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전장서 ‘첨단기술전·보병전’ 동시 진행… 韓, 드론 운용·거대도시 군사작전 준비 필요 [S스토리-점점 더 복잡해지는 현대전 양상]
우크라전, 이·팔 전쟁 겪으며 통념 깨져
민간인 피해 ‘시가지 전투’도 주저 안 해
론 통해 전장 상황 인식해 표적 파괴
軍, 드론 비행 초저고도 공중우세 확보
보유 전력 융합 새 전투개념 수립 필요
1990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세계 각국은 미래전이 첨단과학기술에 의한 단기결전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술 중심 전쟁이 장병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깔끔한 전쟁’을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다수의 주민이 거주하는 시가지 전투를 주저하지 않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오랜 기간 교전을 치르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이 큰 시가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마리우폴, 바흐무트 등의 도시에서 혈투가 벌어졌다. 이스라엘도 가자 지구 내 가자시티 등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병원, 발전소, 가스 저장소, 주택 등 민간 인프라도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민간인에게 공포를 심어주고 전쟁 수행능력을 약화하려는 의도다.
무인 무기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모양새다. 전투원들은 드론을 통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표적을 정확하게 파괴한다. 최소한의 비용과 훈련만으로도 미사일이나 포탄 못지않은 위력을 지닌 정밀유도무기를 최전선 보병도 사용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첨단장비의 역설’도 두 개의 전쟁에서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당시 하마스가 처음 기습공격을 감행했을 때, 이스라엘은 수많은 감시정찰자산과 정보망 및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155㎜ 엑스칼리버 포탄 등의 정밀유도무기는 러시아군 전자전에 의해 명중률이 크게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첨단기술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수많은 변수가 지배하는 전쟁의 양상에 완벽한 대응을 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돌발 변수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시스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능력을 지닌 지휘부와 의사결정 지원체계 구축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이 주목할 부분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한국군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드론 운용과 공중작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우크라이나군의 FPV 드론은 전차나 장갑차, 자주포, 전자전 시스템, 방공체계, 보급창고 등을 주로 공격한다. ‘러시아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S-300 방공미사일 체계를 무력화하고자 우크라이나군은 S-300의 사각지대로 자폭 드론을 우회비행시켜 파괴하는 작전을 썼다. 전략·전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고가의 무기나 시설을 드론 공격으로부터 지키는 작전이 필요한 셈이다.
수백만 인구가 거주하는 거대도시(Megacity)에서의 군사작전도 준비해야 한다. 한국군도 후방 지역을 담당하는 제2작전사령부 등을 중심으로 거대도시에서의 전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거대도시 전투의 교리와 장비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미국 남북전쟁 당시 남군과 북군은 각각 상대방의 수도인 리치먼드와 워싱턴을 노리고 군사행동을 벌였다. 리치먼드와 워싱턴이 서로 가까웠기 때문이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평양과 서울은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근접해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는 전쟁처럼 남북이 평양과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치열한 시가전을 치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하철을 비롯한 지하시설은 방어하는 측에 유리한 곳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는 것처럼 대대적인 폭격으로 시가지를 초토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반도에서도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군이 보유한 전력을 융합해서 새로운 전투개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국방연구원 유기현 책임연구위원은 ‘2개의 전쟁, 무엇을 배울 것인가’ 보고서에서 “실제 발생하는 전쟁 성격을 정확히 인지하고, 필요하다면 우리의 계획을 세부 조정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군사력의 유용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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