2인승 자율주행 eVTOL ‘EH216-S’ 모델을 한 대에 239만위안(약 4억4600만원)의 가격을 붙여 출시까지 했다. 중국민간항공국(CAAC)은 지난해 10월 형식 인증서(TC)를 부여했고, 몇 달 뒤 표준 감항인증서(AC)를 부여했다.
아처는 구체적인 비용 추정치도 내놨다. 교외에서 도시까지 25마일(약 40㎞)을 이동할 경우 약 12분이 소요되며, 비용은 82.5달러(약 11만4000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일당 비용은 3.30달러(약 4600원)다.
국내에서는 민관 합동 대규모 실증사업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K-UAM 그랜드챌린지)’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인천 청라에서 계양을 잇는 아라뱃길 등 수도권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서울 한강과 탄천에서 도심 실증을 하고 상용화까지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는 당장 실증에 참여하는 국산 기체는 없지만 신기술 적용의 유연성과 규모가 주목된다. 세계 최초로 eVTOL 항공기와 UAM 운용시스템, 5G 항공통신망 간의 통합 시스템을 검증했다.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35개 기업이 7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통신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건설사(현대·GS·대우·롯데건설), 항공사(대한·제주·티웨이항공), 현대차, 카카오모빌리티 등 여러 분야 기업을 비롯해 조비와 영국 버티컬 에어로 스페이스 등 기체 제작사도 참여한다.
eVTOL은 비행기나 헬리콥터와 달리 전기 에너지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심 속 이동에 적합한 기체로 평가된다. 수직으로 이착륙을 하기 때문에 활주로를 포함한 대규모 공항이 필요하지 않다. 교통 정체 걱정 없이 차량으로 30분 이상 걸리는 구간도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다만 배터리 용량의 한계로 이동 가능한 거리는 짧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UAM 시장 규모가 내년 15억 달러(약 2조800억원)에서 2035년 1510억 달러(약 209조4200억원)로 10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도심에서 비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안전 수준이 매우 까다롭다. 국내의 경우 헬기의 안전 기준에서 1000배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택시처럼 일상적으로 타기에는 높은 가격도 문제다. 버티포트 구축 인프라 비용과 기체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상용화된 이후에도 버티포트나 기체가 이동하는 경로 주변 거주 주민의 소음과 사생활 보호 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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