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신화'의 균열…커져가는 '의심 스노우볼'
이자지급 등 보상안 내놨지만 의심 커져
무리한 인수에 따른 현금 부족 지적도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편집자]
이커머스 핫 포테이토
'큐텐'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많은 해외직구 사이트 중 하나에 불과했습니다. G마켓의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G마켓을 매각한 후 만든 플랫폼이니만큼 가끔 거론되기는 했지만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곳은 아니었죠. 하지만 지난 2020년 이베이코리아 매각 이슈 때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며 큐텐은 이커머스 시장의 빅 네임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결국 정용진 회장의 신세계그룹에 이베이코리아를 내주긴 했지만, 구영배 대표와 큐텐의 금의환향 플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초창기 소셜커머스 시장의 선두 주자이자 이커머스 시장에서 G마켓과 경쟁 중이었던 '티몬'을 인수한 겁니다. 인수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2000억원 안팎으로 추정합니다. 구영배 대표의 화려한 복귀 신고식이었습니다.
큐텐의 '이커머스 쇼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엔 '인터파크 커머스 부문'과 '위메프'를 잇따라 인수하며 이른바 '티메파크' 동맹을 결성했습니다. 올해에는 AK플라자의 온라인 몰 'AK'몰과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사들였죠. 무산되기는 했지만 11번가까지 인수 시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연이은 M&A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이름을 떨친 큐텐이 최근엔 좋지 않은 소식으로 다시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바로 정산 지연 논란입니다. 큐텐이 보유한 플랫폼들이 입점한 셀러들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셀러들이 들고 일어난 겁니다. 수천억원을 쓰면서 여러 플랫폼을 인수한 부자 기업 큐텐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돈을 안 줘요
문제의 시작은 지난 10일이었습니다. 블라인드 등 일부 SNS에서 위메프에 입점한 업체들이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글이 수차례 올라온 겁니다. 위메프는 익익월 정산을 하고 있는데 8일 입금됐어야 할 5월치 대금이 들어오지 않은 겁니다. 위메프 측에 문의를 해도 정확한 이유를 할 수 없었죠. 이런 업체가 700여 개에 달했습니다.
업체들이 불안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큐텐은 원래 주간 정산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월간 정산으로 변경했습니다. 단순히 티몬이나 위메프와 주기를 맞췄다고 볼 수도 있지만 큐텐의 현금 수급력에 문제가 생겼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변경이었죠.
다른 불안감도 있습니다. 티몬은 최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인 '티몬 캐쉬'를 10% 할인 판매 중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품권은 현금과 거의 같은 구매력을 갖기 때문에 할인폭이 적습니다. 2~3%가 일반적이고 5%가 넘으면 '상테크(상품권 구매 후 현금화해 차익을 남기는 행위)' 대상이 됩니다. 10%대 할인은 상테크 시장이 뒤집어질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품권 할인은 현금 수급이 되지 않는 업체가 단기간에 현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티몬은 이번에 기존 100만원이던 티몬캐쉬 월 이용한도를 200만원으로 늘리기도 했죠. 많은 업체와 소비자들이 이번 티몬의 상품권 할인을 보며 '머지 사태'를 떠올린 이유입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하나 더 있습니다. 위메프와 티몬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입니다. 흑자전환한 쿠팡, 컬리와 달리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위메프는 지난해에도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위메프의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보고서에서 "계속기업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나마 위메프는 감사보고서를 내기라도 했죠. 심지어 티몬은 아직도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티몬 역시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명은 했지만
이슈가 확산되자 큐텐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섭니다. 플랫폼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전산 시스템 장애가 일어났고, 6만여 개의 파트너사 중 500여 개 사에 대금 정산이 지연됐다는 설명입니다. 아주 일부 업체에 벌어진 이슈라는 거죠.
정산 지연에 따른 피해 보상안도 내놨습니다. 우선 정산 지연을 겪은 업체에 연이율 10%의 이자를 지급하고 지연금액의 10%를 포인트로 제공합니다. 정산이 2주 이상 지연된 경우 위시와 위시+ 판매 수수료를 3년간 3% 감면하고 1개월 이상 지연된 경우 정산지연금의 50%까지 우리사주 구매 조건과 동일한 조건에 주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습니다.
티몬캐쉬 할인 이슈에 대해서는 "티몬 캐쉬 이용처가 늘어나면서 마케팅을 강화한 것이며 구매 규모 역시 수백억원대였던 머지포인트와 달리 수억원대로 운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한 '휴먼 에러'가 좋지 않은 타이밍과 맞물리며 큰 사건처럼 번졌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큐텐 그룹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당초 12일까지 완료하겠다던 정산이 월말까지 미뤄진 것이 대표적이고요. 포인트 제공과 주식 매입 보상안 역시 석연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제공되는 포인트는 결국 큐텐 그룹의 플랫폼 내에서 사용되는 만큼 매출로 이어지게 됩니다. 주식 매입은 말할 것도 없죠. 일각에선 보상안이 아니라 '판촉'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대금정산일은 입점 업체에겐 '월급날'과 같습니다. 하루라도 밀리면 회사 운영에 큰 타격이 올 수 있습니다. 수천억원을 들여 경쟁사를 인수할 돈은 있지만 수억~수십억원의 대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해결책은 하나뿐입니다. 큐텐이 스스로 밝혔듯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고객과 파트너사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티몬과 위메프, 큐텐이 '지속 성장 가능한' 플랫폼이라는 걸 보여주는 길 밖에 없습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개선되는 지표를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지 못하고 눈 앞의 문제만 메우려 든다면 큐텐과 구영배 대표를 수식하는 단어는 '금의환향'이 아닌 '사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00조 시장 정조준'…기체사업 도약 나선 KAI의 필승 전략은
- [공모주달력]'아이빔테크놀로지·티디에스팜' 수요예측…'산일전기' 청약 시작
- 비만약 주목받은 삼천당제약, 주가는 뛰었는데…
- 롯데리아, 12년 만에 간판 바꾼다
- '타이밍이 예술'…기회 놓치지 않은 컴투스
- 삼성, 갤럭시버즈3 '품질 논란'…"문제 시 교환·환불 조치"
- 코인 상장빔 점검…"상장 한달 전 거래소 공지 추진"
- RNA치료제, 만성질환 '게임체인저'로 부상
- [르포]드디어 분양한 '장위6구역'…4구역보다 2억 비싸
- 파주 '사전청약 취소' 사태, 가양동 CJ부지 불똥 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