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점 찍었다” 석유화학 드디어 살아나나…중국 리스크 줄고 실적 반등 전망까지 [비즈360]

2024. 7. 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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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석화 시황 저점 찍어”
공급과잉 중국 PE 생산량 두달 연속 역성장
가전제품 등 전방 사업 회복 움직임
반등론에도 국내 석화업계 여전히 긴장
중국 증설 현재진행형…중동도 석유화학 투자 나서
[각 사 제공 및 게티이미지 뱅크]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위축된 글로벌 석유화학 시황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최근 제품 생산량 조절에 나서는 데다, 전방 사업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데 따른 것이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CEO) 부회장은 19일 서울시 중구 한 식당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진행된 석유화학업계 CEO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석유화학 시황에 대해 “당장 큰 반등을 기대할 정도는 아니지만, 저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산업이 그간 ‘불황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부활의 징조가 보일 것이란 평가로 풀이된다.

그동안 석유화학 시장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장기간 부진의 늪에 빠진 상태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방 사업이 타격 받은 상황 속에서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생산량을 늘린 데 따른 것이다. 시황 악화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시노펙 석유화학 생산시설 전경. [시노펙 홈페이지 캡쳐]

부진 속에 반등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중국이 최근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4, 5월 중국의 폴리에틸렌(PE) 생산량은 각각 224만t, 226만t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4.1%, 3.9% 감소했다. PE는 석유화학 대표 범용 제품 중 하나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PE 생산량이 2달 연속 역성장한 시기는 중국 대표 명절인 춘절을 제외하면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생산량 확대가 실적 부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공장 가동률을 조절한 것이다. 중국 최대 국영 정유 업체이자 석유화학 기업인 시노펙은 지난해 1분기(-4083억원)에 이어 올해 1분기(-3480억원)에도 화학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그동안 부진했던 수요가 회복할 가능성이 생긴 점도 반등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내수 진작을 위해 ‘이구환신’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새 가전제품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가전제품 제작에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는 만큼, 이구환신이 진행되는 동안 석유화학 제품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남 여수 LG화학 CNT 공장 전경. CNT는 LG화학의 대표 스페셜티 제품 중 하나이다. [LG화학 제공]

연이은 호재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2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고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G화학의 올해 2분기 석유화학 사업 영업이익 전망치는 1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 적자 폭(-770억원 → -481억원)이 60.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중국 업체들은 여전히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는 데다, 중동도 석유화학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을 짓고 있다. 원유를 뽑아낸 자리에서 곧바로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만큼 기존 공정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다. 정유업체로부터 원유를 받아 제품을 만드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COTC 가동 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이 올해 1월 의왕사업장 ‘에이뷰(A VIEW)’ 쇼룸에서 친환경 스페셜티 소재를 둘러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19일 진행된 석유화학업계 CEO 간담회도 위기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뤄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 부회장 외에도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 대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기업 대상 정책금융 지원 확대, 친환경 제품 초기 시장 진출 방안 등이 논의됐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생존책으로 우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2025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범용 제품 매출 비중을 30% 이하로 낮추고, 첨단소재 매출은 8조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생산량 조절 움직임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석유화학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전과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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