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잃지 않고 내 취향 알아가며 작은 행복 느끼기

한겨레 2024. 7. 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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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조민진의 꿈꾸기 좋은 날
젊게 사는 법
‘아이 정신’ 무한한 가능성 긍정
‘취향 찾기’ 스스로 사랑 주는 일
평범함에 기뻐하는 ‘청춘의 삶’
인생 잘 느낄 수 있는 방법들
스페인 화가 루이스 리카르도 팔레로가 그린 ‘백합 요정’(1888). 위키아트

무더위를 잘 이기고 계시는지요, 여러분. 조민진입니다. 덥고 습도 높은 장마철에 덩달아 꿉꿉해지기 쉬운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드릴 수 있는 얘기를 나눠보려고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요정’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맞아요, 동화 속에 종종 등장하는 초자연적 존재죠! 예를 들자면 ‘피터 팬’에 나오는 ‘팅커 벨’이 요정입니다. 영국 작가 제임스 매슈 배리의 대표작인데, 여기에 요정의 탄생에 관한 대목이 있거든요. 피터가 웬디에게 설명해줍니다. “있잖아, 웬디, 갓난아기가 처음으로 까르륵 웃으면, 그 웃음소리가 1천개의 조각으로 쪼개져서 이리저리 통통 뛰어다녀. 그게 요정으로 변하는 거야.”

자, 여기서부턴 피터의 말이 사실이라 치고 저는 얘기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그러니까 원래라면 모든 아이에겐 요정이 한명씩 따라다니게 된다는 건데요, 그렇게 곁에 있던 요정은 때가 되면 사라져버린답니다. 아이가 더 이상 그 존재를 믿지 않게 되면 요정은 그만 죽게 되거든요.

순진무구하고 잘 잊고 놀 줄 알고

요정이 있다고 믿는 동안 요정이 우리 곁을 지켰다는 상상은 꽤 낭만적입니다. 어른이 되었어도 아이였을 때나 할 법한 생각들을 떠올리면 괜히 순수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기분이 좋습니다. 유년 시절 저는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아 재밌게 사는’ 피터 팬 얘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방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치 웬디가 된 듯, 피터 팬을 그려본 날들도 많았거든요. ‘이런 유치한 얘기를…’ 하는 생각에 다소 민망해지지만, 여러분도 모처럼 자신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과감히 서두를 뗐습니다. 우리는 한때 모두 아이였으니까요. 이 사실을 떠올리면 저는 왠지 힘이 납니다. 생의 여정을 성실히 걷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거든요. 이번 글에선 ‘계속 젊게 사는 방법’을 안내해보려 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기왕이면 오래도록 젊음의 에너지를 잃지 말자는 취지에서요.

첫번째 키워드는 ‘동심’입니다. 이미 다 컸어도 어릴 적 마음을 모두 버리진 말자는 얘깁니다.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라고 주문했던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유명한 저서에서 정신의 변화가 필요함을 설파했지요. 무조건 인내하는 ‘낙타 정신’에서, 자유롭게 대항하는 ‘사자 정신’으로, 궁극적으로는 새롭게 창조하기 위해 긍정할 줄 아는 ‘아이 정신’으로 변해가야만 주체적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입니다. 결국 동심은 끝까지 사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순진무구하고, 잘 잊고, 새롭게 출발할 줄 알고, 놀 줄 알고, 성스럽게 긍정할 줄 아는 것 등이 니체가 꼽은 아이의 특성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이해를 따지고, 잊지 못하고, 멈추지 못하고, 즐길 줄 모르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지요. 젊음의 원동력은 자유롭고 자주적인 삶입니다. 니체가 말한 ‘아이의 정신’이 필요한 거죠. 나도 모르게 틀에 갇힌 낙타 정신으로 퇴행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보면 좋겠습니다. 단순하고 과감하고 순수하고 자유롭게 사는 삶에 대한 갈망이 곧 동심입니다. 동심이 있으면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긍정하게 됩니다. 가능성을 말하는 어른은 늙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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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좋아하려고 배운다

두번째 키워드는 ‘취향’입니다. 취향, 즉 좋아하는 걸 많이 만들면 좋습니다. 자기 취향을 알고 다듬어가는 건 스스로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는 일이거든요. 자기 사랑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삶에는 활력이 깃듭니다. 활력 있게 사는 게 젊게 사는 거죠. 이쯤에서 좋은 취향을 위한 자세 두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미국 저널리스트 톰 밴더빌트가 쓴 ‘취향의 탄생’이란 책을 읽으면서 취향의 문제는 결국 두가지로 귀결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취향은 배워가는 것이다’와 ‘취향은 변하는 것이다’입니다. 여기선 모르는 걸 좋아할 순 없다는 점이 공통된 포인트입니다. 취향은 타고난다기보다 학습하고 경험하는 시간과 노력 끝에 얻는 겁니다. 그러니 설령 지금 좋아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언젠가 관심을 갖게 되면 좋아하게 될 수도 있지요. 항상 새롭게 좋아할 수 있는 게 생길 거라는 가능성을 열어두세요. 끊임없이 관심을 확장하는 방법입니다. 호기심을 잃지 않으면 삶이 더 다채로워집니다. 좋아하는 게 늘어나면, 좋아하는 걸로 자신을 표현하고 설명할 수 있으면 더 신나게 살 수 있지요.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더 제대로, 더 많이 좋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종종 생각합니다.

마지막 키워드는 ‘소확행’입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죠. 일상에서 행복과 기쁨을 최대한 많이 느끼는 거야말로 젊게 사는 비결입니다. 이 대목은 앞서 말씀드린 ‘취향 만들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좋아하는 게 많다면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더 많아지는 셈이니까요. 중요한 건 기호나 취향이 꼭 거창해야 하는 게 아니란 겁니다. 오히려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면 더 좋습니다. 학창 시절에 위노나 라이더와 이선 호크 주연의 ‘청춘 스케치’를 좋아했습니다. 1990년대 청춘 영화의 바이블이었죠. 원제는 ‘리얼리티 바이츠’(Reality Bites), ‘현실은 녹록지 않아’ 정도로 해석됩니다. 현실이 녹록지 않음은 살아갈수록 확실히 알게 되는 사실 맞지요? 그래선지 저는 20년 넘게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이 영화를 좋아합니다. 다시 볼 때면 소확행을 느끼죠. 특히 극 중 20대 청춘들이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에 늘 긍정적 자극을 받습니다. 남녀 주인공은 ‘치즈버거’나 ‘비가 내리기 10분 전의 하늘’, ‘웃음이 수다로 변하는 순간’, ‘아침마다 마시는 에너지 음료’ 등으로 충분히 행복해진다고 말하죠. 평범한 것에서 기쁨을 길어 올리는 능력이야말로 청춘의 표상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도 작은 행복에 심드렁해지지 말아야지 다짐합니다. 저도 치즈버거를 먹으면 행복합니다. 맛있거든요.

“가장 오래 산 사람은 가장 나이 들어 죽은 사람이 아니라 인생을 잘 느끼다 죽은 사람이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장자크 루소가 쓴 유명 교육서 ‘에밀’에 나오는 말입니다. 동심을 유지하고, 취향을 기르고, 소확행을 누리는 건 모두 인생을 잘 느낄 수 있는 방법들입니다. 세상이 주는 좋은 것들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청춘의 한가운데서 봄날을 누리고 있는 게 아닐지요. 이번 글은 과감하게 유치한 응원으로 마치겠습니다. 우리, 마음속 요정을 오래오래 잃지 말아요!

작가

신문·방송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작가나 강사로 불립니다. 꿈꾸며 노력하는 여러분께 말과 글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아, 유튜브(‘조민진의 웨이투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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