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어린이]공연중 어린이 재잘거림이 꼭 필요하다고요? 관객이 만드는 공연 ‘우산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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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우산도둑' 팀은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에 초대돼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우산도둑'은 어린이 관객이 완성하는 연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산도둑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참여형 어린이공연 창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2020년 서울 어린이 연극상 대상, 관객인기상, 연출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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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우산도둑’ 팀은 공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배우들은 입으로 ‘하나, 둘, 셋’ 구호를 맞추며 추격 장면의 합을 맞췄다. 이리저리 달리고, 뛰어오르고 바닥에 뒹굴더니 금세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오는 26일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에 초대돼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우산도둑’은 어린이 관객이 완성하는 연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이미 관객은 공연의 중심에 놓이게 되며 연극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극에서 찻집 주인 ‘차쭈’ 역할을 맡은 배우 전영희(36)는 “공연 시작 20분 전에 극장 로비에서 아이들과 함께 ‘우산을 씌워주고 싶은 존재’를 그린 후에 입장한다”며 “아이들이 친구부터 장난감, 공룡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데 그때부터 이미 공연은 시작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출자이자 극 중 ‘이야기꾼’으로도 등장하는 배우 김예나(42)는 “조명과 음향을 활용해 비가 내리는 마을의 분위기를 낸다”고 덧붙였다.
공연의 제목은 ‘우산도둑’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설정된 배경은 ‘우산이 없는 마을’이다. 키리마마, 차쭈, 키리키리 세 친구는 매일 달라지는 날씨와 기분에 어울리는 차를 마시며 논다. 어느 날, 키리마마는 처음으로 도시에 나가 우산을 보게 되고 우산을 사 온다. 드디어 기다리던 비 오는 날, 자랑하고 싶은 우산이 어딘가로 사라진다. 그 뒤로도 우산을 사 오면 사라지고, 또 사 오면 또 사라지고…. 계속되는 우산의 실종은 다정했던 세 친구의 일상을 깨뜨린다.
우산도둑은 ‘관객참여형 스토리텔링 연극’으로 이야기꾼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지운다. 김 연출은 그때부터 사실상 관객이 이야기를 이끄는 연극이 된다고 말한다.
“키리마마는 결국 잃어버렸던 우산을 되찾지만, 이상하게 기뻐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요. 그럼 제가 관객들에게 ‘왜 그럴까’ 질문하죠. 그 순간부터 사실 극은 저희 손을 떠나요. 그날의 이야기는 그날의 대답으로 진행이 되는 셈이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이 관객 덕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다고. 극 중 키리마마 역을 맡은 배우 김효인(40)은 “키리마마 주변으로 친구들이 한 명도 안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 어린이들이 ‘무대 뒤에 있잖아요’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직접 무대로 들어와서 사라진 친구를 찾아주겠다는 경우도 있었다”며 “어린이들이 마음껏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김 연출은 “극중 화해하는 방법을 찾는데 한 어린이가 ‘화내서 미안해라고 말해요’라고 소리쳐 엄청나게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며 “어린이 관객에게 저희가 오히려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우산도둑은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참여형 어린이공연 창작지원사업 선정작으로 2020년 서울 어린이 연극상 대상, 관객인기상, 연출상을 받았다. 예술의전당 어린이 가족 페스티벌에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초청이다. 2021년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제한된 형식으로 공연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에는 어린이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예정이다. 마임부터 슬랩스틱, 아크로바틱까지 볼거리 역시 풍성하다.
“너 도둑이 잡고 싶은 거야? 그 우산이라는게 찾고 싶은 거야?”라는 대사는 우리가 진짜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공연은 8월 4일까지.
●‘문화적 어린이’는…
어린이들이 마땅히 누려야할 문화(공연, 전시, 어린이책)에 대해 소개하고 나누는 자리입니다. 더 많은 어린이들이 높은 수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글·사진 윤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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