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축구협회 직원, 정 회장 비판 글 이메일로 전 직원에 전달

김경무 스포츠 칼럼니스트 2024. 7.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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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발전 위해 어떻게 해야 정몽규씨가 사임할까”
정몽규의 ‘헛발질’에 다시 수렁에 빠진 한국 축구

(시사저널=김경무 스포츠 칼럼니스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축구와 인연은 많은데 축구를 몰라, 전혀 몰라. 가는 데마다 재앙이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로 회장 프리미엄이 있는데 팀은 아직도 2부 리그를 전전하고 있는 걸 봐.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 한국 축구를 망치는 거야. (중략) K대 출신 거수기만 쓰잖아. 회장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와 대의원총회 기능이 있어야 회장이 협회를 바르게 이끌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아. 정 회장 밑에 있는 축구인들 행정 능력이 없어. 외국인 감독 한 명조차 제대로 영입하지 못하잖아."

1990년대 중반 정몽준 회장 이후, 축구인 출신 조중연 회장(2009~12)을 거쳐 대한축구협회 수장(2013~)으로서 10년 넘게 한국 축구 행정을 이끌어온 정몽규 현대산업개발(HDC) 회장(62). 정 회장 체제의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한 재야 축구인의 비판은 이처럼 신랄하다.

"정몽규? 그 사람 다시 회장 하면 안 돼. 위기 때마다 축구인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자신은 뒤에 숨어있잖아. 그가 회장이 된 후 대한축구협회는 조직이 엉망이 됐어. 협회 내 팀을 너무 세분화해 팀끼리 경쟁하다 보니 서로를 도와주지 않아.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나는 이제는 말할 수 있지."

3월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축구팬들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회장 자리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궁금"

정몽준 회장(1993~08년) 시절부터 대한축구협회에 몸담아오다 지난해 퇴직한 A씨의 비판도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지난 2월 독일 출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5개월 동안 진행된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의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작업.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 같다가, 결국 홍명보 울산 현대(HD) 감독(55)으로 낙점하자 언론과 축구팬들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축구의 본산인 대한축구협회는 왜 이렇게 무능한 행정으로 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걸까? 

7월16일 대한축구협회의 한 직원은 정몽규 회장을 비판하는 글을 이메일을 통해 전 직원에게 돌린 것으로 확인됐는데, 그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다. 그의 주장을 100%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이를 필자한테 전해준 한 축구인은 "90%는 맞는 말"이라고 했다.

"대한축구협회 여러분. 정몽규 회장 그리고 최근 축협 사태에 대해 메일 보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몽규씨의 행보에 의문을 제기하고, 왜 이렇게 축구협회 회장 자리에 집착을 하는지 궁금해합니다. 또 한국 축구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합니다. 제가 그 사람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 줄 적겠습니다." 이 직원은 이렇게 글을 시작하면서 정 회장의 경력을 일일이 열거한 후 이렇게 주장했다.

"축구협회 여러분들이 이런 회장 밑에서 겪어야 할 일, 밖에서도 뻔히 보입니다. 능력이 없으면서 결정권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으니, 모든 협회가 마비되지요. 예를 들어 한국 유소년축구 발전 관련 50장 PPT를 해 와서 발표를 하는데, 정몽규씨는 10프로도 이해 못 하고 전혀 상식에 맞지 않은 결정을 하고, 모든 결정은 개인이 아니면 몇몇 사람들과 밀실에서 진행되고, 그 결정들이 제대로 통보가 안 되니 실무자들은 직접 뛰면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알아내야 하고, 그 이유를 알지도 못하면서 실행해야 하는 상황 등등 밖에서도 뻔히 보입니다."

이 직원은 이렇게 조직 내부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정몽규씨가 사임을 할까요?"라며 그 방법까지 제시해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축협 여러분. 위가 썩어 있으면 밑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꽃이 피지 않습니다. (중략) 능력 있고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으신 분들. 절대 사직, 이직하지 마세요. 똥은 무서운 것이 아니고 더러워서 피한다고 하지만, 모두가 피하기만 한다면 결코 현실은 바뀔 수 없습니다."

재야 축구인과 축구협회 전현직 직원의 주장만 봐도, 정몽규 회장의 대한축구협회는 내부  개혁의 벼랑 끝에 몰려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그 개혁 대상으로 정 회장이 지목되고 있다. 10년 넘게 조직을 이끌었지만 많은 물의를 일으켰으면, 하루빨리 물러나는 게 도리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4번째 연임을 노리는 회장을 향한 우려와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도 조직을 운영할 기회를 줘야 새로운 리더가 조직을 개혁하고 더 나은 아이디어로 조직을 잘 이끌 수 있다는 목소리가 가득하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협회 내 K대 파벌론 다시 불거져 

정몽규 회장 체제의 대한축구협회는 그동안 K대 등 특정 대학 출신 축구인들이 주로 회장 밑에서 일해 특정 파벌이 협회를 좌지우지한다는 비판도 받아왔고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불거져 나왔다. 외국인 감독 대신 K대 출신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감독으로 건의했다가 정몽규 회장의 반대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 그도 K대 출신이다. 정 회장도 K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감독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도 K대 출신이다.

돌고 돌아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 절차와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박주호·이영표·이동국 등 국가대표 출신들은 K대 출신이 아니다. 축구협회의 오래된 K대 파벌론에 대해 한 축구인은 "정몽준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사실이다. 이들이 득세하고 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 밑에 있는 축구인들은 행정 능력이 없다. 그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K대 파벌론에 대해 다른 축구인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S대 체육과 출신들도 있다. C (축구협회) 부회장은 D대 출신이다"고 했다. 축구계 사정에 밝은 한 축구인은 정몽준 전 회장이 "아직도 축구협회 상왕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홍명보가 울산 현대 감독이 되고, 이번에 국가대표팀 감독이 된 것도 바로 그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어쨌거나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이 된 후 한국 축구의 '영원한 리베로'로 사랑을 받아온 홍명보. 2014 브라질월드컵 때 국가대표 사령탑으로서 실패해 추락의 길에 접어들었던 그는 이번에 다시 덜컥 '독이 든 성배'를 받았다. K리그 현역 감독이라 안 하겠다고 해놓고는 막판에 변심했다.

그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번이 축구인으로서 마지막 도전이겠구나 하는 생각에 집으로 찾아온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의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밤새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해명했다. 그러곤 "나를 버렸다. 대한민국 축구만 있다"고 비장함까지 보였다. 과연 그가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순항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는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의 어긋난 행보에 대한 비판이 너무나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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