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앵과 뉴스터디]한미 ‘핵작전 공동성명’, 최강 핵우산이 온다?

동정민 2024. 7. 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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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갈 때만 해도, 미국 선거가 한창이라 대통령을 만날 수나 있으려나 했는데, 만나서 예상치 못한 성명서를 체결하고 왔습니다. 「한미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에 관한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미합중국 조셉 R.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성명」.

지금 시기가 아주 중요합니다.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죠. 둘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면서 “한쪽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 약속했습니다. 사실상 전쟁이 났을 때 자동적으로 군사 개입을 하려는 것 아니냐 의심이 됩니다. 우리 정부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같은 경우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착착 진행 중이잖아요. 2년 전에는 핵무력을 법제화하더니 지난해에는 헌법에 반영했습니다. 핵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힘을 보탠 거죠.

우리나라는 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대로 있어도 되는 거냐’ 불안한데, 윤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공동성명을 맺은 겁니다. 해당 성명은 한마디로 미국이 우리나라에 핵우산을 씌워주는 내용입니다. 그러면 자체 핵무장을 안 해도 안전한 건지 알아보겠습니다.

▶ ‘워싱턴선언’과 ‘핵지침 공동선언’ 차이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워싱턴선언」을 맺고 왔습니다. 그리고 1년 뒤인 이번에 「핵억제‧핵작전 지침 공동성명」을 했습니다.

결국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주는 내용입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를 원칙으로 세웠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993년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핵개발을 진행했죠. 미국은 북한을 압박해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핵을 포기하게끔 유도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버티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북정책이 실패했단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죠.

「워싱턴선언」은 철학을 세운 겁니다.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씌워줄 건데, 일방적인 게 아니라 같이 하겠단 철학이죠. 핵협의그룹 NCG(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합니다. 미국은 보통 핵 관리에 대해 다른 나라와 상의하지 않는데, 대한민국과는 NCG로 협의해 함께 핵우산을 쓰겠다, 미국 핵자산을 함께 운영하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7월 NCG 첫 회의를 열고 큰 틀을 만듭니다. 당시에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실과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재합니다. 그리고 올해 초, NCG 실무 단계로 양국 국방부가 만납니다. 그 결과 「핵작전 지침」이 나온 건데, 「워싱턴선언」 때 철학을 세운 후 가이드라인을 만든 셈입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가이드라인이 나왔다는 평가입니다.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 NPG는 창설 후 가이드라인 만드는 데에 8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핵작전 지침」은 두 가지에서 최초라는 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이 하나의 특정 비핵국가와 핵을 논의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입니다. 나토와도 논의하지만, 이는 유럽 국가 중심의 집단이죠. 둘째, 미국이 핵자산에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한 최초의 사례입니다. 미군 핵자산에 ‘북핵 대응 임무가 있다’ 배정한 겁니다.

▶ 한미 ‘핵억제·핵작전 지침’… 무엇 담겼나?

①일체형 확장억제 시스템(Conventional Nuclear Integration)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일체해 대응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은 북한이 도발하려 하면 탱크나 전투기, 포 등 한미 재래식 무기를 상의해서 작전을 폅니다. 이와 관련된 작전계획도 세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핵에 대해선 쏠지 말지, 언제 어떻게 쏠지 모두 미국이 결정하게 돼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걸 함께 하겠다는 겁니다. 일체형, 즉 재래식 무기와 핵무기를 하나로 만들겠다, 그래서 확실하게 북한 도발을 억제하는 확장된 시스템을 갖추겠단 거죠.

이로 인해 한국도 핵작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북한이 핵을 쏠 것 같으면 우리가 먼저 미국에 언제, 어떻게, 어느 지역에 몇 발 쏠지 의견을 낼 수 있는 겁니다. 국방부는 이번 공동성명 채택의 가장 큰 의의에 대해 “재래식 기반 동맹에서 핵 기반 동맹으로 진화했다”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로 인해 전쟁 위기 때만이 아니라 24시간, 평시에도 핵자산 관련 논의를 함께 하게 됐습니다. 공동성명에는 “한국과 미국 간의 군사협력에 있어서의 역할은 북핵 억제 및 대응”. 즉, 평소에 도발을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평시에도 핵 관련 정보를 공유, 협의하고 함께 훈련 및 교육을 받도록 한 겁니다.

②핵자산 상시 배치

‘핵공유’까지 이뤄진 건 아닙니다. ‘핵공유’란 미국의 핵을 아예 배치하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나토인데, 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에 인접한 유럽 국가에 핵을 가져다 놨습니다.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명분이죠. 5개 국가, 네덜란드와 튀르키예, 벨기에와 독일, 이탈리아에 상시 배치, 즉 핵을 공유한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에는 난색을 표해왔습니다. 한국에 미국 핵을 배치하면 인근 우방국가인 일본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을 핵 확산을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의 전세계 안보 전략이 핵 확산 금지인데 한국에 배치하면 핵 경쟁이 벌어질 수 있겠죠. 그래서 거론됐던 게 상시 수준의 배치입니다.

이번 성명에 포인트 대목이기도 합니다. 핵을 쏠 때는 잠수함이나 전투기, 미사일 등을 활용하는데, 이를 핵자산이라 합니다. 상시적으로 한반도 어딘가에 핵자산을 갖다놓는다는 겁니다. 핵자산에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핵탄두 20개를 실을 수 있는 잠수함인 SSBN(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 △레이더에도 잘 탐지되지 않는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이죠.

북한 입장에서는 가장 성가신 내용일 겁니다. 미국 핵자산은 주로 하와이 ‘인도-태평양 전략사령부’에 있는데, 이걸 수시로 한반도 주변에 출격시키겠다는 거거든요. 핵공유를 했다면 핵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그곳만 지켜보면 되는데 핵자산 상시 배치는 어떤 게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더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 한 번만 해도 맹비난을 퍼부었는데, 이젠 늘 와있다는 거니까요.

핵자산이 이전에도 우리나라에 가끔 왔는데, 이전과 다른 건 우리나라가 요구 및 상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미국 핵자수함이 한미 훈련에 참여해도 직전에 통보하는 수준이었는데 앞으로는 우리나라가 “이번 훈련에 핵잠수함이 필요하다” 할 수 있는 겁니다.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죠.

③한미정상 핫라인

핵을 논의하는 한미 정상 간 핫라인도 만듭니다. 핫라인이 있지만 핵 관련해서 새롭게 마련하는 건데요. 핫라인이 생기니 우리나라에선 북한 핵 도발 조짐이 있을 때, 미국 정상에 바로 전화해 핵작전을 논의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완전히 새로운 통신 보안 체계를 마련하비다. 핵은 최고 극비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니까요. 절대 도청당하지 않도록 만들어 정상뿐 아니라 대통령실 파트너, 국방부장관 등 실무 라인마다 구축하기로 해 이미 작업 중입니다.

▶ 한미 ‘핵 지침 합의’… 이제 북핵 위협 안심?

그럼 우리나라는 정말 안전해지는 걸까요? 전문가 취재에 따르면 미국 핵무기를 한반도에 갖다 놓는 것 이외 가장 높은 수준으로 평가는 하더라고요. 물론 미국이 이를 무효화하겠다면 방법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문서화하겠다는 게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뒤엎을 경우 상당한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지킬 거냐 이것도 관심이죠. 대통령 시절인 2017년에는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 다음해에는 이란핵협상을 탈퇴했었죠. 또 하나의 걱정은 우리나라에 막대한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한반도에 미국 핵자산을 배치하려면 다 비용이 드는데, 다 우리나라에 떠넘길 수 있습니다. 주한미군 방위비도 더 내라고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또 대비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죠.

앞으로 우리나라가 해야 할 건 액션플랜을 짜는 겁니다. 「워싱턴선언」은 철학을 공유했고, 「핵작전 지침」으로 가이드라인을 맺었으니, 구체적인 액션플랜인 작전계획이 필요합니다. 작전계획은 극비 중의 극비로 시나리오를 담습니다. 북한이 A 방식으로 도발하면 A’로 대응한다, B 방식으로 도발하면 B’로 대응한다는 식이죠. 핵기반 동맹으로 바뀌었으니 작전계획 변경도 필요하겠죠.

이번 성명 채택 이후 북한 국방성은 “군사적 긴장 수위를 극한점으로 몰아가는 미국과 한국의 무모한 도발 행위다, 경고를 무시할 경우 치르는 대가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 한미 TTX(핵무기 사용을 가정한 국방·군사 도상훈련)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최대한의 핵우산을 구축한 후 처음 하는 훈련인데, 높아진 한미 동맹 수준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도록 하죠.

평일 오후 7시엔 뉴스A, 주말 오후 3시엔 동앵과 뉴스터디.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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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전민영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 황진선PD
편집: 허수연‧박현아PD

동정민 기자 ditto@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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