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개미군단 표심에 ‘금투세’ 시행 ‘또 유예’ 굳힌 與野

조문희 기자 2024. 7. 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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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형평성’ vs ‘큰손 이탈’…논란의 금융투자소득세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에 부정적인데 당이 유예 반대를 고집할 이유가 있느냐."

"한국 주식시장이 역행하는 상황에서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하는 게 맞느냐."

두 발언 모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다. 시점엔 2년의 차이가 있다. 전자는 2022년 11월14일 열린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했다고 알려진 말이고, 후자는 2024년 7월10일 당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비슷한 단어처럼 결과도 비슷하다. 2022년 당시 금투세는 시행이 2년 밀렸고, 다시 2025년 시행을 앞두게 된 금투세는 이번에도 유예가 굳어졌다.

초점은 '왜'로 쏠린다. 금투세는 2020년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합의로 도입된 법안이다. 여야 합의로 마련된 법안을 앞다퉈 연기하거나 폐지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1400만 명으로 불어난 개인투자자의 의견이 곧 표심으로 직결되면서, 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5월30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뜨거운 감자' 금투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금투세의 대전제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이다. 주식·펀드·채권 등 상품별로 매겼던 과세를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쳐 단순화하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각 투자 상품에 제각각으로 세금을 매겨왔는데, 이를 하나로 합쳐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과세하는 것이다. 가령 주식에서 2억원 손해를 보고 펀드에서 1억원 이익을 봤다면 현재는 펀드 소득에 세금이 부과됐는데, 금투세를 시행하면 종합적으로 얻은 소득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내야 하는 세금이 없다.

금투세가 일반투자자에게 마냥 나쁜 것이라고 볼 순 없다. 금투세 도입과 동시에 증권거래세 인하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율은 주식을 팔 때 내야 하는 일종의 통행세로, 손실이 나더라도 예외 없이 부과되는 세금이다. 증권거래세율은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기존 0.23%에서 올해 0.18%까지 낮아졌고 내년에는 0.15%까지 떨어진다. 증권거래세가 전면 폐지되고 금투세가 시행되면, 일반투자자로선 말 그대로 수익이 났을 때만 세금을 내면 된다. 여기에 금투세는 5000만원까지 공제되는 터라, 금융상품으로 5000만원 수익을 보기 전까지는 내야 할 세금이 0원이다.

그런데도 금투세를 반대하는 핵심 이유는 "큰손이 떠난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2019~21년 주요 5개 증권사의 실현손익 금액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연간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3년 평균 6만7000명으로 전체 투자자의 0.9% 정도다. 숫자가 많지 않지만, 세금을 피하기 위해 거액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게 되면 전체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거버넌스포럼은 "금투세 대상자는 전체 투자자의 1% 수준이지만 이들의 투자금은 전체 시가총액의 6%가 넘는 150조원 수준"이라며 "금투세를 시행하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상당한 돈이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 한국 주식은 상승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러다 다 죽는다" 발끈한 개미…금투세, 유예 넘어 폐지?

무엇보다 금투세 도입을 강하게 반대해온 것은 개인투자자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 개인투자자 연합은 수차례 금투세 폐지 집회를 열었으며, 국민청원도 쇄도했다. 앞서 지난 4월 공개된 금투세 폐지 청원에 6만5000여 명이 동의했고, 지난달 진행된 청원에는 6만9184명이 동의해 올해 제기된 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았다. 금투세는 소액 개인투자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게 청원의 골자다.

개인투자자 규모는 2019년 600만 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1400만 명까지 불어났다. 전체 인구의 30%가량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만큼 개인투자자 규모가 불어났다. 자본시장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이후 지난해까지 개인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160조원에 달한다. 국내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굴리는 투자금 규모는 전체의 60~70%를 차지한다.

정치권이 개인투자자의 의사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금투세 폐지는 많은 국민께서 간절히 바랐던 법안"이라고 말했다. 정책을 설계하는 데 1400만 개인투자자의 의사를 고려했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민주당도 당초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장 파급력을 고려해 사실상 유예로 선회한 상태다.

일각에선 금투세가 유예를 넘어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년도 수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이번에 1년 금투세를 유예할 경우 본격적으로 세금이 부과되는 시기는 2027년부터다. 대선이 있는 해다. 2년 유예할 경우 총선이 있는 2028년에 부과된다.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슈이니만큼, 정치권이 금투세 시행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폐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현장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7월3일 열린 16개 증권회사 대표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간 간담회에서 복수의 증권회사 대표는 "금투세가 내년에 바로 시행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 세부적인 징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을 보완하는 것도 곤란하다"고 토로했다. 한 자산운용사 실무 담당자는 "정책을 한순간에 뒤집는 게 바람직하진 않다"면서도 "금투세를 시행하든 유예하든 폐지하든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 논의가 미뤄질수록 시장 혼란만 가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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