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만의 대표자에서 4억5000만의 대변자로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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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는 인구가 약 130만명으로 우리나라 광주광역시보다 적다.
소녀 칼라스는 장차 에스토니아가 독립하면 서방의 손을 굳게 잡고 나라 운명을 그에 맡겨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스토니아 국민들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인구 130만명의 작은 나라를 대표했던 이가 27개 회원국 총 4억5000만명을 거느린 EU의 대변자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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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토니아는 인구가 약 130만명으로 우리나라 광주광역시보다 적다. 스웨덴, 독일, 제정 러시아 등 강대국들 사이에 낀 탓에 순탄치 않은 역사를 겪었다. 특히 18세기 초부터 약 200년간 이어진 러시아의 지배가 가혹했다. 20세기 들어 제1차 세계대전으로 러시아 제국이 사라지며 겨우 독립의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독일과 소련(현 러시아)이 서로 싸우며 그 각축장으로 전락했다가 결국 소련에 강제로 편입되고 만다.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가 이뤄진 1991년에야 조국 광복의 기회를 맞이했다. 지금은 공산주의 잔재를 완전히 털어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서 서방의 확고한 일원이 되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스토니아 국민들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광복 후 약 30년간 잊고 지낸 소련의 안보 위협이 다시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러시아를 옛 공산주의 소련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한 칼라스는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에 적극 나서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규탄에 앞장섰다. 작은 경제 규모이나마 에스토니아는 한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크라이나 지원금 비율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푸틴이 칼라스를 얼마나 싫어하는가 하면 일국의 총리인 그를 지명수배자 명단에 올리기까지 했다. 러시아에서 천연가스와 석유를 수입해 온 몇몇 유럽 국가들이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자 “가스 값은 좀 비쌀 수 있지만 자유는 가격을 매길 수조차 없다”고 다그쳐 정책을 바꾸도록 했다. 세계 언론은 칼라스에게 ‘북유럽 철의 여인’이란 별명을 붙였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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