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 미수 3대 미스터리…범행동기·저격수 역할·부실한 경호
(시사저널=채인택 국제전문기자)
7월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벌어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은 한 편의 초현실주의적 스릴러 영화를 연상케 한다. 논란의 전직 대통령으로 이번에 다시 대선에 도전하는 트럼프가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살상력이 강한 총탄이 트럼프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귀를 관통했다는 사실도 섬뜩하다.
암살 기도를 사격 실력이 부족해 총기클럽 가입조차 거부당한 청년이 벌였다는 점도 놀랍다. 게다가 암살 미수범의 정치적 성향도, 범행 동기도 불분명하다. 정신이상자도 아니며 극단적인 성향을 드러낸 적도 없다. 드러난 범행 배후가 없는데도 사건 직후 트럼프는 '단결'을 외치면서 특유의 공격적·모욕적 발언을 삼가고 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혐오와 증오의 정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사실도 묘하다.
CNN은 비디오와 오디오 파일을 바탕으로 사건 당시를 시간대별로 살펴본 분석 기사를 7월17일 내놨다. 당시 현장 상황과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움직임과 발언 등을 바탕으로 긴박했던 총격과 트럼프 대피 순간을 재구성하며 진실에 조금 더 접근해 본다.
밝혀지지 않는 '범행동기'…정신이상도 아냐
펜실베이니아주는 2000년 이후 6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이 5차례 승리한 곳이다.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가 승리했다. 유세장은 매년 농산물 전시회가 열리는 '버틀러 팜쇼'라는 탁 트인 야외 공간이다. 시간은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7월13일 오후다.
6시5분12초 트럼프가 연단에 올라 유세 연설을 시작했다.
6시9분 총격 시작 1분57초 전, 트럼프 연설 도중 일부 유세 참석자가 총기 소지 남성이 지붕 위로 올라간 것을 발견했다. 최소 1명의 공권력 요원이 해당 건물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비디오에 잡혔다. 총격범이 지붕에 엎드리자 참석자 중 일부가 "누군가 지붕에 있다" "저 사람 총을 갖고 있다"고 반복해서 외쳤다. 그러다 세 발의 총성이 들렸다. 잠시 후 다섯 발의 총성이 이어졌다. 그 후 다른 총성과 소리의 톤이 다른 마지막 한 발의 소리가 들렸다.
6시11분34초 연설하던 트럼프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 왼쪽에 손을 댔다.
6시11분35초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연단으로 달려와 둘러싸자 트럼프는 그 가운데에 몸을 숙였다. 연단 주변에서 "숙여, 숙여"라는 소리가 들렸다.
6시11분41초 여성요원이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세 차례 외쳤다. 남성요원1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6시11분50초 총소리가 들리고 여성의 비명이 이어졌다.
6시11분58초 남성요원2 "스페어로 가자"라고 두 차례 외쳤다(스페어는 당시 대기하던 여분의 리무진).
6시12분 남성요원3 "스페어로 이동하라, 잠시만, 잠시만, 준비되면 움직여."
6시12분1초 남성요원2 "준비."
6시12분2초 남성요원3 "움직여."
6시12분3초 남성요원2 "저리로."
6시12분4초 남성요원4 "가자, 가자, 가자."
6시12분6초 여성요원2 "호크아이 도착."(호크아이는 공격대응팀을 가리키는 암호)
6시12분9초 남성요원4 "스페어 준비됐다, 스페어 준비됐다."
6시12분10초 남성요원1 "준비됐어?"
6시12분16~21초 요원들 "총격범 잡았다. 총격범 잡았다. 우리 움직여도 되겠지?"
6시12분21초 남성요원 "총격범 잡았다. 우리 움직여도 된다."
6시12분22초 여성요원 "확실한가?"
6시12분23초 요원들 "확실하다, 확실하다, 확실하다."
6시12분23초 남성요원 "움직이자, 움직이자."
6시12분25초 요원들이 트럼프를 연단 오른쪽을 통해 아래로 이동시키려 하자 트럼프는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고는 총을 맞은 귀에서 흐르는 피가 얼굴로 흐르는 것을 그대로 둔 채 손을 들어 허공에 휘두르며 세 차례 "파이트(fight·싸우자)"라고 외쳤다.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AP통신 사진기자 에번 부치는 그 순간 연단 아래에서 푸른 하늘에 휘날리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고개를 들고 손을 휘두르는 트럼프의 모습을 포착했다. 트럼프는 리무진을 타면서도 다시 손을 허공에 휘두르며 "파이트"를 외쳤다. 트럼프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총상을 입은 귀를 치료받고 거즈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중에 계속 노출된 트럼프, 대체 왜?
당시 총격범이 총을 쏜 지붕은 트럼프가 연설하던 연단에서 왼쪽으로 400~500피트(121.9~152.4m) 거리였다. 미국 언론들은 당시 범인이 8발의 총탄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총격으로 범인과 트럼프 사이의 연단 좌측에 있던 전직 의용소방대원 코리 컴페라토레가 숨졌고, 연단 오른쪽에 있던 제임스 코펜하버와 데이비드 더치가 총상을 입었다.
미국에선 1835년 앤드루 잭슨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이번까지 전현직 대통령을 대상으로 암살 4건, 암살 미수 10건이 벌어졌다. 에이브러햄 링컨(1865), 가필드 제임스(1881), 윌리엄 매킨지(1901), 존 F 케네디(1963)는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이번 사건도 상당수 암살이나 미수 사건과 마찬가지로 동기가 모호하다는 사실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저격을 시도하다 대응팀에 사살된 총격범의 신원이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백인 남성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라고 밝혔다. 미국 CBS방송 등에 따르면 크룩스는 7월12일 총기상에서 소총탄 50발을 구매했으며, 아버지가 합법적으로 소유한 AR-15 계열의 소총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크룩스는 피츠버그에서 남쪽으로 약 11km 떨어진 베셀파크에 살고 있었으며, 범행 당일 현대 쏘나타 승용차에 폭발물을 싣고 약 70km를 달려 범행 현장에 온 것으로 조사됐다.
크룩스는 예비선거를 위한 공화당 유권자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선 예비선거 투표를 하려면 특정 정당에 유권자로 등록해야 하며, 이는 당원 여부와는 무관하다. 실제 그는 민주당 성향의 진보단체에 15달러를 기부한 적이 있다.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평소 발언이나 SNS 게시물 등에서 폭력이나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도 발견되지 않았다. 고교 시절 수학·과학으로 상도 받았지만, 동급생들은 그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다. 정신적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2년제 커뮤니티 대학을 마치고 4년제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사건은 갈수록 늪에 빠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자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너무도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의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비밀경호대와 경찰 등 법집행 당국은 왜 드론을 이용한 공중경비와 주변 건물 옥상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까. 유세 참석자들이 인근 건물 옥상에 총을 든 남자가 올라간 것을 인지하고 고함을 지르는 동안 또 다른 건물의 옥상에 배치됐던 저격수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총성이 들리자 연단에서 트럼프를 둘러쌌던 비밀경호국 요원들은 왜 트럼프가 머리를 들고 청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저지하지 않았을까. 의혹은 끝이 없고, 이에 따른 후폭풍도 쉽사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11월5일 대선을 앞둔 미국 앞에 폭풍의 언덕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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