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간지 기자 관두고 후원으로 제대로 '뉴스하다'

김예리 기자 2024. 7. 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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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영리 독립 탐사언론 '뉴스하다' 1주년, 이창호·홍봄 공동대표
"'입 쫓기' 벗어나 성역 없는 권력감시" 권언유착도 겨냥…지속가능한 최저 후원 400명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지난해 7월 인천지역에 첫 비영리 독립 탐사언론이 생겼다. “보도자료를 쫓고 정·관·재계 입을 주목하는 저널리즘은 과감히 버리겠다”고 선언하면서 기존 인천 언론에서 찾기 어려운 보도를 숨가쁘게 내놓고 있다. 언론과 검찰, 지역 정치인을 차례로 겨냥했다. 지난 17일 창간 1주년을 맞은 인천경기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하다' 얘기다.

보도는 언론계 암묵적 금기를 두드렸다. 첫 프로젝트는 '광고홍보 예산 대해부'다. 인천시가 혈세로 언론사, 특히 인천 5대 일간지를 길들이는 현실을 드러냈다. 유정복 시장 측근에 보은성 홍보예산을 쓴 사실까지 드러나자 시가 사과했다.

출입기자단에 얽매이면 못하는 보도도 이어간다. 인천지방검찰청·부천지청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부정사용을 잡아냈다. 4·10 총선 검증은 전국 파장을 불렀다. 계양을에 출마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장관이 따라붙는 이창호 기자를 두 손으로 밀치는 장면은 유튜브 쇼츠에서 150만 뷰를 기록했다.

▲비영리 독립 탐사언론 뉴스하다 홈페이지 갈무리.

이창호·홍봄 뉴스하다 공동대표는 본래 일간지 기자로 탐사보도를 시도했다. 그러나 “사장·편집국장과 정치인의 친분에 기사가 좌우되고, 기업 광고 때문에 기사가 없어지는 일”, “진실을 확인하고도 세상에 꺼내놓지 못한 일”이 반복됐다. 내부를 바꾸려 동료들과 노조를 세우자 탄압을 받았다. 정직 징계를 받는 동안 노보로 탐사보도를 냈다. 지역 정치인을 낙천시키고 서울 자치단체장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1년 4개월여 준비를 거쳐 100% 독자의 힘으로 운영하는 언론을 직접 창간했다.

창간 이듬해 벌써 바뀌는 게 생겼다. 정부는 검찰 특활비 집행지침을 강화했고, 미추홀구의장은 '아들 구청 주차 특혜'로 과태료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남동구의회 '가족식당 매출 올리기' 사건을 조사 중이다. 두 기자는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 △민주언론시민연합 '올해의 좋은 보도'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 특별상을 받았다.

특종과 주목이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두 기자는 퇴직금으로 생활하며 뉴스하다를 운영한다. 현재 후원자는 170여명이다. 1주년을 맞아 정한 목표는 400명. 이들이 최저시급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최저 후원규모'다. 최근 1년 보도를 보여주는 특별페이지와 후원캠페인도 열었다. 지난 11일 인천 부평구의 뉴스하다 공유오피스에서 이들을 만나 소회를 물었다.

▲6개 언론사가 협업한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으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예산자료 검증 취재를 위한 자료를 수령해 옮기고 있는이창호·홍봄 공동대표 기자. 사진=뉴스하다

- 창간 1년 소회는.

이창호(이) = “즐거웠다. 신나게 취재했고, 응원과 칭찬도 많이 받았다. 연말에 상을 몰아서 받았다. 다만 경제적인 면은 빼고.”

홍봄(홍) = “기자 생활을 새로 시작한 것 같았다. 일간지에 있을 때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취재한다. 출입처를 두지 않는 점이 가장 크다. 사람의 입에 의존하던 취재에서 벗어나 문서와 데이터를 추적한다.”

- 창간 프로젝트는 '인천시 광고·홍보비 해부'다. 왜 첫 주제로 언론 감시를 택했나.

이 =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인천시에서 제일 '나쁜 세력'은 언론인이다. 권언유착이 가장 심한 곳이 인천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관료-기업 관계에 안 끼는 데가 없다. 언론이 광고를 받고 기사를 쓰거나 쓰지 않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안 풀린다며 공무원을 만나 푸는 것도 언론인이다. 유착을 끊지 않으면 썩은 물이 깨끗해질 수 없다.”

홍 = “인천의 정치인들과 언론사 사장이 형, 동생 하며 지낸다. 기자가 정치인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정치인은 데스크도 아닌 사장에게 바로 전화해 조치한다. 비일비재하게 겪은 일이다. 기업의 경우 언론에 광고를 주면 기사가 완화되거나 없어진다. 소위 '엿 바꿔먹기'다.”

-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 보도는 아날로그 데이터 저널리즘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인천·부천 검찰이 업추비, 특활비로 △국정감사 대응 격려금 △영수증 쪼개기 음주회식 △연말연초 회식비 선결제를 해온 사실을 찾아냈다.

홍 = “한 평 사무실에서 왼 종일 검찰이 먹칠한 영수증 글자만 들여다봤다. 스캔본으로 보이지 않아 종이로 다시 봤다. 안타까운 건 이제 검찰이 자료에 한 번 칠하던 먹칠을 두세 번 칠해 제출한다.”

- 원희룡 전 장관을 붙잡고 “정착한다면서 왜 월세 3개월 계약하려 하셨나, 선거 끝나면 이사가려 했나” 묻는 유튜브도 주목 받았다. 유튜브 저널리즘을 이어가는 이유는.

이 = “독자 유입이다. 어떻게든 보도를 알려야 하는데 포털에 검색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튜브가 독자에게 노출되는 방식이 가장 공평한 것 같다. 원 전 장관 관련 보도를 하면서도 '길게 써봐야 30초짜리 쇼츠가 다 보여준다' 생각했다. 독자들이 쇼츠 보고 재밌어서 기사까지 봐주면 더 좋은 거다.”

▲뉴스하다 유튜브 채널 숏츠 갈무리

- 미디어스 인터뷰에서 '인천은 접경지역, 공항, 항만, 국제기구 등이 모두 있는 독특한 공간'이라며 권력 감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 “인천을 대한민국 축소판이라고들 한다. 인천 표심이 전국 표심이라고도 한다. 항만과 공항의 경우 기자들이 출입하기 시작하면 나오기 싫어한다. 광고가 많이 나온다. 공항 공사와 선사, 면세점 광고까지 언론사들 먹거리다. 그만큼 비리에 눈을 감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과적 방치 문제를 취재하자 선배 기자가 전화를 한다. 취재하지 말라는 뜻이다.”

- 인천경기 지역 독립언론을 시작한 뒤 언론의 중앙 중심, 서울 중심성을 재차 확인할 때는.

홍 = “의장 가족 주차 특혜처럼 서울이나 중앙정치에서 나오면 파장이 컸을 일이 인천에서 보도했다는 이유로 조용할 때.”

이 = “한국언론 관심사가 기본적으로 정부와 국회 사법기관에 있고 지자체와 기초, 광역단체에 무관심하다. 서울에서 펴내는 신문을 봐도 주요 뉴스에 서울시를 다루는 일이 별로 없다. 국민도 중앙정치를 다룬 뉴스밖에 보지 못하고, 언론사들도 국민 관심을 따라가려니 중앙정치만 다룬다. 이런 악순환을 해소하는 것도 뉴스하다의 목표다.”

▲독립 탐사언론 뉴스하다의 이창호, 홍봄 공동대표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언론의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이 덜한데 취재를 이어가는 까닭은? 미추홀구의장 아들의 주차특혜, 남동구의회 배우자 식당 업추비 사용, 정책지원관 전원해임 사건 등을 보도했다.

이 =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한다. 구의원은 시의회를 바라보고, 시의원은 국회를 보고 일한다. 성장 단계에서 감시하고 깨우쳐놔야 더 큰 무대에 가 큰 돈을 빼돌리지 않을 수 있다.”

홍 = “지방의원이라고 해서 이들이 빼돌리는 세금의 가치가 덜하지 않다. 국회의원과 달리 시의원, 구의원 비리는 묻히는 데에 문제의식이 있다. 한편 실제 사람들이 지역문제에 관심이 없지 않다고 느끼기도 한다. '의회 업추비 가족 식당에 사용' 보도는 신도시카페,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 크게 관심을 받았다.”

- 인천에서 정당을 가리지 않고 비리를 보도하는 것의 의미는.

홍 = “일간지에서 일할 때 사장이나 편집국장 친소에 따라 기사가 좌지우지됐다. 그런데 이들이 특정 정당과만 친하지 않다. 어느 당에나 토착세력이 있고 언론사는 이들에게 모두 편의를 봐준다. 특히 구의회를 들여다보면 정당 구분의 의미가 없다고 느낀다. 대부분은 '이 당에서 공천을 주니 출마했다'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정당 구분 없이 유착을경계해야 한다.”

이 = “독립언론은 광고나 협찬에서 자유로워진다는 뜻만이 아니다. 취재 영역에서도 자유롭자는 뜻이다. 그 전제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당을 가릴 이유가 없고, 거대 양당이든 소수정당이든 권력의 비리가 있는 곳을 취재할 것이다.”

▲비영리 탐사독립언론 뉴스하다 홈페이지 갈무리

- 독립언론 창립 뒤 고민이 있다면.

홍 = “독자들에게 닿는 것 자체가 어렵다. 콘텐츠에 정말 많은 공을 들인다. 하나 내보내는 데 최소 한 달, 길게는 몇 달을 취재하는데, 포털에 안 올라가면 그만이다. SNS로 열심히 알리고는 있지만 어떻게 이 기사들을 알릴까 계속 고민한다.”

- 독립언론을 지속하는 데 힘을 받을 때는.

이 = “어떻게 보면 살아가는 이유 같다. 뉴스하다 창간을 안 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또 1년 동안 돌아보면 (보도로 인해) 변한 것도 많다. 가끔 그런 생각도 한다. 기사 너무 많이 써서, '나쁜 놈들'이 다 없어져서 쓸 기사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홍 =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나쁜 놈은 진화한다.(웃음) '변화' 기사를 쓸 때, 댓글이나 뉴스레터 답장처럼 독자들에게 직접 반응이 올 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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